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밀린 카가와, 위기는 이제 시작일뿐

Posted by Soccerplus
2013. 10. 9. 07:52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박지성의 맨유시절, 수많은 위기설을 접했던 우리에게는 매시즌마다 나왔던 위기설이 나중에는 우습게 들렸다. 다시한번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랬기에 박지성의 QPR이적기사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그만큼 수많은 위기기사를 접했기에, 2011-2012시즌 중후반 박지성이 겪었던 많은 위기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박지성은 당시 팀내 3위의 주급을 자랑하는 베테랑이었고, 퍼거슨과의 파트너쉽도 매우 좋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박지성의 QPR이적과 함께, 맨유에는 한 명의 동양인 선수가 이적했다. 카가와 신지, 도르트문트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맨유로 입성했다. 지난시즌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EPL최초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고, 시즌 막판에는 많은 경기에서 선발로 나오기도 했다. 반 페르시이전, 퍼거슨이 영입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준척급의 영입이었다. 

하지만 퍼거슨이 은퇴하고, 모예스가 감독직을 맡으면서 카가와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카가와 신지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한 경기, 커뮤니티 실드에서 한 경기,캐피털 원컵에서 한경기,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한경기를 출장했다. 리그에서 한경기는 전반전만 뛰고 교체를 당한 것이었고, 나머지 두 경기모두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커뮤니티 실드에서도 후반 10분을 남겨두고 출장했을 뿐이다. 맨유가 이번 시즌 소화한 경기는 11경기, 그 가운데 4경기에 나왔을 뿐이다. 

공격형미드필더, 혹은 쉐도우 스트라이커에서 뛰는 카가와 신지지만 그 자리에는 웨인 루니라는 팀의 주축선수가 자리하고 있다. 그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던 경기에서는 웰백이 나왔다. 카가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시즌에는 좌측미드필더로 자주 출장했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최악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애쉴리 영에게 밀렸고, 지난 경기에선 야누자이가 두 골을 넣으며 새로운 스타로 탄생했다. 

야누자이라는 팀의 영건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카가와에게는 큰 타격이다. 일단, 카가와의 입지가 18세의 어린 선수에게 밀렸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카가와를 시험하기보다 팀의 어린 선수를 시험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그 기회에서 야누자이는 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쉐도우 스트라이커에서도 3순위, 왼쪽 미드필더 경쟁에서도 3순위로 밀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카가와의 위기를 보면서 과거 박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호날두, 긱스, 나니 등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윙어진들과 함께 뛰었던 과거, 박지성은 매시즌마다 위기설을 겪어야 했다. 늘 기자들의 공격대상이 되기 일쑤였고, 그 상황들을 잘 이겨내며 퍼거슨의 필승카드로 자리매김했다. 

일본팬들은 모를 것이다. 아니 이제부터 느끼고 있으려는지도 모른다. 맨유라는 세계적인 클럽에서는 매시즌 매경기가 위기이자 기회라는 것을. 한 선수가 들어올 때마다 자리걱정을 해야하고, 팀내의 케미스트리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카가와의 지난 시즌은 나쁘지 않았지만, 단 한시즌만에 벤치멤버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는 큰 변화가 없는이상 계속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한시즌 반만에 이적설이 나돌고 있다. 본인도 지금 이상황에서는 이적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위기가 계속된다면 이적을 생각할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축구선수로는 황금기의 나이를 지나고 있고, 본인의 전성기를 벤치에서 머무를 수는 없는 일이다. 기회가 주어지기는 커녕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오는 현실에서 본인이 어떻게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봐야한다. 

도르트문트도 정말 좋은 클럽이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중 하나인 맨유에서의 생활은 이렇게나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와 도전의 연속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일본의 팬들은 이제서야 느낄 것이다. 우리가 8년전에 느꼈던 그 조마조마함을.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