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박지성, 레드냅 보고있나?

Posted by Soccerplus
2013. 8. 21. 10:56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박지성이 돌아왔다. 올 여름 QPR에서 두세차례의 프리시즌경기를 뛰고 PSV로 임대되면서 부상이 덮쳤고 지난 주말에 예고되었던 복귀전도 무산되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밀란과의 경기에서 당당히 선발로 나왔고, 경기내내 자신의 클래스가 어떤 것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상대는 밀란이었다. 그리고 아인트호벤은 밀란과의 경기에서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면서 1:1 무승부라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박지성은 68분을 뛰고 교체되었다. 아직 발도 제대로 맞춰보지 않은 선수들이었고 부상여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은 골닷컴이 선정한 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되었다. 관중석에서는 박지성의 응원가인 위쑹빠레가 다시한번 울려퍼졌다. 박지성이 오늘 어떤 활약을 보였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었다. QPR에서 받아보지 못했던 기립박수를 아인트호벤 복귀전부터 받았다. 

팀에 합류하고 아직 발도 제대로 맞춰보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가 팀과 정식으로 계약한 것은 지난주이지만 복귀전을 기대했던 지난 주말경기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허벅지에 통증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제대로된 체력이 준비되었을리가 없었다. 박지성이 이번 경기 선발명단에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실제로 밀란의 감독도 박지성의 이름을 선발명단시트에서 발견하고 무척이나 놀랐다고 한다. 

아인트호벤은 이번 여름 스트루트만과 메르텐스가 팀을 떠나면서 구심점역할을 할 선수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공격진들과 미드필드진 대부분이 20대초반의 어린 선수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박지성이 자리를 했다. 박지성이 어린시절 밀란과 뛸때, 지금 팀의 감독이었던 코쿠가 했던 역할과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린 선수들은 초반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이 거센 나머지 패스보다는 개인플레이에 집중했다. 경기를 보며 이팀에도 타랍이 수도없이 많구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박지성이 몇차례 터치하자 선수들은 그에게 볼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직 발도 맞지 않고 몸상태가 100%올라온 것도 아니지만 박지성은 11명의 선수들 가운데 가장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초반에는 그에게 오지 않던 볼이 시간이 지날 수록 많이 오기 시작했다. 

박지성은 68분간 8.8km의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몸이 제상태로 올라오지 않고 훈련을 하루밖에 하지 않은 선수의 활동량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치이다. 박지성은 미드필더와 윙어자리를 옮겨가면서 프리롤 역할을 수행했다. 혈기왕성한 어린 동료들의 뒷공간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상대의 역습을 조기에 차단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 활동량수치를 90분으로 환산하면 12km정도가 되는데, 이는 그의 전성기 활동량과 비슷한 수치이기도 하다. 

전반 7분, 수비가 따라오는 찬스에서 욕심부리지 않고 힐패스로 넘겨주는 장면이나 전반 막판 상대를 끝까지 따라가서 태클로 공만 따내는 장면은 그의 전성기를 보는 듯 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더 좋은 찬스를 넘겨주는 모습은 너무나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박지성의 이런 맹활약은 지난 1년간의 수모와 오버랩되면서 더욱 더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레드냅하에서 엄청난 수모를 겪으며 선발명단에도 들지 못했던 많은 경기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박지성이 아닌 타랍을 프리롤로 두면서 강등을 면치 못했던 레드냅과 단 하루의 훈련으로 선발에 프리롤 포지션을 부여한 코쿠의 차이는 경기력으로 확실하게 드러났다. 박지성은 더 많은 임무를 부여할 수록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선수였다. 

다음주 밀란으로의 원정경기에서 부디 32강 조별리그 진출권을 따내길 바란다. 아인트호벤이 챔스우승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32강에 올라가 더 강팀과 붙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마음같아선 맨유와 같은 조에 속해 올드트래포드를 다시한번 밟아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