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전, 신뢰얻기에 충분했던 박지성의 '텐미닛'

Posted by Soccerplus
2013. 8. 22. 09: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딱 10분이 필요했다. 10분만에 박지성은 평균연령 22.5세의 어린 선수들에게 신뢰를 얻는데에 성공했다. 다시한번 경기를 돌려봐도 박지성의 경기는 훌륭했다. 2년만의 챔피언스리그 복귀전, 그리고 팀보다 한수위의 상대인 밀란을 상대로 22명의 선수들가운데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리그 경기보다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는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코쿠감독은 박지성을 선발출장시키는 초강수를 택했다. 어찌보면 박지성을 선발투입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과도 같은 일이었다. 상대가 강호이기 때문에 수비조직이 더 탄탄해야했고, 조직적인 플레이를 위해선 기존에 발을 맞춘다는 것이 중요했다. 

박지성은 입단하고 나서 허벅지 부상에 신음하며 제대로된 훈련스케쥴을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주말 리그 경기가 그의 복귀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그는 복귀전을 다음주로 미뤄야만 했다. 허벅지 부상이 호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전 박지성의 출전가능성을 예고하는 소식이 몇몇있었지만 박지성의 선발출장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 박지성이 선발출장했다. 

경기 시작하면서 약 10분간은 박지성에게 공이 가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이 의욕에 앞선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중원의 마헤르나 왼쪽 윙포워드로 나왔던 드파이가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큰 듯보였다. 박지성에게 공이많이 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박지성이 오프더볼 상황에 있을 때 이리저리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로 움직이는 것을 많이 보았지만 패스가 그리로 가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왠지 QPR을 생각나게 하는 10분이었다. 

하지만 단 10분만에 박지성은 선수들에게 신뢰를 얻는데에 성공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박지성이 신뢰를 얻은 결정적인 장면은 전반 7분상황이었다. 박지성이 쇄도하는 상황에서 수비가 달려들어오자 감각적인 힐패스로 달려오는 동료에게 볼을 넘겨주는 장면이었다. 돌격앞으로의 느낌이 짖던 선수들도 경기를 읽는 박지성의 센스있는 패스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박지성은 늘 그렇듯 자신의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상대 좌측불백이었던 엠마뉴엘손에게 끊임없는 프레싱을 가했다. 이런 헌신적인 플레이와 안정적인 볼간수능력은 박지성에게 볼을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끌었다. 선수들이 계속해서 박지성에게 의지하는 느낌이었다. 초반 10분간은 느낄 수 없던 느낌이 전반 10분만에 보이기 시작했다. 박지성을 중심으로 보자면 경기는 전반 10분과 그 이후로 갈렸다.

분명히 최고의 컨디션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웠지만 박지성은 그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클래스는 같이 뛰고 있는 선수들이 아는법, 22.5세의 어린 선수들에게 밀란을 상대로 안정을 취할 곳은 박지성이었다. 맨유에서 7년, 챔스 결승을 선발로만 두차례 뛰었던 박지성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갑자기 생각난 것은 이효리의 텐미닛이었다. 10분만에 남자의음을 사로잡는다는 이효리의 노래가 이상하게도 오버랩되었다. 박지성에게 동료들의 신뢰를 위해선 딱 10분이 필요했다. 10분의 헌신적인 모습은 앞만보면서 달려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선수들에게 의지를 하도록 해주었다. 박지성이라는 선수가 어린 선수들 일색인 팀에서 경험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알려주었다. 

박지성은 다음주, 밀란과의 원정경기를 위해 떠난다. 물론 원정팀의 무덤 산시로에서 밀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지성은 지금 상승세에 있는 상황이고, 어린 선수들이 쉽게 기죽지 않는다면 한번 해볼만한 경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