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전 패배가 준 승리보다 값진 교훈

Posted by Soccerplus
2013. 9. 11. 09:13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승리는 달다. 언제나 승리한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그 경기가 월드컵 결승전이 되었든 초등학교 체육시간의 반대항 축구가 되었든 이기면 기분이 좋다. 승리는 많은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패배는 달지 않지만 유익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단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분명히 알려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어제 크로아티아전 패배는 분명 유익한 패배였다. 단순히 공격진의 골결정력 부족 뿐만아니라 많은 부분의 현실을 알려줄 수 있는 경기였다. 우리가 잘했던 점, 잘 못했던 점이 확실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그동안 수비는 괜찮지만 공격은 좋지 않다. 공격의 답답함이 특히 강조되어 다른 부분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전의 2:1패배는 공격의 답답함뿐만아니라 수비의 아쉬움까지 알려줄 수 있었던 경기였다. 

1. 센터백, 아직 안정적이지 못하다

이번 경기에서는 김영권과 곽태휘가 짝을 이뤄 경기를 나섰다. 곽태휘는 세트피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수비력에서는 여전히 불안함을 노출했다. 곽태휘에 대한 실험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한 결과로 막이 내렸다. 김영권역시도 수비가 불안했다. 아이티전보다 더 불안한 모습이었는데 홍정호와 짝을 이룰때가 더 나았다라는 생각이다. 김영권의 빌드업능력은 정말로 좋았다. 이점은 분명히 칭찬해 줘야할 부분이다. 

2. 윤석영의 부진, 해외진출만이 능사는 아니다

좌측풀백에서 선발로 나섰던 윤석영은 이날 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상대의 오른쪽 풀백이 상대의 에이스나 마찬가지였던 다리오 스르나라는 점도 있겠으나, 오버래핑도 올림픽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좌측에서 윤석영이 받쳐주질 못하니 손흥민이 미드필더 아래까지 내려와서 수비를 해야했다. 개인적으로 윤석영의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봤었는데 이제는 그저그런 풀백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무조건적인 해외진출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 부분이었다. 

3. 기성용의 부재, 여전히 느껴진다

이번 경기에서는 구자철과 박종우가 중앙에서 선발출장했다. 저번 경기에서는 하대성과 이명주가 나왔다. 그리고 네 선수들모두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미드필더에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기성용의 안정감있는 피딩이 그리웠던 경기였다. 기성용이 후방에서 볼을 잡고 배급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보였는데, 이번 두 경기를 통해 그 역할을 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코너킥이나 세트피스과정에서도 날카로운 킥력이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4. 손흥민과 이청용은 이미 월드컵 수준이다

두 경기에서 답답함이 있었지만 좌우의 손흥민과 이청용은 답답한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었다. 손흥민과 이청용의 좌우날개는 경기마다 놀라움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두 선수모두 드리블로 한두명을 가볍게 제치면서 경기를 활발하게 만들었음은 물론, 수비진에서 볼을 잡은 상황에서 공간침투를 통해 한번에 골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두 선수가 공을 잡으면 기대가 되었다. 두 선수는 이미 월드컵에 도착해있었다. 

5. 구자철은 역시 공격형 미드필더가 어울린다

구자철은 이번 두 경기 내내 실험의 대상이 되었다. 아이티전과 크로아티아전의 후반전에서는 제로톱으로, 크로아티아전 전반전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꿔가며 플레이했다. 하지만 두 경기에서의 플레이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때의 파괴력보다 좋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구자철의 크로아티아전은 그가 국가대표팀에 들어온 이후 최악의 경기였다고 본다. 구자철과 김보경의 공존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6. 제로톱가운데에는 이근호제로톱이 가장 낫다

이도 저도 못할 제로톱이라면 그나마 제로톱자리에 이근호가 있는 것이 가장 좋아보였다. 이근호는 투박하지만 오프더볼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국내탑이다. 많은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어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공간은 손흥민이나 이청용이 파고든다면 기회가 많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종료직전 만회골과 같이 헤딩이나 결정력이 좋은 선수이다. 그의 움직임을 이용한다면 그간 시험했던 많은 선수들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