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룡에 대한 무차별 비난이 불편한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3. 11. 21. 09: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그냥 우리나라 팬들은 이런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시기별로 '까여야 할' 선수가 등장하는 것일까. 축구팬을 하면서 우리나라 선수들을 자국팬들이 비난하고 헐뜯는 것을 보면 그리 기분이 좋지 않다. 최근 몇년만을 봐도 박주영, 기성용, 이동국, 염기훈등 많은 공격수들이 도마위에 올랐다. 감독에 대한 비난 수위도 적지 않았고, 잘하던 선수들도 어느 순간 팬들의 표적이 되기 일쑤였다. 그리고 최근 몇경기에서는 정성룡에 대한 비난이 적지 않다. 아니 심한 수준이다. 

마치 정성룡이 실수하기를 기다렸다는 둥, 포털 사이트와 게시판, 그리고 댓글들은 정성룡에 대한 비난으로 도배가 되고 있다. 지금 이글을 쓰는 이 블로그 포스팅의 댓글창에도 악플이 달릴지 모른다. 나는 그리고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을 하며, 그리 대표팀의 미래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다고 생각한다. 

일단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정성룡이 예전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 자신감을 매우 상실한 상태이며 예전의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지 못한 상태이며, 그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본인의 문제이다. 그의 기량이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최근의 문제를 가지고 과거의 그의 기량까지 무시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이운재 이후, 차기 10년을 바라볼 수 있는 골키퍼가 정성룡이었다. 안정감은 무척이나 뛰어났고, 그의 기량이 대한민국 넘버 원이라는데에 반대할 사람은 없었다. 슈퍼세이브가 없었다거나 실수가 잦았다는 말은 그저 그를 비난하기 위한 과장된 논거라고 확신한다. 올림픽에서 그의 안정감은 대단했다. 그가 한경기 결장했던 브라질전에서 우리나라 수비는 와르르 무너졌다. 그가 정상적이었을 때, 그의 기량을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대표팀 감독이 세차례 바뀌는 동안 한번도 손을대지 않은 유일한 포지션이다. 

팔이 길어 농구를 하라는 둥, 그리고 다이빙을 하지 않는 다, 공을 잡지 못한다는 비난들. 현장코치들보다 잘 아는 사람은 있을 수 없고, 경기는 팬들의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 선수의 세계는 다르며 골키퍼의 세계는 더더욱 그러하다. 2010년 이후 3년간 세명의 다른 감독들이 그를 선택한 이유, 2012년 올림픽에서 보여준 정성룡의 안정감을 생각해본다면 (한 때는 정성룡이 유럽에서도 통할 재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의 본 기량을 무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홍명보와 정성룡의 인맥 축구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도 들린다. 글쎄, 내년 1월말까지 준비된 A매치 경기는 2경기뿐이고, 두명의 골키퍼에게 한경기씩을 담당하게 했다. 이게 '경쟁구도'이지, 무엇이겠는가. 러시아에게 허용한 두번째 골역시도 정성룡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그를 비난하기도 한다 

2010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살이 마니쪄서 비난을 받았던 이운재였다. 이운재의 경험과 안정감을 무시하면서 무턱대고 그를 비난했다. 월드컵이 진행되기 몇달전까지, 이운재가 월드컵에서 대표팀 수문장을 맡지 못한다는 상상을 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운재 대신 정성룡이 월드컵에 나왔고, 두 차례 판단미스를 통해 2개의 실점을 허용했다. 당시는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얻은 것으로 이를 미화했다. 이운재가 우루과이와의 경기 후 정성룡에게 격려를 해주는 모습에서 대표팀의 수문장 교체는 이뤄진 것으로 보았다. 

정성룡을 이렇게 비난한다고 해서, 그가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없다. 김승규를 지금부터 열심히 키운다고 해도, 그의 경험을 무시하며 그를 대표팀에 제외하진 못한다. 정성룡이 넘버 2 골키퍼가 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제외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어찌되었든 우리가 안고 가야할 자원이고,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경험자이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그리고 골키퍼라는 경험이 중요한 포지션에서 정성룡을 제외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정성룡에게 폼을 끌어올린, 그리고 정신력을 다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0년 우루과이전 당시에 나왔던 올리버 칸의 '아마추어같다'라는 동영상 클립을 다시 끌어올리면서까지 그를 비난할 필요가 있을까? 비난 여론을 뻔히 알고있는 상황에서 실수를 했던 정성룡만큼 이 상황을 아프게 받아들일 사람이 더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더 많은 비난은 그의 정신상태를 더욱 더 옳지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그가 폼을 끌어올려 좋은 몸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정성룡 본인에게는 무리한 출장보다는 휴식과 정서적 안정이, 이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비난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