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전 '더티플레이 논란'에 대한 이유있는 변명

Posted by Soccerplus
2013. 10. 14. 08:33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2010년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당시 우리나라 대표팀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상대로 4:1로 완패했다. 메시에게 완전히 농락당하는 경기였다. 2:0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한골을 따라갔고, 기회를 놓친뒤 두차례 역습기회에서 완벽하게 농락당했다. 만약 이 역습기회를 시작부터 파울로 끊어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 메시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물론 파울로 끊어낼 수 없는 선수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조금 더 터프한 태도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그해 우루과이는 월드컵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우루과이의 당시 플레이는 매우 지능적인 터프함을 깔고 있었다. 매우 끈적끈적한 플레이를 했었고, 상대의 역습을 파울로 처리하는 능력이 매우 좋았다. 거기에 수아레즈와 포를란이라는 확실한 공격수를 갖고 있었기에 선수비 후역습의 전략이 주요했다. 

홍명보호가 작년 올림픽의 일본전도 터프한 경기력의 백미였다고 생각한다. 꼭 일본을 이겨야겠다는 투지와 함께 홍명보호의 피지컬지향적인 축구가 빛을 발했다. 상대는 우리나라의 터프함에 밀려 쉽사리 골대근처로 접근하지 못했고, 우리는 2:0으로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토요일 열렸던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그간 경기와는 다르게 매우 터프한 경기를 펼쳤다. 기성용과 이청용이 거친 플레이를 했고, 그간 우리나라의 친선경기와는 다르게 매우 빡빡한 느낌의 경기였다. 일부에선 더티 플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청용이 터치라인 바깥에서 네이마르를 어깨로 밀었던 장면을 제외하고는 더티 플레이라고 생각되는 플레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 장면도 어느정도 기싸움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브라질은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강한 팀이다. 한번 경기력이 올라오고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너무나 어려운 상대이다. 테크닉이 좋은 선수들을 대처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강한 프레싱이다. 상대에게 계속해서 공을 몰고 다니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브라질과 비슷한 경기를 펼쳤다. 다비드 루이즈를 필두로한 상대의 수비진에 공격진이 힘을 못쓴 것은 인정해야할 부분이지만 브라질의 화려한 공격진을 상대로 나쁘지 않은 경기를 보였다. 네이마르의 프리킥이나 오스카의 추가골 장면에서도 우리나라는 한두차례의 실수가 아까웠을 뿐이지, 상대에게 어이없이 밀리는 경기는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터프했던 경기력이 분명 비슷한 경기를 펼치는데 도움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브라질이 후반 중반 소극적으로 경기를 펼친 장면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터프하고 투지넘쳤던 우리 수비진을 상대로 공격을 치고 들어오기가 부담스럽다라고 느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분명히 터프하고 투지넘친 우리나라의 축구는 브라질에게도 부담이 되었다. 

홍명보호의 이러한 플레이는 앞으로도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기선제압의 과정에서 어느정도 터프한 플레이는 분명히 필요하다. 왜 더티플레이라고 폄하하는지 모르겠다. 상대의 선수생명을 날리기 위해 들어가는 악의적인 플레이가 아닌, 경기의 일부라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 늘 선비같은 플레이만을 펼치면서 세계적인 팀을 상대로 승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 월드컵에서 만날 팀들은 우리보다 강한 팀이다. 이런 강한 플레이가 중요하다. 

대표팀이 갖춰야할 하나의 색깔이라고 생각이 든다. 어제 우리의 플레이를 두고 중국의 소림축구나 중동의 침대축구와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브라질의 선수들도 경기중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인정했다. 몇몇 해외언론의 포커스는 스타플레이어에게 맞춰져있으니 네이마르에 대한 태클이 해외에서 화제가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이겨야 할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터프한 플레이들은 분명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지능적인 터프함과 더티한 터프함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토요일경기에서 한두장면 문제가 된 장면이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카드관리 역시도 중요하기 때문에 좀 더 성숙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플레이가 논란이 된다고 해서 기가 죽어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