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트호벤 마저...꼬여만 가는 박지성의 말년

Posted by Soccerplus
2013. 9. 20. 08:52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혹시 유럽축구를 좋아하는 독자가운데 루도고레츠라는 팀을 들어본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도 처음 들어본 팀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불가리아에서 소속된 팀이라고 한다. 유럽축구의 중심과는 떨어져도 한참을 멀리 떨어진 팀이다. 그리고 아인트호벤은 이 루도고레츠라는 팀을 홈으로 불러들여 유로파리그 조별예선 첫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경기는 너무나 한심하게 끝났다. 홈에서 펼쳐진 경기였지만 아인트호벤은 제대로된 플레이를 한차례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0:2로 패배했다. 완패였다. 공격과 수비, 그리고 미드필더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박지성은 후반 15분경 출장해 약 30분간 경기를 뛰었다. 물론 박지성이 뛴다고 해서 달라질만한 경기력은 아니었다. 

수비조직력이 엉망이었다. 호모에트와 헨드릭스가 중심을 잡아주어야 하지만  허둥지둥 거리며 찬스만 헌납했다. 아직 포백의 조직력이 엉망이었고, 어느정도 조직력을 갖춘 팀이라면 어렵지 않게 골문을 공략할 수 있어보였다. 이는 유럽 축구 변방의 루도고레츠라는 팀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다음에 있을 아약스전을 대비해 주전들에게 휴식을 준다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이번 경기는 너무나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중원에 스트로트만이 빠지면서, 아인트호벤의 미드필더 플레이는 과정이 생략되기 일쑤였다. 토이보넨 혼자 고군분투하는 미드필더진이었고, 양쪽의 윙어들은 패스보다는 저돌적으로 개인돌파를 시도했다. 물론 이들의 돌파력이 상대를 완벽하게 뚫어낼리는 없었다. 경기마다 이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은 고역이었다. 박지성이 이들의 뒤에서 어느정도 중심을 잡아주기는 했지만, 혼자서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몇경기를 본결과, 내 느낌은 QPR과 크게 다를바가 없는 팀이라는 것이다. 물론 박지성이 출전하고 하지 않고의 차이는 있겠지만, 타랍, 마키등 두드러지는 선수들이 없을 뿐, 많은 선수들이 골고루 수준이하의 플레이를 계속하고 있다. 기회를 끝맺음해주는 센터포워드의 기량도 수준이하이고, 공격을 이끌어주는 미드필더라인의 조직력도 한심하다. 

QPR에서나 아인트호벤에서나 박지성의 역할은 똑같다. 많은 활동량을 커버하면서 이들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것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어린 선수들에게 공을 뿌려주는 역할과 함께, 이들의 무리한 공격에 공을 빼앗기면 일차적으로 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늘 맨유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그를 야심차게 영입했던 필립 코쿠감독도 이런 경기력이 계속된다면 감독자리를 유지하기 힘들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6경기에서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한 아인트호벤이고, 결과보다 경기력은 더 심각하다. 20대 초반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내는데 성공하지 못했고, 전술적으로도 탁월한 능력은 없어보인다. QPR시절, 그를 데려왔던 마크 휴즈가 경질당하면서 박지성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런 좋지 못한 기억을 반복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된다. 

발전을 해야하는 팀이다. 박지성을 제외하고는 팀의 주축 선수들이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전을 위해선 그 방향이 보여야 한다. 아직은 그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듯 한다. 박지성이라고 하나의 팀을 그의 수준에 맞게 업그레이드 시킬수는 없다. 메시나 호날두가 나타나면 모를까, 혼자서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말년이 꼬여도 너무나 꼬인 느낌이다. 이 곳을 와도, 저곳을 가도 박지성에게는 매경기 짐을 들고 경기에 나서는 것만 같다. 다음 경기는 리그 최고의 라이벌 아약스와의 경기이다. 이 경기에서는 어느정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지, 박지성의 역할은 무엇일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