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맨유전 골로 영국 '전국구 스타' 등극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11. 26. 08:48 해외파 이야기/다른 선수들


어제 맨유와 카디프의 경기가 끝난 뒤, 영국 교환학생 시절 친하게 지냈던 영국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김보경이 어떤 선수냐고 묻는 메시지였다. 나는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이며, 박지성의 후계자라고 말을 했다. 맨유가 아닌 아스날의 팬인 나의 친구는 그가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다른 팀의 서포터즈가 그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부분이 너무나 신기했다. 그 친구는 영국에서 이제 김보경은 스타가 될 것이라며 화답했다. 

EPL은 토요일과 일요일, 경기를 나누어서 치룬다. 토요일에 거의 모든 경기가 펼쳐지고 일요일에는 가장 주목을 받을만한 두세경기가 편성된다. '슈퍼 선데이' 라고 말한다. 토요일 경기는 팬들이 자신이 서포팅하는 팀을 응원하느라 정신이 없는 날이지만 일요일이 되면 한 경기에 관심이 쏠리게 되기 마련이다. 김보경의 경기는 일요일 저녁, 한 주를 마감하는 경기였다. 

맨유가 4연승을 거두면서, 상승세를 유지하느냐가 리그 전체의 큰 화두인 상황이었다. 공교롭게도 라이벌 맨시티는 토트넘을 상대로 6:0완승을 거뒀다. 아스날도 승리를 했고, 첼시도 넉넉한 승리를 거뒀다. 맨유가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승리를 반드시해야했다. 맨유의 경기에 아스날, 첼시, 맨시티, 토트넘등 강호들의 서포터즈가 집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은 당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맨유는 주전 선수들을 모두 내보낼 수 없었다. 반 페르시와 캐릭의 공백이 컸다. 하지만 2:1로 경기를 마감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김보경이 날아올랐다. 김보경은 에브라의 마크를 떨치며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아무도 예상 못한 공간으로 침투하며 헤딩골을 올렸다. 시즌 개막 때, 퍼디난드가 그를 칭찬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퍼디난드를 넘어온 공을 바로 헤딩으로 연결한 것이다. 

웨일즈의 수도라긴 하지만, 지역적으로 외곽에 떨어져있어 관심이 떨어지는 클럽이기도 하다. 그 클럽의 에이스도 아닌 주전 경쟁을 하고 있는 선수가 이렇게 한 번에 스타가 되기는 어렵다. 김보경은 주말 전국 언론의 메인을 차지했다. 월요일이 지나고 벌써 화요일이지만 아직도 여운은 가시지 않고있다. 김보경은 골을 넣었고, 터지지않던 그 아쉬움을 누구보다 짜릿하게 달랬다. 

트위터며 현지 팬들의 포럼이며 김보경의 골이 터진 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김보경과 박지성의 이름이 같이 언급되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의 트윗에는 박지성의 이름이 많이 나왔다. 그리고 박지성이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거론한 것이 언급되면서, 많은 영국 팬들에게 박지성의 기억과 함께 김보경의 이름을 뇌리에 올리기도 했다. 

이 하나의 골로 김보경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으리란 상상은 하기 어렵다. 김보경의 포지션 경쟁자인 조던 머치는 이날 경기에서 프레이저 캠벨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평점도 8점을 받으면서 좋은 경기를 했다.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조던 머치가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보경의 한방은 크게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카디프가 이번 경기에서 승점을 기록하지 못했다면 앞으로의 아스날 경기에서도 패할 확률이 적지 않기에 단숨에 강등권으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1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기록한 승점은 12경기에서 13점뿐이다. 15위부터 20위까지의 승점차가 단 6점에 불과할 정도로 치열한 상황이다. 김보경은 이런 혼전속에서 중요한 승점 1점을 팀에 가져다 주었다. 

앞으로 맥케이 감독의 김보경 활용방법도 더욱 더 다양하게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날카로운 한방을 맨유전에서 보여주었으니, 선발로 나오지는 못하더라도 교체출장할 가능성이 높다. 감독도 팀도 그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조던 머치의 폼이 좋지 못할 경우에는 다시 김보경의 주전 출장도 기대해볼 수 있다. 카디프 팬들은 이번 경기가 올시즌 경기중 최고의 경기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우고 있다. 팬들의 신뢰도 다시한번 얻을 수 있었던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