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원의 스페셜한 용병술, 첼시를 구했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10. 7. 08:59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스페셜 원이라는 별명이 이렇게도 잘 어울리는 감독이 있을까. 올시즌부터 새롭게 첼시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조세 무리뉴는 어제 열린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노리치와의 경기에서 자신이 왜 특별한 존재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신들린 용병술로 백중세의 경기를 순식간에 뒤집어 버렸다. 감독의 역량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기였다. 

첼시에게는 질 수 없는 경기였다. 아스날과 리버풀이 치고 나오는 상황에서 더 이상 벌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맨시티, 토트넘등 올시즌은 맨유를 제외하고 강호들이 일찌감치 초반부터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고, 리그에서 중하위권에 속하는 노리치를 상대로는 반드시 승리를 노려야 하는 경기였다. 

첼시는 마타, 오스카, 쉬얼레를 2선에 배치하고 뎀바 바를 원톱에 놓는 전술을 사용했다. 지난 경기에서 엄청나게 많은 활동량을 기록한 뎀바 바를 믿는 듯한 분위기였다. 원톱이 아직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의 골보다는 많은 활동량을 통해 2선 공격수들의 침투를 노리기 위함이었다. 

첼시는 시작하자마자 오스카가 골을 기록하면서 쾌조의 시작을 했다. 오스카가 골을 넣었고, 선수비후역습 카드를 들고 나온 노리치의 계획은 무너졌다. 하지만 노리치는 한 골을 먹고 당황하거나 급하게 전술을 변경하지는 않았다. 수비라인을 깊숙히 내린채, 상대의 침투를 좋은 포지셔닝으로 방어했다. 수비수들의 위치선정자체가 좋았고, 첼시는 몇번 패스를 이어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공을 빼앗겼다. 

추가골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전반 초반 뎀바 바의 단독찬스를 제외하고는 찬스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노리치의 탄탄한 빌드업에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노리치도 밀리지 않는 경기를 했지만, 마지막 패스를 풀어줄 선수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후반전, 탄탄한 압박으로 기회를 만든 노리치는 필킹턴의 동점골로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자 무리뉴가 교체카드를 쓰기 시작했다. 골을 허용한지 5분만에 사무엘 에투를 기용하더니, 그 2 분 뒤에는 애쉴리 콜을 빼고 에당 아자르를 투입하는 강수를 두었다. 포백이 쓰리백으로 변경되었고, 좌측 윙백으로 쉬얼레가 그리고 좌측 윙포워드로 아자르가 섰다. 공격가담능력이 뛰어난 이바노비치를 좌측센터백으로 옮기기도 했다. 극단적인 비대칭전술이었다. 상대의 오른쪽 수비가 약한 것을 깨닫고 한 곳만 노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전술변경이었다. 

교체카드가 발동하자마자 첼시는 노리치의 오른쪽 측면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중앙 미드필더들도 오른쪽으로 내려와 수비를 도와줘야했고, 쉬얼레와 아자르, 두 선수가 이 부분을 흔들자 노리치의 수비진이 무척이나 흔들렸다. 아자르가 등장하고 8분 뒤, 무리뉴 감독은 반대편 윙어도 바꿔주었다. 윌리안을 투입하면서 우측으로 쏠린 상대수비를 괴롭히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리고 연속골이 터졌다. 윌리안이 등장하자마자 3분뒤의 일이었다. 아자르와 윌리안이 연속골을 넣으면서 첼시는 3:1승리를 가져왔다. 답답하던 경기속 세장의 교체카드를 연거푸 사용하면서 경기의 전세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가히 스페셜한 용병술이라 칭해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놀라웠다. 흔히들 교체카드를 두고 조커라는 말을 쓰는데 이렇게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는 조커는 또 처음이었다. 

노리치에게 지는 경기를 한다면 첼시에게도 부담이 되는 결과였다. 하지만 무리뉴는 이기기 위해 왔으므로 위험을 감수했다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전술을 설명했다. 포백의 쓰리백 전환, 좌측으로 몰리는 비대칭 전술, 그리고 무너진 오른쪽 측면을 뚫기 위해 다시 윌리안을 투입. 쉴새없이 몰아친 벤치에서의 용병술은 그대로 비길수도 있었던 경기를 3:1 완승으로 바꾸어버렸다. 무리뉴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비대칭 전술이나, 포백을 쓰리백으로 돌리는 전술은 흔치않다. 하지만 무리뉴이기에 가능했던 용병술이 아닌가 싶다. 많은 2선자원들을 활용하기 위해 쉬얼레를 윙백으로 내리고, 2선 공격수들을 넷이나 투입하면서 상대를 융단폭격했다. 유달리 많은 선수들이 이적해온 첼시, 올시즌 최고의 영입은 이 선수들이 아니라 바로 무리뉴를 다시 데려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