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또다시 시작된 120분의 희망고문

Posted by Soccerplus
2013. 9. 26. 09:13 해외파 이야기/박주영


2년전이 기억난다. 박주영이 아스날에 입단하고, 초반 3~4개월간 꾸준히 교체멤버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당시, 박주영의 앞에는 반 페르시라는 거함이 있었다. 당시 반 페르시는 리그의 전경기를 출장하며 엄청난 활약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의 서브에는 샤막이 있었고, 겨울이적시장에서 앙리가 잠시 임대를 오기도 했다. 박주영은 공격수중 4순위였다. 그리고 후반기에는 점점 벤치에서도 밀려나기 시작했다. 

박주영을 보기 위해 아스날의 경기를 보았던 나에게는 매 경기가 희망고문이었다. 혹시라도 벤치에 앉아있는 날이면 박주영이 몸을 푸는지 안푸는지 혹은 팀의 교체카드가 공격수가 될지 수비수가 될지 계속해서 지켜봐야 했다. 선발과 서브명단이 나오는 경기시작 1시간전에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늘 돌아오는 것은 실망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난 시즌은 셀타비고에서 뛰었다. 그리고 셀타 비고로 가게되고 자신의 등번호를 빼앗기면서 또 한번 굴욕을 당했다. 다시는 아스날의 1군무대와는 인연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틀전 아스날의 훈련사진에서 머리를 짧게 자른 박주영의 얼굴이 보였다. 아스날 선수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갑자기 그런 사진이 올라오니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팀에는 지루, 벤트너, 사노고와 같은 공격수들이 있지만 지루이외에는 팀의 확실한 전력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리그 경기는 둘째치고라도, 중요성이 덜한 컵대회에서는 박주영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피털원컵은 늘 상위권팀들에게는 2군멤버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새벽 펼쳐진 웨스트브롬과의 캐피탈원컵 경기에서 박주영은 벤치멤버로 경기장에 나섰다. 벤치멤버만해도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었다. 

경기의 양상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에게는 박주영의 출장여부만이 중요했다. 아르센 벵거감독은 유망주위주의 선발라인업을 내세웠다. 골을 넣은 아이스펠트는 괜찮다고 생각을 할 수 있을만한 활약상을 보였지만 반대편에 나온 미야이치 료의 경기력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유망주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활약을 보이며 앞으로의 전망을 어둡게 했다. 

나의 관심은 어린 윙어들보다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니클라스 벤트너에게 쏠렸다. 벤트너가 예상외의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박주영에게 기회는 매우 줄어든다. 하지만 벤트너가 늘 그랬듯, 답답한 플레이를 연속해서 보여준다면 박주영에게도 기회가 돌아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벤트너는 첫골을 어시스트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좋은 찬스가 그에게서 끊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후반전 중반부터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않은 벤트너가 헉헉거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여름 프리시즌 훈련을 확실하게 소화하지 못했고, 얼마전까지도 덴마크에서 몸을 만들던 그였다. 연장전이 가까워질수록 박주영의 출장가능성은 높아졌다. 박주영은 몸을 풀기 시작했고, 교체를 지시받고 축구화끈을 다시 묶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아르테타가 경미한 부상을 토로했다. 공격만큼이나 지지않는 경기가 중요했던 아스날은 결국 벤트너가 아닌 아르테타를 교체해주었다. 

박주영은 이렇게 이번 경기에도 출장에 실패했다. 그리고 이 패턴은 앞으로 많은 컵대회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아스날이 컵대회에서 16강에 올라오면서 박주영에게 한번 더 기회가 생기긴 했지만 상대가 첼시이기때문에 어느정도 정예멤버를 내세우진 않을까라는 우려가 앞선다. 

어린 유망주들도, 그리고 벤트너도 벵거감독의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올리비에 지루로 모든 시즌을 소화하기엔 분명히 힘든일이다. 아직 박주영을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다. 기회가 주어질지 않주어질지는 모르지만 한번의 기회라도 그에게 생긴다면 확실하게 잡아내야한다. 다시한번 시작된 희망고문, 기회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박주영을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팀을 위해 그의 부활을 다시한번 멀리서나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