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 1도움, 조롱이겨낸 토레스의 집념

Posted by Soccerplus
2013. 10. 28. 10:04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전반 28분, 쉬얼레가 올려준 얼리크로스가 상대의 오프사이드트랩을 벗어나 토레스와 맨시티 골키퍼 조 하트와의 1:1상황으로 이어졌다. 뒤늦게 반응한 조 하트 덕분에 골대는 비어있었고 토레스가 슛을 하기에 조 하트의 쇄도가 큰 방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실점을 예감했던 맨시티에게도 손쉬운 선제득점을 예감했던 첼시에게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맨시티팬들은 그에게 조롱섞인 야유를 던졌다. 

2011년 9월, 맨유와 첼시와의 대결에서 토레스의 결정적인 실수가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토레스는 이 경기에서 엄청난 활동량과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부활의 서막을 여는 듯했지만 후반 중반 터진 그의 실수로 인해 다시한번 긴 침묵의 터널로 들어섰다. 하미레스의 패스를 특유의 움직임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으며 받아냈고, 간결한 사이드 스탭으로 데 헤아 까지 제쳤지만 비어있는 골대로 공을 집어 넣지 못했다. 골을 직감했던 양팀팬들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한숨과 아쉬움의 한숨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그에게는 지난 2년간의 시간이 매우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사이에 챔피온스리그를 제패하기도 했지만 본인의 개인적 성과는 없었다. 먹튀라는 오명이 따라붙으며 토레스는 부진의 시절을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의 부진때문에 많은 공격수와 첼시가 연결되었으며 새 감독들의 할일은 늘 토레스의 제 기량을 되찾아 주는 것이었다. 물론, 그 누구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첼시 사령탑을 물러나곤 했다.

하지만 오늘 새벽 토레스는 달랐다. 본인이 시작부터 벌인 아쉬운 장면을 만회하고도 남는 경기력뿐만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냈다. 1골 1어시스트, 시즌 초반 순위경쟁이 매우 심한 가운데 난적 맨시티를 상대로 얻어낸 결과였다. 토레스는 실수한지 5분만에 본인의 실책을 만회하는 어시스트를 올렸고, 후반 종료직전 상대의 실수를 틈타 결승골을 넣었다. 후반 막판까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전방압박을 해준 결과였다. 

경기는 팽팽했다. 첼시가 전방부터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볼을 빼앗아 왔다면 맨시티는 실바, 나스리, 아구에로, 페르난지뉴, 야야 투레등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로 상대를 위협했다. 맨시티에게 기회가 몇차례 더 오긴 했지만 백중세의 경기였다. 그 와중에도 가장 움직임이 빛났던 선수는 단연 토레스였다. 한 경기였지만 리버풀에서 EPL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군림하던 시절의 모습을 보았다. 첼시로 이적한 뒤 단연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경기가 아닌가 싶다. 

집념이란 단어로 그의 한 경기를 평가하고 싶다. 실수를 하고 의기소침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그의 장기간의 부진속에는 과거와는 다른 몸상태도 있었겠지만 부담감이라는 요소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 그리고 토레스는 초반 실수를 이겨내고 이 경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5분만에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완벽하게 돌파하며첫골을 만들어냈다. 쉬얼레의 골이었지만 어시스트의 비중이 훨씬 더 큰 골이었다. 그리고 후반 종료와 함께 상대의 실수를 만들어내며 골을 기록했다. 비어있는 골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법도 한 토레스였지만 한번 더 실수를 용납하지 않았다. 

과거의 임팩트가 얼마나 강했는지 토레스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장장 몇시즌간 부진의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부활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부활의 기미가 보였던 몇 경기는 단순히 움직임에서 그 희망을 찾았다면, 이제는 움직임뿐 아니라 골이라는 결과물까지 만들어냈다.  전반 막판, 수비수 두명을 앞에 두고 파포스트쪽으로 찬 그의 슛은 그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했다.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며 아쉬웠지만 그의 몸상태가 매우 올라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수많은 마음고생을 통해 '천재'이미지의 토레스는 '먹튀'라는 이미지로 바뀌어 버렸지만, 그런 그에게 여전히 첼시에서 승부하고픈 집념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집념이 있기에 우리가 토레스의 부활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고, 그만큼 많은 실망을 주기도 했지만 토레스의 맨시티전 원맨쇼는 분명히 부활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기에 충분한 경기력이었다. 다음경기, 그 다음경기 그의 진정한 부활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