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PSV 복귀, 8년전을 추억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8. 9. 09: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추억은 더할 나위없이 강한 힘을 지닌다. 우리는 추억에 행복하고, 슬퍼하며 힘이 되어주기도, 혹은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의 뇌리에 강력히 남겨져 추억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힘을 지닌다. 

8년전이었다. 2002년에도 박지성에게 그리 많이 열광하지 않았던 내가,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의 규칙도 잘 모르던 내가 고3임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서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 수요일, 목요일 새벽마다 열렸던 경기였다. 리옹, 모나코와의 경기는 그러려니 했지만 밀란과의 경기는 정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다. 그 경기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었고 당시 세계 최고 전력이라는 팀을 상대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지금은 피파가 완전히 기세를 잡았지만 그당시만 해도 플스방에서 위닝일레븐을 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였다. 그 당시만 해도 EPL보다는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유벤투스와 밀란, 인터 밀란등 스페인과 이탈리아 팀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당시 앙리는 사기캐릭터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호나우지뉴와 호나우두가 아직 힘을 발휘할 때였다. 나는 꿋꿋하게 아인트호벤을 선택했다. 코쿠와 반 봄멜, 박지성과 이영표, 비즐리와 보우마등 많은 선수들이 참 정감이 갔다. 박지성으로 골을 넣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때부터 박지성의 팬이 되었던 것 같다. 

챔피언스리그나 EPL이 국내 스포츠 방송을 통해 중계가 되었던 시대였지만 지금만큼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다. 지금이야 쉽게 포털사이트를 통해서 중계를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케이블티비를 설치하지 않으면 보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중국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보기도 했고, 아프리카 방이 짤리기 전에 얼른 들어가 보기도 했다. 박지성이 없었다면 지금이렇게 편안하게 안방에서 해외축구를 볼 일은 없었으리라 확신한다. 

맨유시절도 좋지만 8년전 PSV마지막 시즌은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많은 골을 넣기도 했고, 가투소가 말했던 모기와 같은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체력과 저돌적인 플레이가 매우 인상적인 선수였다. 경기마다 몇 킬로미터를 뛰어다니는지 확인을 하고 싶었고, 주말이 지나면 그의 골 장면을 보기에 바빳다. 

우리는 당시만 해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간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맨유로 간다해도 벤치에 앉아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다. 아시아선수가 그런 빅클럽에서 성공을 하지 못했고, 맨유에는 당시 이미 동팡저우라는 마케팅용 선수가 자리하고 있었기도 했다. 박지성이 티셔츠 판매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는 현지에서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당시의 박지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선수였다. 당시 첼시, 리버풀등 EPL의 상위권클럽들이 모두 그에게 제의를 했었다. 퍼거슨이 직접 전화를 걸어 그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다른 팀에서 뛰는 박지성을 볼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 박지성은 발롱도르 공격수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 당대 최고의 공격수였던 아드리아누, 호나우지뉴, 셰브첸코, 카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 그는 다시한번 아인트호벤의 붉은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등번호가 몇번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그에게 등번호가 중요하겠는가. 그의 가장 좋았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과 함께 한 시즌을 뛸 수 있다는 것만큼 기쁜 부분은 없다. 1년간의 임대생활동안 많은 골을 넣고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기록보다 그의 꾸준한 모습을 보고 싶다. 

아인트호벤의 홈팬들도 8년만에 돌아온 박지성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반 니스텔루이도 친정팀으로 코치의 자격으로 돌아왔고, 코쿠가 감독의 자리에 있고 박지성까지 돌아왔으니 현지팬들도 몹시 설레여하는 느낌이다. 박지성이 팀의 노장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박지성과 PSV는 챔피언스리그 최종 플레이오프에서 밀란, 아스날, 샬케, 제니트, 리옹중 한팀과 본선진출을 놓고 다투게 된다. 밀란과 리옹은 아인트호벤시절에 상대했던 기억이 있고 맨유시절에는 밀란과 아스날을 상대로 골을 넣었떤 기억도 있다. 샬케와 제니트를 상대로도 출장했었다. 경험이 많은 박지성은 2년만에 챔스리그에 다시 복귀하게 된다. 팬들도 어려운 도전임을 알고 있지만 박지성의 복귀로 인해 기대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8년전에 만났던 그 설렘을 8년뒤인 지금 다시한번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을 떠날 때만해도 지금과 같은 위치의 선수가 될줄은 몰랐다. 그만큼 대성했고, 많은 기쁨을 안겨다 주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아인트호벤에서 다시한번 한국팬들에게 크나큰 떨림을 안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