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전 상암 직관기

Posted by Soccerplus
2011. 6. 4. 10:00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

오래간만에 했던 상암에서의 A매치, 유럽의 강호 세르비아와의 경기가 어제 있었는데요, 저는 정말 간만에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직관을 했습니다. 운좋게 좋은 기회로 맨앞줄에서 볼 수있게 되었는데요, 어제의 경기는 참 여러모로 재미있었던 경기였습니다. 조광래감독의 1년을 맞아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이제는 조광래감독의 전술에 믿음이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평가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평가'를 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조광래감독의 평가전을 대하는 자세는 상당히 좋았다고 봅니다. 일단, 이영표의 국가대표팀은퇴이후 구멍이났었던 왼쪽풀백의 자리를 윤석영과 홍철, 그리고 오늘의 김영권까지 돌려보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카드를 써보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의 부임이후 재빨리 자리를 잡은 이용래-기성용의 중원진은 김정우의 가세로 인해 더욱더 무게감이 실립니다. 세명의 플레이어 모두 공격과 수비 양면에 재능이 있는 까닭에 모든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시험하고 싶은 곳을 철저히 시험해보고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좋았다, 나빴다, 시간이 필요하다등등의 발언으로 그의 완성된 전술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같습니다.

경기의 분석을 하려고도 했었지만, 여러 언론매체에서 제가 생각한 것들을 모두 친절하게 보도해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직관갔던 사진과 함께 제가 눈여겨본선수들의 움직임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1. 이근호



어느정도 윤곽이 짜여진 미드필더와 공격진에 유일한 빈자리는 왼쪽윙자리인탓에 조광래감독의 실험이 계속되는 자리이지요. 조광래감독은 왼쪽윙포워드를 박주영선수의 아래에서 뛰는 세컨스트라이커정도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느정도의 돌파력그리고 골감각도 필요하다는 것이겠죠. 그런의미에서 이근호는 조광래감독의 왼쪽윙에 잘 부합하는 선수인 것 같습니다.

국가대표팀차출과 선발출장이 정말 오랜만인 탓에 이근호 선수는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2010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고도 정작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듯, 그리고 많은 좋은 유망주들이 나오는 공격진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듯, 그는 왼쪽윙포워드지만 오른쪽까지 넘나들며 많은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또 따내고 이따금씩 좋은 돌파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아마도 전반종반 그에게 온 1:1찬스가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질 것입니다.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었지만, 뭔지 모르게 안정되어보이지는 않았고, 그런 모습이 자신이 무언가를 보여주어야한다는 욕심으로 나타난 부분이 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 기성용


기성용선수의 발전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오늘 인터뷰에서 조광래 감독이 키플레이어는 기성용이다라고 말했듯, 한눈에 보기에도 우리나라의 키플레이어는 기성용선수였습니다. 셀틱이적후 그의 성장이 눈이 보일 정도였는데요, 일단 짜임새를 갖춘 우리나라의 세명의 미드필더진에서도 공수조율을 맡은 선수는 기성용선수였습니다. 그는 패스를 더 좋은 위치에서 주기위해 수비진까지 깊숙히 내려오며 많은 활동량역시 보여주었습니다. 이 경기를 보며 얼마전 챔스리그 결승에서 보여주었던 싸비의 움직임이 생각났습니다. 싸비역시 좋은 공을 주기위해 먼저 좋은 패스위치를 선점하지요. 경기통계를 보면 항상 팀내 최고활동량을 기록하는 선수가 바로 싸비인데, 오늘의 기성용의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 움직임은 싸비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또 한가지 짚을 부분은 그의 투쟁심입니다. 과거 공격지향적인 역할을 많이 맡았던 것에 비해 그는 셀틱에서는 다소 수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오늘 국가대표팀경기에서 많이 보여진 것 같습니다. 그는 세명의 미드필더진 가장아래에 위치하면서 공수조율뿐만아니라 상대팀의 미드필드진 압박을 큰 키와 활동량으로 이겨내며 발전된기량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태클도 여러번 보여주며 그가 수비적인 능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3. 박주영


박주영선수역시 우리나라 넘버원공격수다운 활약을 펼쳤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공격시 박주영선수는 마무리를 짓는 꼭지점의 역할이 아닌 공격을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저지하기위해 따라나온 수비수들의 뒷공간을 이근호 김정우 선수가 많이 찾아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의 미드필더와의 연계능력이 없었더라면 이러한 전술을 불가능 한 것이겠죠, 거기에 두번째골로이어진 원터치패스는 실로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경기를 보는 내내 놀라웠던것은 그의 공중볼다툼입니다. 골킥이 날라올때마다 세르비아는 박주영의 제공권을 의식한듯 첼시, 맨유등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수보티치와의 경합을 준비시켰습니다. 언뜻 봐도 10cm정도 차이는 나 보이는 두선수의 헤딩경합에서 박주영선수는 좋은 위치선정과 탁월한 점프력으로 수보티치를 압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유럽정상의 선수를 앞에두고도 절대 밀리지 않는 박주영선수의 제공권은 유럽빅클럽이 탐낼만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4. 차두리


제가 앉았던 자리가 사이드쪽자리였던 탓에 전반전에는 김영권선수를, 그리고 후반전에는 차두리선수와 이청용선수를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차두리선수역시 이제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이 드는 축에 속했고 경험역시 가장 많은 선수이죠.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향한지라 아직 전술의 미숙함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차두리선수는 이제 완벽하게 오른쪽 풀백으로의 변신이 성공한 것 같습니다.

사실 월드컵까지만 하더라도 그의 수비력은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수비능력을 유감없이 뽑냈습니다. 사실 하드웨어가 좋기에 왠만한 선수는 그를 앞에두고 드리블하기가 쉽지 않죠. 그와 매치업을 벌였던 조란 토시치선수는 사이드라인을 치고나가는 움직임보다는 그를 의식한듯 자꾸 중앙으로의 드리블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차두리는 센터백인 홍정호선수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며 간격을 유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시종일관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어 기분이 좋더군요. 덤으로 누군가가 나팔로 불었던 '간때문이야' 연주는 상암구장의 모든 사람을 웃음도가니로 만들었습니다.

5. 김영권

사실 왼쪽윙백자리도 우리나라의 취약점중 하나이고 이영표선수의 빈자리를 메꾸기위해 홍철, 윤석영선수가 시험대에 올랏고 오늘은 김영권선수가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이었던 투입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격적인 차두리의 성향에 맞춰 김영권선수는 차두리선수가 공격시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센터백의 위치까지 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공세시 김영권선수는 야금야금 왼쪽라인을 타고 올라가서 크로스를 올려주며 박주영의 첫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플레이는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을 떠올리게도 만들었는데요, 출장경험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골과 1어시스트를 올린 김영권선수, 이영표후계자 경쟁에서 선두에 나선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아래는 운좋게 찍은 김영권골 직캠!




오래간만에 대표팀경기직관을 하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우리나라의 경기, 정말 이제는 다이내믹하고 짜임새를 갖춰가는 느낌입니다. 많은 분들이 시간나시면 축구장에 가서 응원도 하고 그 열기도 느끼고 발전하는 대표팀의 기량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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