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박지성, 하지만 박수받아 마땅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8. 29. 08:47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애초에 실력차가 났던 두 팀이었다. 아인트호벤의 평균나이는 21세가 채 되지 않았다. 아직 실력도 경험도 여물지 않은 유망주들로 구성된 팀이고, 밀란은 예전만큼의 포스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강한팀이었다. 발로텔리와 보아텡, 몬톨리보 등등 세계적으로 좋은 선수들이 자리한 팀이다. 세리에 A 3위팀과 에레데비지에 2위팀의 대결은 누가봐도 세리에 A팀의 우세가 예상되었다. 

1차전을 1:1로 비겼기에 두 팀모두 가능성이 있는 경기였지만 첫 골이 경기의 승부를 갈랐다고 본다. 첫 골이 너무도 허무하게 그리고 빠른 시간에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아인트호벤은 제대로 힘을 내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인트호벤은 수비에만 치중할 수 없는 경기였다. 1:1로 비겼기에 승부차기를 가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한 골이 필요했다. 상대는 산시로의 밀란이었고 선수들의 경험은 부족했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중거리슛으로 골을 먹혀버리니 선수들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늘 수비를 안정화시키고,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역습에 치중하다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작하자마자 골을 먹히면서 선수들의 멘탈이 붕괴되었다. 

전반을 1:0으로 마치면서 선수들은 후반전에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혔다. 설상가상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바이날둠이 결정적인 1:1찬스를 놓치면서 선수들의 아쉬움은 더해갔다. 그리고 후반전 10분, 발로텔리가 어려운 찬스에서도 결정력을 발휘하면서 골을 넣었다. 사실상 경기가 끝나버리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유효슈팅과 전체 슛팅기회는 아인트호벤이 많았지만 아비아티의 선방쇼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찬스들을 완벽하게 살려줄 공격수가 없었다. 결국 전술에서는 어땠을지 몰라도 세계적 선수들과 유망주들의 기량차이는 3:0의 스코어를 만들었다. 

박지성에게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기대치가 컸던 탓일수도 있다. 이날 경기에 뛴 22명의 선수들 가운데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 출장기록이 가장 많은 선수이다. 거기에 엄청난 커리어를 갖고 있고, 첫 경기에서의 깜짝 활약도 좋았다. 밀란 감독 알레그리는 박지성을 막기위해 데 실리오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는 적중했다. 데실리오가 박지성의 동선에 항상 위치하면서 박지성의 움직임의 파괴력을 최소한으로 줄여버렸다. 선수들은 개인 플레이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다. 

중원에서 연결이 잘 안되었던 터라 박지성을 마헤르 자리에 놓으면서 공격적인 조율을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박지성이 좋지 못한 활약을 했다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첫경기보다 훨씬 더 컨디션이 좋지 않아보였다. 데 실리오가 박지성을 강하게 마크했고, 이런 상황에서 압박을 풀기 위해서는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패스웍이 필요했지만 고립되는 상황이 잦았고, 2대1패스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이다. 

상대는 첫골을 쉽게 넣었기에 공격일변도로 나올 필요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박지성이 제대로 활약하기는 힘들다. 인정해야할 것은 박지성의 스피드나 개인기가 전성기때보다는 떨어졌다는 것이고, 현재 상황으로 수비를 중시했던 밀란을 뚫어내기는 힘들었다. 물론 한국에서는 최고의 선수이지만 현재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한다. 박지성이 슈퍼맨은 아니지 않은가. 

아쉬웠던 것은 함께 우측을 맡았던 풀백 조쉬 브레넷이었다. 브레넷은 상대편 아바테나 데실리오에 비하면 기량이 한참이나 안되는 선수였다. 공격진영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오버래핑을 보여주는 선수이기는 커녕, 전방 윙어에게 수비가담이 필수적으로 느껴지게할만큼 수비력도 떨어지는 선수였다. 박지성은 이 구멍을 막기 위해 전후방을 왔다갔다 해야했고, 결국 결과는 이른 교체로 이어졌다. 

박지성은 전반전이 끝난 후 5.53km 를 뛰면서 양팀 통틀어 2위의 기록을 보여주었다. 그가 피치를 벗어났을 때, 그의 활동량은 7.2km였다. 역시나 대단한 수치다. 전반전에 너무나 체력을 많이 소비하는 바람에 후반전까지 계속된 활동량을 유지할 수 없었다. 평소에는 이보다 더 좋은 활동량을 보여주는 선수이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컨디션이 확실히 좋지 않아보였다. 

박지성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챔피언스리그 55번째 경기는 이렇게 끝났다. 그가 한경기 부진했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의 55경기에 담긴 스토리를 안다면 말이다. 그는 최선을 다했고, 떨어진 기량에서도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며 제역할을 다해주었다. 이제는 유로파리그로 내려와 다시한번 유럽무대를 노크하게 된다. 유로파리그에서는 또 다른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