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GK, 경쟁은 필요하나 편견은 금물

Posted by Soccerplus
2013. 11. 13. 09: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최근 대표팀에서 가장 비난을 많이 받는 선수는 단연 정성룡이다. 정성룡은 2010년 이후, 대표팀의 수문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많은 선수들이 오르내리는 와중, 유독 골키퍼 포지션은 굳건했다. 정성룡이 지키는 골키퍼는 우리나라에게는 크게 바뀌지 않을 포지션중 하나였다. 2010년 월드컵전까지 정성룡과 이운재의 경쟁이 있었지만, 허정무 감독은 이운재가 아닌 정성룡을 선택했다. 

월드컵을 불과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지금, 정성룡에 대한 비난여론이 뜨겁다. 정성룡은 지난 몇차례의 평가전에서 제대로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K리그에서 그의 활약도는 과거의 활약도와는 달랐다. 특히 지난 포항과의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실책성플레이는 팬들의 비난여론을 더욱 더 들끓게 만들었다. 정성룡답지 못한 플레이였다. 그에 반해 울산의 김승규는 경기마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기전에 2010년 월드컵을 한번 떠올려보고 싶다. 당시 이운재와 정성룡이 경쟁을 했었다. 허정무감독은 최종예선 모든 경기에서 이운재를 기용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사우디 징크스를 깼던 사우디 원정에서 이운재는 노련한 플레이로 상대선수의 퇴장을 유도해내기도 했다. 두번의 월드컵 경험, 그리고 기량에서도 이운재가 2010년 월드컵까지 주전으로 갈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이운재가 리그에서 부진했고, 정성룡이 대항마로 떠올랐다. 당시 살이 부쩍오른 이운재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운재가 2002년 날렵한 선방을 보여주었을 때와는 달랐지만, 그래도 이운재의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마지막까지 이운재와 정성룡이 경합을 벌였고, 우리나라가 했던 4경기 모두 정성룡이 선발로 나왔다. 

결과는 아쉬웠다. 나이지리아전과 우루과이전에서 판단미스를 보이면서 실점을 했다. 몇차례 세이브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운재가 나왔으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당시 정성룡의 인기가 좋았고, 이운재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많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우리는 큰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정성룡이라는 골키퍼를 얻었다. 2011년 아시안컵, 2012년 올림픽, 정성룡의 활약이 없었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2012년 올림픽, 정성룡의 안정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정성룡이 골대를 지켰고, 우리나라에게 동메달을 안겨다 주었다. 당시 부상으로 이범영이 출전했던 브라질전에서 정성룡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이범영이 동나이대에서 기량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는 골키퍼이지만, 큰 대회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것이 컸다.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정성룡의 복귀여부가 화두였을 정도로, 정성룡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아이러니하게, 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2010년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정성룡이 제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승규의 기량은 물이 오른 상황이다. 1년전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기량과 경험을 갖춘 골키퍼의 존재는 대표팀 전체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월드컵을 경험해본 골키퍼의 존재는 대표팀에 큰 힘이 된다. 

정성룡을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을 제대로 시험해본적이 없다. 김승규가 2경기에서 선발로 나왔지만 이대로 기량이 검증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페루와 아이티등 우리의 평가전 상대중에 약한 상대와의 경기에서 주로 나왔다. 앞으로 몇경기 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성룡이 대표팀에서 당연히 후보가 되어야 한다거나, 그의 실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최근 부진한 것일뿐, 우리나라의 역대 대표팀 수문장 가운데 가장 안정감이 있는 골키퍼중 하나였다. 잠시간의 부진이라면 우리는 당연히 기다려주어야 한다. 안그래도 폼이 좋지 않은 선수에게 비난을 퍼부으며 본인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보다는 내년 월드컵을 목표로 폼을 다시 올릴 수 있게끔 기다려주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의 최후방을 든든하게 지켜주었고, 한 때는 그의 공백을 느끼고 많이 기다렸던 시절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그런 선수에게 다이빙을 하지 않는다느니, 팔만 길다느니라는 비난은 옳지 않다. 골키퍼의 포지션은 특수한 포지션이고 화려하게 다이빙을 잘 한다고 해서 더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안정감, 수비라인 조율, 수비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공중볼처리능력등 보기보다 많은 부분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경쟁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한 선수를 매장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