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전, 홍명보호의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9. 6. 09:15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아이티, 아직 대표팀이 한번도 붙어본적이 없는 상대다. 아프리카 팀으로 평가전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팀이라고 해도 맞겠다. 그만큼 상대팀의 전력이 약하단 뜻이다. 설상가상 아이티는 이번 경기에서 1.5군을 내세운다고 한다. 홈에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선수들을 맞아 싸워야 한다. 4경기 연속 승리를 낚아내지 못하고 있는 대표팀에게는 절호의 기회일수도 있다. 그간 있는듯 없는듯 올라왔던 홍명보호에 대한 비판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상대가 그만큼 쉬운 팀이기 때문이다. 

초점은 공격진에 맞춰지고 있다. 손흥민, 김보경, 구자철, 이청용, 지동원등 유럽파들이 합류했다. 거기에 약점으로 여겨진 왼쪽풀백에 윤석영과 박주호가 합류했다. K리거들을 중용했던 지난 네 경기와는 달리 스쿼드에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대로 월드컵을 나가도 우리나라에서는 머라 할말이 없는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홍명보호에서 처음으로 소집된 유럽파이다. 그리고 김보경, 구자철, 지동원, 윤석영등은 홍명보 감독이 청소년 대표팀시절부터 애지중지 키웠던 선수들이기도 하다. 홍명보의 축구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들이기도 하고, 홍명보를 대표팀 감독으로 만들어준 선수들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을 주전으로 기용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익숙한 선수들을 내세운다면 승리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홍명보감독은 다시한번 실험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어제 나온 대표팀의 훈련명단에서 베스트 11이 가려졌다. 우리가 기대했던 선수들 중 선발로 나오는 선수들은 손흥민정도 밖에 없다. 포백라인부터 거의 모든 선수들이 새로운 얼굴이다. 중원도 바뀌었고, 공격라인도 어느정도 변화가 있다. 

홍정호-김영권이 주전으로 자리잡은 센터백라인에서 곽태휘가 다시 부름을 받았다. 수비력은 불안하지만 역시나 세트피스에서의 파괴력이 좋은 선수다. 경험도 누구보다 많다. 여기에 황석호도 실험대상에 올라와있다. 좌우풀백은 윤석영과 이용이 맡을 예정이다. 

하대성과 이명주가 어느정도 치고나온 중원라인에서도 박종우와 한국영이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다. 이 두 선수의 활약상에 따라 대표팀의 중원은 경쟁구도가 치열할 수도 있다. 아직 기성용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선수가 치고나올수 있을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공격진에서는 상당히 의외의 선수들이 선발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측에는 고요한 세컨 스트라이커에 이근호, 좌측에는 손흥민이 선발로 나오고 센터포워드로는 조동건이 다시 기회를 부여받을 예정이다. 

유럽파들이 복귀했다고해서 서두르지 않는 표정이다. 오히려 유럽파들을 벤치에 앉히면서 크로아티아전을 대비하고 있는 듯한 인상도 받는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껏 상대했던 팀들가운데 가장 약한 팀인 아이티를 상대로 손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경기이지만 다시한번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처음에는 조금 실망스러운 선발라인업이었지만 홍명보감독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시간이 많지 않고, 한정된 시간내에서 많은 선수들을 실험하고 싶은 것이 감독의 바람일 것이다. 유럽파가 먼저 들어온다면 국내파 선수들에게도 그만큼 입지가 좁아진다. 팬들의 기대치도 유럽파에 맞춰질 것이고, 국내파 선수들은 그만큼 부담을 갖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파를 우선시한 선택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해외파가 주전급의 기량에 더 맞다고 생각하지만 국내파가 없이는 대표팀의 23인을 꾸릴 수 없다. 그리고 국내파선수들도 충분히 주전을 차지할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다. 홍명보의 색에 더 맞는 선수들을 찾는 것, 그리고 대표팀 유니폼의 중압감을 견딜 수 있는 선수들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아이티전을 치루면 앞으로 상대를 할 팀들은 모두 월드컵에서 만날 강호들이다. 브라질, 벨기에, 크로아티아등 우리나라보다 객관적으로 강한 팀들로 구성되어있다. 이 경기들을 위해 아이티전은 국내 선수들의 시험무대가 되어야 한다. 강호들을 상대로는 최고의 정예멤버로, 아이티와 같은 약체를 상대로는 실험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4경기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입지가 좋지 못하지만, 여전히 그의 소신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소신은 월드컵을 위한 든든한 토대를 닦기 위함인 것을 안다. 경기가 조금은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런 실험이라면 충분히 기다릴 각오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