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리그를 통해 보는 월드컵 조추첨의 중요성

Posted by Soccerplus
2013. 12. 12. 08:4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나폴리가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과인의 골을 앞세워 아스날을 2:0으로 이겼다. 아스날역시도 조 1위를 위해서는 반드시 골을 넣어주어야 하는 경기였지만 답답한 경기끝에 2:0으로 내줬다. 하지만 산 파올로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승리를 거둔 팀이 더 슬퍼해야했다. 또한 1위 가도를 달리다가 2위로 처지게 된 아스날역시도 웃을수는 없었다.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 경기장이었지만 두 팀모두 패배한 것과 같은 분위기였다. 

나폴리는 이번 시즌 카바니를 팔았지만 이과인과 카예혼, 그리고 라울 알비올을 데려오면서 챔피언스리그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전통의 강호인 아스날과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인 도르트문트와 같은 조에 속하게 되면서 좋지 못한 시작을 했다. 사실상 '죽음의 조'에 걸린 것이다. 세 팀중 두 팀밖에 올라가지 못하는 챔스리그 조별예선이었고, 나폴리는 승점 12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했다. 다른 조의 제니트는 승점 6점으로 조별에선을 통과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나폴리, 아스날, 도르트문트 세팀모두 승점 12점을 기록했고, 마르세유가 6경기에서 6패를 당하면서 승점 자판기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세팀이 물고물리는 접전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폴리가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이과인은 경기가 끝나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들이 너무나 잘했고, 강력한 팀임에도 어쩔수 없이 탈락해야 하는 아쉬움이었다. 

'죽음의 조'에 속한 팀들의 운명이었다. 매우 강력한 전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추첨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기는 아쉬운 결과였다. 만약 나폴리가 다소 약한 전력을 갖고 있는 팀으로 구성된 G조( AT마드리드, 포르투, 제니트, 라피드 빈)에 배정되었다면 어렵지 않게 16강진출에 성공했었을 것이고, 조1위를 바라볼만 했다. 하지만 아스날과 도르트문트라는 거함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월드컵 조추첨이 얼마나 중요했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을 만나 낮은 승점으로도 16강 진출에 성공한 제니트의 환호성, 그리고 강호들을 모두 만나 16강에 탈락한 나폴리 이과인의 눈물을 보면서 조추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한번 말해보고 싶다. 

조추첨, 그까짓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우리가 나가서 잘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올시즌 EPL1위 '아스날'과 지난시즌 챔스 준우승 팀인 '도르트문트'도 조금만 방심을 했더라면 탈락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강력한 전력을 갖고 있는 팀이 아닌데, 조추첨이 어찌되든 우리만 잘하면 16강에 갈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분명히 잘 못되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2006년 우리나라는 토고를 이기고, 프랑스와 비기며 좋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스위스에게 패하면서 조3위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당시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던 이천수가 생각이 난다. 프랑스는 승점 5점, 스위스가 승점 7점을 기록했지만 토고가 한팀도 잡아주지 못하면서 비극의 주인공이 우리나라가 되었다. 이 당시 밤잠을 설치며 경기를 보았던 우리나라 국민들의 아쉬움이 아직까지도 생각난다. 당시 승점 4점을 기록했던 세 팀 가운데 (멕시코, 호주, 한국) 16강 진출에 실패한 팀은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어찌되었든 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중요한 대회가 아닌가 싶다. 그 과정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강호들을 상대로 선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조편성은 쉬우면 쉬울 수록 좋다. 절대 강자가 있어서 조 2위싸움을 하는 것도 좋지만 네팀의 전력이 모두 엇비슷한 우리나라의 H조라면 더 좋은 성적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편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 상황에서 정말로 좋은 편성표를 받아들게 되었다. 이제 이 행운에 어떻게 응답을 할 것인지는 남은 7개월의 노력여하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