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의 화려했던 마지막, 고맙습니다 벤쿠버

Posted by Soccerplus
2013. 10. 29. 08:00 해외파 이야기/다른 선수들

얼마전 이영표가 은퇴발표를 하면서 이영표가 가장 기억났던 8가지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시간으로 오늘 아침 열린 이영표의 은퇴경기는 아마도 이영표가 기억날 9번째 순간이 될 것이다.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은퇴 경기였고, 그의 커리어에 걸맞는 완벽한 은퇴경기였다. 이영표는 36살의 나이로 이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되었다. 

안양에서 뛰다가 아인트호벤, 토트넘, 도르트문트, 알힐랄을 거쳐 벤쿠버에 입성했다. 네덜란드와 독일, 영국과 중동축구, 그리고 K리그까지 많은 리그를 거쳤다. 많은 팬들이 그의 마지막이 K리그가 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은 그의 축구 인생과는 거리가 멀수도 있는 MLS, 캐나다 벤쿠버에서였다. 그렇게 한국축구의 레전드는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 누구보다 화려한 은퇴식이었다. 

애초부터 그의 초상화가 새겨진 벤쿠버 화이트캡스의 시즌 마지막 경기 티켓에서부터 화제였다. 한 경기의 티켓을 한 선수에게 헌정한다는 것, 정말 대단한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Our all. Our honour. 우리의 전부이고 우리의 자랑이라는 말에서부터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이영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해주는 듯 하다. 첫번째 게스트, 첫번째줄, 그의 위치가 어느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진행되었던 벤쿠버 화이트캡스의 마지막경기는 이영표를 위한, 이영표에 의한, 이영표의 경기였다. 이영표는 주장완장을 차고 두딸을 양쪽품에 안은채 경기장에 등장했다. 주장이라는 자리, 평소에는 주장직을 맞지 않았던 이영표를 위한 예우였다. 경기가 시작되기전부터 구단에서는 이영표에 관한 영상을 틀어주고, 홈페이지에도 그의 영상을 게시했다. 

경기전에 패널티킥이 선언되면 이영표가 차기로 약속이 되어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영표는 마지막 무대에서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는 동료에게 기회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까밀로는 이를 침착하게 성공시킨뒤 이영표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으며 세레모니를 했다. 모든 선수들이 골을 넣은 까밀로가 아닌 이영표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모든 것이 이영표를 위한 경기였다. 

그렇게 90분을 소화한 이영표는 풀타임을 뛰지 않았다. 이영표에게는 마지막 관중들의 기립박수와 그의 영광스러운 마지막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졌다. 90분이 다된 시각 감독은 이영표를 위한 교체카드를 아껴두었다가 그를 교체해주었다. 그의 마지막을 모든 팬들과 함께 누리라는 의미였다. 모든 관중들은 물론이고 벤치의 모든 선수들이 일어나 그를 축하해주었고, 상대팀들도, 심판도 이영표와 포옹을 하면서 그의 마지막을 축하해주었다. 진정한 레전드를 위한 마지막이었다. 

경기장에는 Y.P.LEE가 울려퍼졌다. 이영표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의 조국 한국에서의 은퇴는 아니었지만, 그는 상상했던 최고의 마지막을 보냈다는 인터뷰를 했다. 경기장을 가득채운 팬들의 마지막 인사도 무척이나 감동이었다. 우리나라의 K리그의 용병이 은퇴경기를 치룬다면 이렇게 성대한 예우를 다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MLS에선 그리 오래 뛰지도 않은 선수였다. 하지만 이영표에 대한 마지막을 이렇게 성심성의껏 해준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고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은퇴를 했더라면 이런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를 생각하는 마음이야 우리나라가 훨씬 더 비교도 안될정도로 깊다고 생각하지만, 레전드에 대한 예우, 이런 영광스러운 무대를 만드는 것은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많은 선수들이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역사의 한페이지가 다시 넘어갔다. 박지성과 EPL붐을 이끈 이영표가 역사의 한켠으로 저물었다. 하지만 워낙 성실한 선수이기에 어떤 곳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적으로도 존경하고 싶은 한 사람이다. 그의 미래가 그의 선수생활만큼이나 반짝반짝 빛나길 바란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성대하게 만들어준 벤쿠버 화이트캡스에게도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