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LG트윈스팬의 한마디-고맙습니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10. 21. 08:00 텔레비젼 이야기/세상 이야기


2002년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저에게 기억나는 것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당연히 2002년 월드컵이고 다른 하나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였습니다. 이승엽과 마해영에게 백투백홈런을 맞고, 경기가 끝나던 당시의 상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렇게 다시한번 가을야구를 하게 되는 날까지가 11년이 걸릴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94년, LG팬들이 그렇게도 이야기하는 1994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년동안 LG트윈스의 팬입니다. 

물론 저는 축구블로거를 하고 있지만, 한 팀을 정말로 좋아하고 응원하지는 않습니다. 해외축구블로거로 맨유의 글을 많이 쓰긴 했지만, 맨유의 팬이기보다는 박지성의 팬이었고 QPR이나 스완지의 경기도 우리나라 선수가 없었다면 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K리그 경기도 시간날때마다 챙겨보는 편이지만 한 팀을 응원하기 보다는 경기자체를 즐기는 편입니다. 한국 국가대표팀을 제외하면 저에게 유일한 '내 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구단은 바로 LG 트윈스입니다. 

관심이 있으신분들이라면 그렇게도 기다렸던 LG의 가을야구가 단 4경기 5일만에 막을 내린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정규시즌 끝까지 마음을 졸이게 만들더니, 가을야구의 맛을 다시 느끼자마자 이제 내년시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누구하나 잘못했다고 비난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실책이 매경기마다 나왔고, 경험미숙과 작전이 아쉽기는 했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즌이 시작했을 때,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예상했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더하고 더해져 플레이오프정도는 간단히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어떤 경기도 쉬운 경기는 없습니다. 볼/스트라이크 판정 하나, 간단한 주루미스 하나가 경기의 결과를 바꿔버리는 야구에선 더더욱 말이죠. 

어느 하나를 좋아하면 미칠듯이 좋아하고 식기보다는 꾸준하게 좋아하는 스타일이기에 LG의 11년 암흑기도 견뎌냈습니다. 그런 긴시간을 견뎌낸 LG팬들에게는 무언가 보상심리도 느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원래도 팬이 많았던 구단인데, 이런 구단이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르니 얼마나 기뻤을까요. 저역시도 마찬가지였죠. 어느 한경기 쉬운 경기가 없었고, 늘 야구얘기만하면 발언권이 제한되었던 LG팬이 이제는 당당히 시험기간에도 야구를 보며 안타까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시즌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시즌이었고, 결국 이렇게 10월 중순까지도 야구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대단합니다. 많은 선수들의 활약과 투혼이 아니었다면 이루기 힘든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의 응원도 함께했죠. 다른 구단이 볼 땐 아니꼽고 기분나쁠수도 있습니다. 야구처럼 팬들과 팬들사이의 경쟁이, 그 미묘한 감정싸움이 심한 게임도 없습니다. 일주일에 6번이나 경기를 하고,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 어떤 컨디션과 마인드에서 경기를 하는지가 가감없이 드러나는 종목입니다. 팬들이 많으면 반응도 커지고, 반응이 커지면 언론도 계속하게 건드리게 되고 그러면 논란이 커지고 팬들사이의 이야기도 많아지는 법이죠. 

시즌 내내 팀을 잘 이끌던 김기태 감독의 작전도 선수기용도 조금 아쉬웠고, 많은 선수들의 지나친 긴장으로 인한 실책도 아쉬웠습니다만 3차전 9회초 두번의 홈송구를 보면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만큼은 두산이 더 강한 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전력차이가 결과로 드러나지 않았나라는 생각입니다. 조금은 아쉬울 수 있고, 제가 엘지팬을 대표하지도 않고 그럴수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제 생각은 그랬습니다. 11년을 참았지만 프로의 현실은 냉철합니다. 우리의 강점보다는 약점이 더 많았던 4경기였습니다. 

시즌은 끝났습니다. 시즌내내 9개구단중에 유일한 승자로 생각했던 LG트윈스였지만 마지막은 패배했습니다. 아쉬운 결과에 대한 자기합리화와 상대비판보다는 시즌내내 가장 행복했던 팀의 하나였다는 것을 기억하려합니다. 경기가 끝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이제는 잠시 야구를 뒤로하고 다음 시즌을 기다려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시험기간이라 주말 축구경기 리뷰도 못하고 글도 못썼지만 11년만의 포스트시즌은 직관까지 해가면서 열광적으로 응원했습니다. 

LG트윈스 선수들, 응원단, 코칭스태프, 운영진, 그리고 팬들모두 너무나 수고하셨습니다. 그 어느팀도 완벽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들을 개선하고 올시즌의 좋았던 기분들을 기억하면서 다음 시즌에도 후회없는 경기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