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시프트' 성공할 수 있을까

Posted by Soccerplus
2013. 9. 10. 09:07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오늘밤 크로아티아와의 친선경기가 열린다. 크로아티아 지난 2월 우리에게 4:0이라는 치욕을 남긴 상대이다. 당시 본인도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이 경기를 직관했었는데 수많은 팬들에 비해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당시 모드리치에게 아무런 저항도 못해보고 패했던 기억이있다. 이청용과 손흥민, 지동원정도만이 어느정도 희망을 보여준 경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7개월만에 상황이 바뀌어 두 팀은 다시한번 맞붙게 되었다. 장소도 영국 런던에서 한국 홈경기로 바뀌었고, 한 팀은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었지만 한 팀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한 팀은 대표팀의 감독이 바뀌었으며 한 팀은 주축 선수의 대부분이 이번 원정길에 합류하지 못했다. 크로아티아는 1.5군으로 경기에 임하겠지만 여전히 강한 상대임은 확실하다. 

2월 당시 우리나라는 해외파 선수들을 총출동시켰다. 하지만 결과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조직력에서 문제를 크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중원싸움에서 완전히 지는 경기를 했었다. 팀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기를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사령탑을 맡게 되면서 어느정도 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아이티전의 네번째 골은 그간 대표팀에서는 보지 못했던 유형의 골이었다. 희망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할 선수는 단연 구자철이다. 구자철은 홍명보감독이 청소년 대표팀, 아시안 게임, 올림픽을 차례로 맡으면서 길러낸 핵심 선수였다. 늘 주장완장이 그에게 갔었을 정도로 그의 능력을 높이샀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도 본인의 위치와 맞지 않는 포지션을 뛰고 있고, 대표팀에도 그의 자리에 김보경이 들어오게 되면서 그의 포지션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경기는 구자철의 포지션 변경으로 인한 구자철 시프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명보 감독은 알려진대로 구자철을 전방에 기용하는 제로톱 전술을 시험해 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래에는 손흥민, 김보경, 이청용이 차례로 서게 된다. 아직 대표팀에서는 한번도 구현해보지 못한 전술이다. 피지컬이 뛰어난 공격수를 활용했던 최강희 감독이나 박주영이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던 조광래 감독 체제에서는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들어오면서 대표팀의 색이 변하고 있다. 특히 원톱위치에서 많은 선수들을 시험해보고 있지만, 아직 맘에 드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구자철이 제로톱의 위치에서 성공할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보다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대표팀의 중원이 아직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탄탄한 중원진이 받춰줘야 가능한 포메이션이다. 그리고 아이티전 후반전 교체되어 들어오면서 시도했던 구자철의 제로톱 전술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구자철이 미미한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볼터치를 많이 가져오지 못했다. 4일의 시간이 있었지만 하루아침에 완성될 전술은 아니다. 

그리고 훈련과정에서 홍명보 감독은 다른 새로운 포메이션을 시도했다. 구자철을 소속팀에서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로 내리고 그의 짝으로 수비력이 뛰어난 한국영을 배치한 것이다. 그리고 원톱자리에는 조동건이 위치했다. 구자철을 중앙 미드필더에서 사용하면서 하대성, 이명주대신 한국영을 시험했다. 중앙에 김보경, 구자철, 한국영이라는 올림픽 대표팀의 핵심멤버로 이끌어가면서 안정감을 꾀했다. 

이역시도 문제는 있다. 이런 찬스를 해결해줄 원톱자리에 과연 조동건이 그 압박감을 견뎌낼 수 있느냐하는 문제이다. 김동섭과 서동현은 실패로 끝났고, 김신욱은 대표팀 원톱자리에는 스타일이 맞지 않는 듯 하다. 이동국은 아직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듯 하다. 조동건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원톱 자리의 선수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주지 못하는 이상 여전히 미봉책인 전술이다. 기성용이 돌아온 뒤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일단 가장 좋은 것은 구자철 제로톱이 완벽한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그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있기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의 원톱자원은 과연 없는 것일까. 조동건에게도 기대감을 가져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