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과 김보경, 대표팀서 공존할 수 있나

Posted by Soccerplus
2013. 9. 9. 09:00 해외파 이야기/구자철


2000년대 중반,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한가지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다. 바로 제라드와 램파드의 공존문제였다. 세계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가 두명이나 있었던 잉글랜드 대표팀이었지만 두 선수가 같이 출장할 때마다 두 선수의 장점이 상쇄되어버리고 말았다. 두 선수의 공격적성향과 플레이스타일이 겹치는 바람에 두 선수모두 윈윈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제라드가 포지션을 옮기면서 이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된 듯하다. 

지금의 대표팀에도 비슷한 딜레마가 있다. 바로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구자철과 김보경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두 선수모두 지난 경기에서는 후반 교체출장했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명이나 놓은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구자철이 포지션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구자철은 소속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지만 공격형 미드필더가 더 어울리는 선수이다. 키핑이나 패스, 그리고 경기를 읽는 능력은 우리나라에서 최고 수준이다. 특히 그를 중심으로 팀이 짜여졌을 때, 그는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제주에서도 그랬고, 런던 올림픽대표팀에서 그러하였으며, 아우구스부르크에서도 그랬다. 공격작업의 중심에서서 전체적인 플레이를 이끌어가야하는 선수다. 홍명보 감독의 세대별 대표팀에서도 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보경은 최근 소속팀 카디프에서 연일 놀라운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윙포워드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 변화를 주면서 한껏 자신감이 오른 상황이다. 최근 우리나라 해외파중에 가장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측면 미드필더를 하던 선수이기때문에 드리블링도 좋고, 타고난 축구 센스가 있는 선수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포지션에서 필요한 패스능력과 공격능력을 갖추고 있다.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있지만 두 선수를 모두 공격형 미드필더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구자철의 중앙 미드필더로의 이동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만약 기성용이 대표팀에 돌아온다면 두 선수중 한 선수는 분명히 벤치에 앉아야 할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최대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의 출전이 더 바람직하다. 

김보경이 측면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길수도 있지만 이역시도 그리 가능성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대표팀의 좌우에는 새로운 에이스인 손흥민과 이청용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원톱으로 옮겨가고 김보경이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홍명보 감독의 스타일상 손흥민은 원톱보다는 윙포워드에 가깝다고 생각을 해야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구자철의 제로톱을 실험하고자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구자철이 제로톱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대표팀의 원톱 고민도 해결되고 김보경과의 공존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문제는 제로톱이라는 전술을 하루아침에 이해하고 소화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전술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해도 본선에서의 파괴력을 장담할수도 없다. 

행복한 고민이다. 좌우와 중앙 미드필더까지 어느정도 주전과 비주전이 갈려있는 상황에서 공격의 핵심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자리에서 선수가 너무 많아 누구를 써야할지 모르는 것. 구자철이 조금 더 앞서있다고 생각하지만 김보경이 현재 카디프에서의 폼이라면 구자철의 자리를 위협하고도 남는다고 본다. 대표팀의 주전이 확실하게 느껴졌던 구자철에게도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두 선수를 어떻게 활용하는 가도 홍명보호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두 선수가 함께 나와 좋은 파트너쉽을 보여준다면, 우리나라의 공격은 훨씬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선수의 첫 공존실험은 내일부터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