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민-청용의 두번째 골, 대표팀의 터닝포인트되었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10. 16. 08:3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말리전은 홍명보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가장 좋은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좌측 풀백 김진수의 성장, 한국영-기성용조합의 안정적인 경기력, 원톱으로 나선 이근호의 엄청난 활동량, 후반 교체되어 들어와 슈퍼서브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던 김보경, 세트피스 골이후 철벽과도 같았던 홍정호-김영권라인등 많은 부분이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필자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이미 국가대표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이청용과 손흥민의 맹활약이다. 

홍명보감독이 부임한 뒤, 아니 최근 몇년동안 대표팀의 골가운데에서 가장 멋진 골을 뽑자면 단연 어제저녁에 만들어진 손흥민의 골이 아닐까 싶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손흥민이 빈공간을 찾아들어갔고, 이청용은 상대방을 완벽하게 속이며 손흥민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손흥민은 자세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오른발에 제대로 가져다 맞혔고 이는 골망을 흔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장면을 만들 선수는 이청용과 손흥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패스를 줄 선수도 이청용밖에 없고, 그런 움직임과 마무리를 지을 선수도 손흥민 밖에 없다. 

말리는 분명히 우리나라에게 벅찬 상대였다. 피파랭킹을 따질 것이 아니라, 전력자체에서 우리나라에게 밀릴 것이 없는 팀이었다. 비록 월드컵본선진출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강한 팀이었다. 선수들의 피지컬도 대단했고, 세이두 케이타를 필두로한 미드필더진도 좋은 팀이다. 하지만 말리는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를 했다. 포백은 안정적이었고 미드필더의 압박도 뛰어났다. 전반전 내내 말리가 우리나라 중앙선을 넘는일이 별로 없었다. 세트피스에서 골을 먹혔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1:1 상황이었고, 우리나라에게는 골이 필요했다. 구자철의 골이 터졌지만 만들어진 골이라기보다는 상대의 실수를 틈타 기록한 패널티킥 골이었다. 같이 보던 친구들도 필드골은 언제 들어가느냐며 아쉬워했다. 압도하는 경기였고, 골이 필요했다. 비단 이번 경기뿐만아니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홍명보감독을 위해서도 이번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전반전 막판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후반전을 어떻게 시작하느냐는 경기의 분위기를 갈라놓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두 명의 에이스는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두 선수의 완벽한 조화로 이뤄낸 골이었다. 과정자체도 좋았고, 골이 들어간 타이밍도 좋았다. 작게 보면 경기를 이길수 있도록 만드는 골이었고, 크게보면 홍명보호의 월드컵을 향한 진격에 큰 파장을 만들어낼수도 있는 골이었다. 압도하는 경기력이었지만 골을 넣지 못하면서 오늘 경기도 골을 넣지 못하고 답답하게 끝나겠구나라고 생각이 될수도 있는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두 명의 에이스는 이 장면에서 골을 넣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침투와 패스, 그리고 마무리로 기록한 골이었다. 

그렇게 선수들은 엄청난 자신감을 찾았다. 이청용의 드리블은 조금더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손흥민의 파괴력은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김보경의 세번째 골도 이청용의 어시스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고, 두번째 골이 만들어낸 편안한 분위기가 없었다면 그렇게 여유있는 마무리를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갔고, 선수들은 우리의 경기를 했다. 웃으면서 라커룸을 향했던 경기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홍명보감독은 이번 경기를 통해 힘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청용과 손흥민의 골 이외에도 많은 수확을 얻었다. 이근호의 투입, 그리고 쓰리톱의 유기적인 스위칭을 통해 준척급 공격수가 없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중원에서 기성용과 한국영의 무게감을 확인했다. 김진수와 이용등 풀백도 좋아졌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대표팀의 전환점이 될수도 있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늘 가능성만 보여주던 경기에서 '가능성'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화끈한 골이 필요했다. 그것도 좋은 과정에 의한 골이. 그리고 손흥민과 이청용은 그 과정을 통한 완벽한 골을 만들어냈다. 

어려운 상황에서 빛나는 것이 에이스이다. 그리고 박지성이 떠난 지금, 우리는 두 명의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을 목격하고 있다. 좌우에서 그리고 중앙공격수와의 파트너쉽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쌍포의 힘이었다. 11월에 한차례 평가전을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그 평가전이 더욱 더 기대되는 것은 반전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다. 기대감만큼이나 잡음이 많았던 홍명보호, 이제는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작은 후반 1분에 터진 손흥민의 골에서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