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난파선 선더랜드, QPR악몽 반복하나

Posted by Soccerplus
2013. 9. 25. 09:07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지난 일요일, 선더랜드의 파올로 디 카니오 감독이 경질되었다. 디 카니오 감독은 지난 시즌 6경기를 앞둔 시점부터 선더랜드의 사령탑을 맡았고, 이번 시즌이 시작된뒤 5라운드만에 경질되었다. 선더랜드는 후임 감독을 물색하고 있고, 디 카니오는 리그 11경기만을 지휘한 결과를 남긴채 선더랜드의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아직 시즌이 5라운드밖에 진행이 되지 않은 가운데, 디 카니오에 대한 경질은 조금 이른 느낌이 든다. 디 카니오가 지난 시즌 선더랜드를 강등에서 구해낸 기억을 생각해보자면 너무 이른 결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아직 경기를 5경기밖에 하지 않았고, 5경기가운데 1무 4패라는 형편없는 결과만을 남겼지만, 아직 리그는 33경기가 남아있다. QPR서 무승행진을 계속하던 마크휴즈도 11월까지 자리를 보전받았고, 선더랜드의 전 감독 마틴 오닐역시도 32라운드까지 지휘봉을 잡았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지동원과 기성용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선더랜드의 추락은 더욱 더 안타깝다. 디 카니오가 많은 독일 이적 요청을 거절했던 지동원이고, 여름 이적시장 막판 열렬한 구애끝에 데려온 기성용이기에 한국팬으로써 디 카니오의 경질을 그렇게 반갑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디 카니오가 좋지 않은 결과를 남길 것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된 부분이었다. 일단 지난 시즌 선더랜드가 막판 대반전에 성공했지만, 결코 디 카니오가 잘해서 선더랜드가 잔류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잔류왕 위건과 끝까지 혼전을 벌엿지만 위건은 막판 FA컵이라는 변수가 작용했고,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강등을 하고 말았다. QPR과 레딩이 독보적으로 강등권에서 자리를 잡았고, 위건이 이를 뒤따라왔기에 3팀의 강등팀이 선더랜드의 경기력과는 상관없이 확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선수시절부터 악동으로 악명이 높았던 디 카니오의 성격은 감독으로 부임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부분이 선수단을 장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안하무인식의 선수단 장악은 선수들의 반발을 샀다.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이적명단에 올랐고, 이적을 했다. 대니 그래엄이나 스테판 세세뇽, 아메드 엘모하마디, 제임스 맥클린등 주축선수들을 내보냈다. 그리고 디아키테, 카르바할, 알티도어, 마브리아스, 기성용등 많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팀의 색깔을 완전히 바꾸기를 원한 것이다. 

팀내 분위기는 이에 반해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이 훈련에 진지한 태도로 임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고, 디 카니오는 성격을 죽이지 못하고 경기력이 좋지 못한 선수들에게 공개비판을 퍼부으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결국 선더랜드의 고참급 선수들이 직접 운영진들에게 디 카니오의 경질을 요구했다. 선수들은 불만이 가득하고, 감독도 이에 화를 죽이지 못하면서 서로에 대한 불화가 싹텄고, 결국 이 부분에서 경질이 감행된 것이다. 

흡사 지난시즌 QPR을 보는 듯 하다. 새로운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간의 불화, 그리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했던 마크 휴즈, 그리고 이의 뒤를 이은 레드냅까지. 결국 내부의 문제는 외부의 경기력으로 드러나기 마련이었고, 이는 현재 선더랜드의 처참한 경기력과 감독 경질이라는 설상가상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마크 휴즈가 해내지 못한 일을 얼토당토않게 처리하다가 더 큰 화를 본 레드냅의 선례를 볼 때, 선더랜드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단 많은 선수들이 불만이 가득한 상황이고, 선수단이 개편되었으며 그 선수들 사이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선수단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다면 또 한번 고참선수들이 회장을 찾아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지동원과 기성용은 그야말로 난파선을 탄 것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기성용이야 주전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플레쳐와 알티도어가 버티고 있는 공격진에 지동원의 자리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 와중에 지동원에게 꾸준히 기회를 부여하던 디 카니오가 감독직에서 물러나면서, 지동원의 입지는 더욱 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QPR에도 두 명의 한국 선수가 있었는데, 참 웃기게도 두명의 한국선수가 있는 EPL팀에서 다시한번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첫번째 난파선에서는 베테랑도 기대주도 모두 침몰되었는데, 두번째 난파선에서는 두명의 선수가 모두 안전하게 구출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