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선더랜드 임대, 도박아닌 도전되길

Posted by Soccerplus
2013. 8. 31. 08:55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기성용의 선더랜드 임대가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현지 오피셜은 아직 뜨지 않았으나, 기성용의 스완지 이적도 해외기사가 아닌 국내기사가 먼저 나왔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기성용의 임대는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셀틱에서 스완지로 이적한뒤 한시즌을 뛰고, 바로 다시 한시즌만에 다른 팀으로 임대가는 것이다. 

사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을 말그대로 노예처럼 뛰었다. 팀이 FA컵과 캐피털원컵, 그리고 리그를 병행하면서 기성용은 일주일에 3경기를 소화한 적이 있을정도로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했다. 그 때문에 체력관리가 잘 안되고, 후반기에 체력관리가 안된다든지 아니면 부상을 당한 것도 이부분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팀에서도 중요한 자원이었지만 지난 시즌 후반부터 감독과의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팀에서 많은 영입을 했고, 거기에 기성용의 자리를 위협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몇경기를 지켜본 결과, 기성용의 기량이 이들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우드럽과 다시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팀의 정상 전력에 들어가게 된다면 선더랜드보다 더 탄탄한 팀에서 유로파리그라는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임대를 택했다. 

기성용이 어떤 이유로 임대를 택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리고 라우드럽이 어떤 생각으로 그를 임대보냈는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그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만 듣고 평가를 해야한다. 선더랜드라는 팀이 스완지보다 매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기성용에게도 스완지가 더 잘맞는 옷인 것 같다라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임대로 결정이 났다. 

임대라는 것은 사실 도박에 가깝다. 팀에서도 큰 이적료를 들이지 않았기에 쓰다가 안맞으면 그만이다. 거기에 임대 후에는 다시 스완지 소속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라우드럽과의 불화는 완전히 끝난 일이 아니라 다시 마주쳐야할 숙명과도 같다. 단지 그 시기를 1년 뒤로 미뤄둔 것 뿐이다. 기성용에게는 월드컵이 중요했고, 그렇기에 더 경기뛰기에 좋은 선더랜드로의 이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선더랜드에 기성용이 100% 주전을 차지할만큼 중원이 비어있는 상태도 아니다. 중원의 2자리에 현재 3명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한자리는 팀의 핵심 멤버인 세바스티안 라르손이 차지하고 있다. 라르손은 지난 시즌에도 전경기에 출장하면서 7골을 넣었을 정도로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이다. 기성용은 남은 자리를 다른 선수들과 경쟁해야한다. 

바젤에서 뛰다 자유계약으로 들어온 아딜슨 카브랄, 전 주장이었던 리 카터몰, 거기에 크레이그 가드너도 중원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성용이 못 넘을 산은 아니지만 결코 쉬운 산도 아니다. 여기에 인테르 밀란의 쿠즈마노비치의 임대협상도 진행중이다. 많은 선수들이 이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기성용에게 갑작스러운 임대는 도박일수도 있다. 아직 문제들은 풀리지 않았고, 그렇게 원하던 주전자리도 쉽지는 않으니 말이다. 임대선수라는 제약도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하지만 스완지에 처음 입성할 때처럼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창의적인 패스를 해주면서도 안정된 수비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미드필더가 극히 드물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팀의 에이스가 되기보다는 라르손과 가장 잘 맞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먼저이다. 

지동원과 팀메이트가 된다는 것은 두 선수에게 득이 될 것이다. 팀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동원이지만 팀 내 적응력에 큰 문제가 없는 기성용이 합류하게 된다면 지동원에게는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컵대회에서 최악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혹평을 들었던 지동원이지만 디 카니오 감독은 그를 감쌌다. 디 카니오의 계획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제는 선더랜드에서 미래를 생각해야하는 두 선수이기에 지난 시즌 아우구스부르크처럼 좋은 파트너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아예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을 하고 팀내 확고한 주전자리를 차지해야한다. 기성용에게는 도피나 도박이 아닌 도전이 되어야 한다. 다시 스완지로 돌아갈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이번 시즌 맹활약을 통해 월드컵 이후 타팀이적을 생각할 정도의 활약을 해주어야 한다. 만약 이번 시즌 선더랜드에서 벤치워머로 전락하게 된다면 월드컵뿐만아니라 EPL생활도 위태로워질수가 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기성용이다. 상당부분 본인이 자초한 일일수도 있지만, 선수 실력을 폄하하기는 싫다. 우리나라에서는 단연 최고 기량의 선수이다. 축구선수는 말이 아닌 축구실력으로 말하는 법, 이번 새로운 도전이 그의 축구 인생에서 새로운 출발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