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엔 없어서는 안될 루니의 존재감

Posted by Soccerplus
2013. 8. 27. 10:08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루니가 왜 맨유에 필요한지, 라이벌 첼시에 팔아서는 안되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개막한지 1주일, 2라운드에서부터 맞붙었던 우승후보 맨유와 첼시와의 대결은 양팀다 골을 넣지 못한채 0:0으로 끝났다. 첼시는 부담스러운 맨유원정을 패하지 않고 끝냈다는 점에서, 맨유는 마타가 나오지 못하고 윌리안도 아직 합류하지 않은 첼시를 상대하며 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팀모두 절반의 만족을 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첼시는 토레스를 빼고 레버쿠젠에서 이적해온 안드레 쉬얼레를 센터포워드로 기용했다. 전형적인 공격수의 역할이 아닌 폴스나인을 시도하고자 한 것이었다. 아직 선수들의 손발에 제대로 익숙하지 않은듯 답답한 공격을 보여주었다. 아자르와 오스카등 주전 선수들이 출장했지만 공격력과 중원장악이 실망스러웠다. 시즌 초반이고 아직 전력이 완성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 무리뉴는 무리를 하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이번 경기의 핫플레이어는 단연 웨인 루니였다. 퍼거슨이 은퇴하기 전부터 계속해서 맨유와 결별설이 나던 루니였다. 벌써 4개월째, 그 지지부진한 잡음들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는 듯한 시점에서의 선발출장이었다. 아직 몸상태가 제대로 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려웠지만 모예스는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루니를 선발출장시킬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루니는 반 페르시의 아래에서 세컨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했다. 

결과는 앞에서 말했듯 0:0으로 끝났고, 이렇다할 영웅도 탄생하지 않았지만 이번 경기는 루니가 왜 맨유에 필요한지를 알 수 있게 만드는 경기였다. 루니는 선발로 나왔고, 경기가 끝날때까지 풀타임을 뛰었다. 그리고 루니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루니는 늘 그렇듯 공격과 수비까지 많은 활동량을 커버하면서 시작부터 눈에 띄었다. 클레버리와 캐릭이 그의 뒤를 받쳤지만 발렌시아와 웰백이 부진하면서 반 페르시까지 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많은 선수들이 전진패스를 제대로 넣지 못하는 상황에서 루니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패스를 계속해서 연결하려고 노력했다. 그가 아래로 내려오니 반 페르시가 조금 더 센터포워드 역할에 집중할 수도 있던 경기였다. 

맨유가 이번 경기에서 첼시와의 중원싸움에서 이긴 것도 루니의 몫이 적지 않았다고 본다. 맨유의 많은 선수들 가운데, 루니는 볼을 잡을 때 가장 안정적이다라는 생각이 든 선수였다. 전방에 있을 때는 간결한 패스로 상대의 압박을 벗어났고, 후방으로 내려와서는 볼을 소유하다가 롱패스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물론 롱패스의 정확도가 좀 아쉬웠지만, 루니가 공을 잡을 때 가장 기대가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루니는 이번 경기에서 백패스를 하나도 시도하지 않았으며, 공격진영에서만 25개의 패스를 시도했다. 양팀에서 최다수치였다. 

반 페르시와 함께 파트너쉽을 이루면서 양 선수들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니가 반 페르시의 아래, 2선 공격수로 있으면서 상대의 수비를 분산시키고, 반 페르시의 공격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했다. 지난 시즌말부터 느껴졌던 반 페르시에 대한 의존도에 대한 가장 좋은 풀이법은 역시 루니라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루니는 프리시즌을 제대로 뛰지 못했다. 아직 풀컨디션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몇차례 롱패스가 빗나가는 장면, 그리고 너무 쉬운 패스가 엇나가는 장면에서는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엄청난 회복속도를 자랑하는 루니가 100%컨디션으로 돌아오는 것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보인다. 

아직 이적시장이 좀 남은 상황에서 맨유가 필요한 자원은 루니의 대체자가 아니라 중원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클래스 미드필더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웰백과 발렌시아의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2선공격수의 영입도 필요해보인다. 루니의 선전을 통해 카가와의 자리도 더욱더 불투명해졌다. 

반 페르시가 오기전까지만 해도 맨유의 킹은 루니였다. 그리고 그 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반 페르시에 대한 의존도가 크긴 하지만 맨유에서 루니가 보여줘야 되는 활약상은 여전히 많다. 두 선수가 서로 상극의 플레이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상호 보완적인 플레이스타일을 갖고 있다. 이런 루니를 첼시에 파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며, 루니의 잔류는 이번 시즌 맨유의 목표를 위해서는 필수적임을 증명하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