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1골 1AS, 맨유 이후 최고의 경기였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9. 23. 07:59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6경기동안 승리를 얻지 못하던 아인트호벤의 코쿠 감독은 이번 경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리그 최고의 라이벌이자 우승경쟁자가 될 아약스와의 경기, 홈에서 펼쳐진 이 경기는 당연히 승리를 거둬야 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쉽지는 않은 경기였다. 네덜란드 리그의 최고의 라이벌전은 한 임대선수의 맹활약에 의해 쉽게 결판이 났다. 혼자서 1골 1어시스트, 그리고 4골중 3골에 관여한 박지성이었다. 

맨유를 떠난 이후 팬들의 뇌리에 남는 경기가 없었다. QPR시절에는 최악의 일년을 보내야했고, 아인트호벤에 와서도 밀란과의 챔스리그 첫경기를 제외한다면 이렇다할 경기는 없었다. 하지만 어젯밤의 경기는 박지성이 맨유를 떠난 이후 최고의 경기라고 칭해도 무방할 것 같다. 1골 1어시스트를 올렸지만 그의 경기력은 1골 1어시스트 그 이상이었다. 

얼마전 네덜란드 언론에서 박지성의 체력이 풀타임을 소화하기는 부족한 것이라며 그를 은근히 꼬집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팀내 최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공격과 수비 모든 범위에서 맹활약하면서 상대를 위협했다. 오른쪽 윙으로 선발출장했지만 그는 포지션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 혼자서 수비를 달고 다니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거나, 수비시에는 풀백 바로 위의 자리까지 내려와서 커팅과 태클을 도와주었다. 

팀이 1:0으로 리드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박지성의 클래스가 빛을 발했다. 박지성은 역습상황에서 좌측의 빌렘스에게 공을 연결했다. 빌렘스는 측면을 따라 치고 들어가다가 중앙으로 방향을 돌렸다. 수비가 세명이 있었지만 그의 인사이드 컷팅을 막을 선수가 없었다. 중앙에 있던 박지성이 좌측으로 쇄도해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두명의 수비수를 데려온 것이었다. 빌렘스는 한 번의 방향전환으로 골찬스를 만들었고, 2:0이 되면서 경기가 순식간에 기울었다. 골도, 어시스트도 아니었지만 박지성의 공간판단력이 골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어시스트를 기록한 세번째 골장면에서도 박지성의 노련미가 빛났다. 오늘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오른쪽 윙어자리에서 출전하게 되면서, 앞에 공간이 생기면 도전적으로 치고나오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이번 어시스트 장면에서도 오른쪽 측면을 타고 올라가다가 크로스 기회를 만들었다. 마타브즈가 앞으로 치고나가자 뒷공간이 열렸다. 힐레이마르크가 손짓을 했고 박지성은 낮은 크로스로 그에게 기회를 줬다. 이게 세번째 골로 연결되면서 3:0이 되었다. 사실상 경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박지성의 골 장면에서는 침착한 마무리가 돋보였던 것 같다. 물론 그 이전에 옵사이드라인을 무너뜨리는 움직임도 좋았다. 마타브즈의 제공권을 부담스러워했던 아약스의 수비수 두명이 헤딩 경합에서 박지성을 놓쳤다. 박지성은 그대로 옵사이드라인을 무너뜨리고 1:1 상황에서 상대 수비가 먼거리에 있음을 확인하고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경기장이 다시한번 박지성의 응원가로 물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은 23개의 패스가운데 1개를 빼고 22개를 모두 성공시켜 96%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양팀 선수들을 합쳐 가장 높은 패스성공률이었다. 특히 박지성의 패스는 공격시 상대의 압박이 적지 않은 곳에서 이뤄졌다는 것에서 의미를 더 둘만하다. 상대의 압박에서도 간결한 원터치 패스로 여유있게 소유권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23개의 패스가운데 키패스만 4개였다.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다. 

박지성은 아약스전에서 맹활약을 하면서, 빅경기에서의 활약을 이어갔다. 맨유시절 빅클럽을 상대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던 그의 활약상이 생각났다. 중소리그 최고의 빅경기에서 박지성은 MOM에 선정되었고, 말 그대로 이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임대생의 신분이지만 팀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도전적인 개인플레이도 중요하지만 팀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박지성의 노련함이다. 아약스전에서 빛을 발했고, 정말 오랫만에 박지성의 웃음을 경기중에 보았다. 역시 박지성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경기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