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27분, PSV엔 없던 것을 채웠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8. 25. 13:1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박지성이 PSV로 복귀하면서 첫 리그경기를 가졌다. 박지성은 오늘 새벽열린 네덜란드 1부리그 에레디비지에 헤라클레스와의 경기에서 후반 종료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지난 2012년 1월 리버풀과의 FA컵 이후 처음으로 넣은 골이었다. 575일만의 골이었고 팀이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넣은 골이었다. 이미 홈 복귀전은 치뤘지만 리그 복귀전은 첫경기라는 의미에서도 복귀전 골은 의미가 크다. 

주중 열렸던 밀란과의 경기에서 선발출장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박지성이었다. 아직 몸상태가 제대로 올라왔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번 경기는 다음 주중에 열릴 밀란과의 경기를 대비해 벤치에서 시작했다. 아인트호벤이 리그에서 30년이상 지지않은 헤라클레스를 상대로한 경기였고, 박지성의 체력을 보존하고자 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팀은 헤라클레스에게 밀리는 경기를 했고, 우세한 전력에도 골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아인트호벤의 문제는 선수들의 지나친 자신감이었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유기적인 패스보다는 앞으로 나아가기 급급했다. 물론 선수들이 이따금 좋은 찬스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팀을 하나로 묶어줄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었다. 

밀란전을 위해, 그리고 아직 복귀후 한 경기밖에 치루지 않은 박지성의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박지성의 교체투입은 어느정도 예상이 된 시나리오였다. 물론 그 상황이 문제였다. PSV가 여유있게 경기를 승리로 가져간다면 몸푸는 정도의 경기출장이었겠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않았다. 박지성은 팀이 1:0으로 뒤진 상황에서, 그리고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출장했다. 

박지성이 들어가자마자 보여준 것은 군더더기없는 턴동작으로 파울을 유도해 낸 것이었다. 동료는 없고, 주변에 두 선수가 자신을 향해 압박이 들어오자 박지성은 턴을 하면서 상대의 파울을 유도했다. 잠시 숨을 돌릴 여유도 찾을 수 있을 뿐더러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굳이 공을 잡고 오래 볼소유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박지성의 경험이 빛나는 장면이었다. 

선수들이 드리블위주로 플레이하던 상황에서 박지성이 보여준 또 다른 장면은 간결한 원터치패스였다. 소유권을 유지하지 않고 바로 빈공간의 선수들에게, 혹은 좀 더 소유가 용이한 선수들에게 공을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은 패스를 받기에 더 좋은 위치로 움직였다. 패스가 풀리는 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만들어주었다. 드파이나 바이날둠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골도 골이지만 골장면 이전의 장면을 언급하고 싶다. 마헤르가 앞쪽으로 패스를 주어야 하는데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없어 마크가 다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박지성은 그 상황에서 갑자기 앞으로 치고 나오면서 패스를 받을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공이 그에게 왔다. 상대는 박지성을 강하게 밀쳐낼수밖에 없었다. 공간을 열어주어선 안되었기 때문이다. 패널티킥인지 애매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도 박지성이 좋은 공간활용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패스타이밍이 조금 늦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스가 조금 더 빨랐어도 박지성은 1:1 장면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골이 그렇게 들어갔고 박지성은 세레모니를 하지 않고 동료들을 어서 자신의 코트로 복귀시키도록 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역전을 노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어린 동료들은 박지성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에 당연히 또다른 힘을 내었을 것이다. 단 27분만에 박지성이 보여준 변화였다. 

승리는 하지 못했지만 박지성의 솔선수범과 팀플레이로 승점1점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경기는 밀란과의 원정경기다. 첫 경기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었고 두번째 경기에서는 골을 넣었다. 이미 밀란과의 경기에서 좋은 기억이 있는 박지성이다.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우는 산 시로에서 박지성이 부활의 찬가를 불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