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청용, 역시 에이스는 달랐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9. 7. 08:00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에이스는 달랐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많은 해외파들이 가세했지만 두 선수의 합류는 무게감이 달라보였다. 대표팀은 지난 4경기에서 한골을 넣었을 뿐이지만 어제 경기에서는 아이티를 상대로 무려 4골을 넣으면서 대승을 거뒀다. 홍명보호의 첫승이자, 골갈증을 풀게 만든 의미있는 경기였다. 

상대는 아이티였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선수는 전혀없고, 그마저도 1.5군으로 알려진 팀이었다. 큰 의미를 두고 경기를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대였다. 대표팀의 상대로는 부족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이번 경기는 다음주에 있을 크로아티아전을 대비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이번 경기를 이기지 못한다면 홍명보호의 무승기록이 기약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홍명보 감독은 2선에 손흥민, 이근호, 고요한을 투입시켰고 지동원을 원톱으로 두면서 공격자원을 조합하는데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근호야 평타정도의 활약을 펼쳤지만 지동원과 고요한의 활약이 매우 아쉬웠다. 최근 슬럼프에 빠진 지동원이나, 대표팀 옷을 입으면 작아지는 고요한이 미비한 활약을 펼쳤지만 왼쪽의 손흥민은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특히 첫번째 골장면은 그의 특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왼쪽측면에서 인사이드로 치고들어오며 한명을 제친뒤 그대로 슛, 이는 바로 골로 이어졌다. 홍명보호의 두번째 골이었다. 

하지만 골 이후, 오히려 아이티의 탄탄한 빌드업과정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이후에는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했다. 중원에서 이명주와 하대성의 패스미스가 아쉬웠다. 좌측면은 패스를 통해 기회를 만드는 느낌이었지만 우측면은 매우 답답했다. 여기에 지동원이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면서 오히려 위기를 내어주게 되었다. 그리고 전반 막판 헤딩골을 내어주고 말았다. 

대표팀의 답답한 악순환이 계속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 홍명보 감독은 후반전에 구자철과 이용, 그리고 이청용을 교체했다. 그리고 이청용의 존재감을 발휘하기까지는 단 3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청용은 후반 3분만에 빈공간을 노리며 아이티의 문전으로 침투했다. 이 과정에서 패널티킥을 얻어내면서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 과정이 중요했던게, 자칫잘못하면 아이티에 끌려갈 수 있는 분위기에서 바로 역전골을 기록하며 경기의 분위기를 풀어갈수 있었다. 

그리고 9분 뒤 이청용은 다시한번 패널티킥을 만들어냈다. 후반 12분 중앙선에서 볼을 잡은 이청용은 비어있는 공간으로 드리블을 해나갔다. 그리고 아이티의 세명의 수비수 사이를 뚫고 들어가면서 패널티박스로 진입했고, 패널티킥을 만들어냈다. 박빙의 경기를 순식간에 기울어버렸고 경기는 3:1의 일방적인 분위기로 바뀌어버렸다. 이청용의 투입이 바꿔놓은 분위기였다. 

우측의 이청용이 살아나게 되자 좌측의 손흥민도 덩달아 살아나기 시작했다. 손흥민의 움직임은 달랐다. 기회를 찾으려 시종일관 멈춰있지않고 움직였고, 한두번의 슛팅찬스에서도 공의 위력이 달랐다. 먼거리라고 느껴졌음에도 중거리슛은 위력이있었다. 궤적또한 세계적인 선수들의 그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후반 26분 이청용과 손흥민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청용이 좌측으로 이동하면서 골을 붙잡자 이근호와 손흥민이 빈공간을 찾았다. 바로 킬패스가 들어갔고, 이근호의 발을 거쳐 손흥민이 1:1 상황으로 이어졌다. 손흥민은 골키퍼까지 제치면서 두번째 골을 넣었다. 4:1 경기가 결정나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막판 골찬스를 잡았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해트트릭을 놓쳤고, 이청용도 김보경의 마지막 슛이 빛나가는 바람에 어시스트 해트트릭을 놓쳤다. 하지만 각각 2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대표팀의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이청용이야 2010년부터 대표팀의 살림꾼이었고, 손흥민은 차기 에이스로 꼽혔던 전력이었다. 두 선수가 좌우를 이렇게 잘 맡아주게 된다면, 내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우리나라의 좌우라인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해있다. 

이제 해결해야할 부분은 원톱, 그리고 구자철과 김보경의 공존문제이다. 지동원이 이번 경기에서 무척이나 부진했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좋은 팀을 찾는 것이 선수의 폼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문제였던 득점력의 문제는 두 에이스의 가세로 어느정도 풀린 것 같다. 이제 남은 몇가지의 과제들을 잘 풀어 점점 더 발전하는 대표팀의 모습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