박주영 대표팀 발탁, 아직은 시기상조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8. 6. 09:00 해외파 이야기/박주영

수많은 역사책을 살펴보면 새로운 국가가 건설된뒤 가장 먼저 이뤄졌던 일은 '왕권강화'였다. 봉건주의에서 많은 귀족세력들을 누르고 세습제를 강화하거나 귀족들을 구슬려 자신의 발아래 놔둬야 그 나라는 나라다운 나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새로운 종교를 공인하거나 새로운 법을 발표하면서 왕권강화의 끝을 맺었다. 그렇게 발전한 나라들은 우리가 지금도 국사시간에 배우는 나라들이다. 많은 국가들이 한반도위에 탄생했지만 제대로된 단계를 거치지 못하고 사라졌다. 

대표팀의 글에서 왜 이 역사이야기를 한 이유는 분명 비슷한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수많은 감독들이 오르내렸고, 그 와중에 자신의 색을 칠하지 못한 감독은 대표팀에서 오래버티지 못하고 낙마했다. 초반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철학을 분명히 밝히고 관계자들을 설득시켰던 감독도 있었다. 대표팀은 한두번의 경기로 평가되는 자리가 아니다. 큰 대회를 목표로 강해져야 하는 팀이다. 하지만 그 대회이전에 발전되는 모습이 아니라 퇴보하거나 납득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면 감독의 권한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홍명보 감독 이전의 두 감독역시도 그러한 부분에서 팬들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 전술적으로는 분명히 나쁘지 않았던 감독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나 해외파를 신뢰한 나머지 팬들의 반감을 얻은 조광래 감독과 임시 감독직이라는 이름하에 팀의 미래보다는 한경기 한경기 '버텨냈던' 이미지가 강한 최강희 감독역시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두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 커리어는 명예가 아니라 감추고 싶은 과거가 될 것이다. 중요한 시기에 팬들과 관계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언급한 국가론을 홍명보호에 대입하자면 홍명보호는 지금 막태어난 신생국가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신생국가는 누구보다 빠르게 발전을 거듭해 월드컵이라는 큰 전쟁터에 나가야 한다. 첫 대회였던 동아시아대회에서는 2무 1패로 부진했지만 그에대한 비판의 시선은 그리 날카롭지 않다.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새로운 선수들을 시험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명보호는 다음주, 페루전에서 또 다시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홍명보호 2기의 인물로 박주영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대회에서 공격진의 부진과함께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의 절친한 인연을 생각하면 못할일도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굳이 '신생국가'인 홍명보호가 자충수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박주영이 완벽한 폼이라면 당연히 대표팀에 소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남아공월드컵때의 기량을 되찾을 수 있다면, 지금 홍명보호에서 당연한 원톱 스트라이커가 되야 한다. 하지만 박주영은 그렇지 않다.  아스날에서 1년, 그리고 셀타비고에서 1년 폼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그 폼을 되찾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대표팀에도 올해 2월 크로아티아전이후 소집되지 않았다. 

박주영은 팬만큼이나 안티도 많은 선수이다. 거기에 고대출신 홍명보 감독과 동문인 박주영에 대한 학연논란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올림픽에서도 마지막 일본전에서 골을 넣기전,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에 대한 비판여론의 방패막이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두 사제지간의 돈독한 사이를 뭐라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직 팬들에게 강한 신뢰를 획득하지 못한 홍명보 감독이 시작부터 초강수를 띄우게 된다면 박주영에게나 그리고 홍감독에게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주영이 잘하든 못하든 비판여론을 잠재우긴 힘들다고 본다. 박주영이 못한다면 앞으로 정말로 필요할 때 그를 부를 수 없는 부담이 생길 것이고, 박주영이 잘한다고 하면 대표팀이 한 선수를 위한 무대라는 비판여론에 직면할 것이다. 

대표팀은 국가의 팀이다. 박주영을 위한 팀이 아니다. 그리고 박주영을 지금 소집한다면 홍명보 감독이 부임시 외쳤던 원 팀, 원 골, 원 스피릿에도 그닥 맞지 않는다. 박주영을 지금 부르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그가 새로운 팀을 찾고 폼을 어느정도 회복했을 때 불러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팬들이 납득할만한 전술을 가지고 K리그의 자원들을 먼저 시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난 1기때 활용하지 못했던 자원들과 1기때 좋은 활약을 보였던 자원들에 대한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합류할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 김보경등이 올 경우를 대비해야 하고, 이들이 주전자리에 무혈입성하는 일이 없도록 준비해야한다. 그게 대표팀이고, 장기적으로 국내리그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딛은 상황이다. 수많은 국가들이 초반 인사문제로 욕심을 부려 망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감독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하는 시기이다.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팬들이 납득할 만한 신뢰를 얻은 뒤, 본인의 색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해도 늦지 않다. 지금 박주영 발탁은 분명히 자충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