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 기성용, 실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11. 12. 09:00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사실 기성용에 대한 평은 사람마다 갈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가지는 인정해야한다. 그의 실력은 최소한 한국에서는 최고수준이다. 그보다 더 뛰어난 선수를 찾기란 힘들다. 특히 중앙미드필더라는 포지션으로 국한시킨다면 경쟁자를 찾기도 힘들다. 그의 논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폄하할 수 없다. 

셀틱에서도 초반 고생을 하긴 했지만 핵심멤버로 자리잡았고, 스완지시티에서도 큰 어려움없이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번 시즌 감독과의 불화때문에 선더랜드로 임대를 왔고, 임대생이라는 제한적인 신분하에서도 자리를 잡았다. 감독이 바뀐 뒤 두경기 벤치를 지켜야했지만, 지난 리그 경기에서 선수들의 퇴장으로 기회가 생겼고, 리그컵에서 몸을 푼뒤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그리고 앞으로 큰 이변이 없는한, 기성용은 주전으로 활약할 것이다. 

강호 맨시티를 상대로 선더랜드는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었다. 신임 포옛감독의 능력이 대단한 것 같다. 선수들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선더랜드가 강호 맨시티를 1:0으로 잡았던 경기의 중심에 기성용이 있었다. 포옛감독이 부임한 뒤, 기성용은 처음으로 리그경기 선발찬스를 잡았는데, 그 경기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중원에서 가장큰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선더랜드가 그간 보여주었던 문제점은 중원에서 볼배급을 해줄 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팀은 전체 378개의 패스를 했는데, 그중 57개가 기성용의 발에서 나왔다. 7개의 패스중 하나는 기성용의 발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성공률도 91%로 대단한 것이었다. 스완지에서는 숏패스위주의 게임을 했기 때문에 90퍼센트이상의 패스성공률이 쉽게 나왔지만, 선더랜드는 그런 팀컬러를 갖고 있는 팀이 아니다. 팀은 79%의 패스성공률로도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 

57개의 패스가운데 52개를 성공시킨 기성용의 발끝은 매서웠다. 5개의 미스중 4개의 패스가 헤딩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그간 선더랜드에서 부족했던 것들은 미드필더에서부터 시작되는 세밀함이었다. 카터몰과 같은 선수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세밀한 테크닉이 기성용에게는 있었다. 스완지시절보다 살이 조금 빠진 듯,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후반전에 보여주었던 드리블돌파후 강력한 슈팅은 참으로 오래간만이었다. 스완지시절 초반에는 몇번 강력한 슛팅을 보여주었지만 시즌이 계속되고 수비적인 롤을 맡으면서 매서운 중거리슛을 보지 못했는데, 선더랜드에서 공수를 겸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야야 투레를 제치고 간담이 서늘한 슛을 때릴 수 있는 선수가 EPL에 얼마나 되겠는가. 

팀이 상승세로 돌아간만큼 앞으로 좀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기성용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팀내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미드필더가 누구인지는 딱 한경기만 놓고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의 실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감독이 그를 출장시키지 않았던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에는 오랜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 기성용은 홍명보호로 돌아와 두경기를 치루게 된다. 브라질과 말리전에서 좋은 호흡을 보였던 한국영이 부상으로 제외되면서 새로운 짝을 찾아야 하게 되겠지만,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것은 여전한 숙명이다. 좀 더 성숙한 실력으로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