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전, 최악도 아니었고 가능성도 보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10. 13.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개인적으로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유럽에서 축구여행을 다니면서 A급을 뛰어넘는 S급의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좋았다. 호날두와 메시, 루니와 반페르시, 람파드와 마타, 즐라탄과 같은 선수들의 플레이는 참으로 대단했다. 실제로 직관을 가보면, 선수들을 TV로 보는 것 만큼 자세하게 볼 수는 없다. TV보다 화려한 플레이를 보기는 힘들지만, 그들의 클래스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시소게임에서 한방으로 무너뜨리는 무게감, 그것이 월드클래스를 구분하는 차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했다. 

우리나라에 방한한 브라질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잠시나마 올해초의 유럽 축구 여행 생각이 났다. 브라질은 세계 최강의 힘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탄탄하다, 강하다, 뚫어내기가 정말로 힘들겠다라는 생각, 그리고 한두번의 연결로도 쉽게 쉽게 무너뜨리는 공격의 날카로움도 있었다. 90분간 정말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2:0으로 패했다. 유효슈팅이 하나밖에 없는 경기였다. 홍명보호의 7번째 경기가운데에서 그리 빛나지 않은 경기중 하나였다. 골을 넣지 못했던 답답함이 있었고, 거친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분명히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세계 최강을 상대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경기라고 본다. 지금껏 비슷한 상대들과 만나서 느꼈던 가능성과는 차원이 다른 가능성이었다. 

네이마르와 오스카, 헐크와 구스타보, 알베스와 마르셀루, 단테와 다비드 루이스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브라질이었다. 우리나라의 어린 선수들은 아직 전술이 완성단계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새로운 조합으로 출장한 기성용과 한국영의 중원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지난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하대성과 이명주라인에 대한 안타까움이 어느정도 느껴졌는데, 기성용과 한국영이 주전경쟁에 돌입하게 되면서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게 되었다. 수비적으로 한국영의 활약이 매우 좋았다면 기성용은 수비와 공격, 모든 부분에서 대표팀의 에이스라고 부르기에 충분한 기량이었다. 기성용은 90분내내 이번 경기에서 가장 빛났던 우리나라 선수였다. 오히려 스완지 시절보다 몸놀림이 더 가벼워진 것 같다. 

김보경의 성장세도 눈에 띄는 경기였다. 공격형 미드필더자리에서 구자철이 아닌 김보경카드가 더 좋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구자철이 최근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데, 이자리에 김보경이 들어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자철은 홍명보호에서 핵심과도 같은 선수이지만 폼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당연히 희생을 감수해야한다. 

필드플레이어중 유일한 K리거였던 이용의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홍명보감독의 부임과 함께 대표팀에서 중용이 되고 있는 이용인데 몇경기동안 기대보다 못한 활약상이었지만 브라질전을 통해 대표팀의 중압감에 어느정도 적응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스의 궤적은 우리나라 어떤 풀백들보다 좋았다라는 생각이다. 

선수들의 투지도 맘에 들었다. 투지가 있었고, 세계 최강을 상대로 한번 붙어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불타오른 것이 눈에 보였다. 물론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지만 라커룸의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분명히 느껴졌던 경기였다. 선수들은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고 필요할 때에는 거친 태클도 불사했다. 선수들에게서 강한 기운이 느껴졌던 경기였다. 

최전방 공격수 부분은 여전히 아쉽다. 또 라인을 너무 내리면서 제대로된 빌드업이 되지 않았던 것도 아쉽다. 등을지고 플레이하며 상대수비수를 견제하면서 그 뒷공간을 노리는 최전방 공격수와 2선공격수들의 움직임 역시도 아쉬웠고, 첫번째 실점장면도 아쉬웠다.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큰 틀안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력이 갖춰지는 모습, 상대가 어떤 팀이 되든지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느꼈다. 

2:0으로 패했고, 유효슛팅이 하나밖에 없는 경기였지만 최악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경기였다. 가능성을 본 경기였다. 다음 말리전에서는 더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이번 경기에서 브라질을 넘는 것이 아니라 내년 6월 본선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영광을 위해서라면 어떤 시행착오도 기다려줄 수 있다. 그리고 희망을 보여준 경기이기에 실망보다는 기대를 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