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반시즌만에 선더랜드의 키가 되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12. 30. 09:00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카디프와 선더랜드의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경기, 카디프의 홈팬들은 전 스완지 선수였던 기성용이 공을 잡을 때 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직접적으로 스완지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을 만나지 못했지만, 스완지 선수였단 것 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야유의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야유에도 불구하고 기성용은 정말로 얄미울정도로 카디프를 위협했다. 결국 후반 8분을 남기고 두 골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면서 카디프에게 아픔을 안겼다. 

6개월전, 기성용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었다. 모든 것이 본인이 자초한 일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아야 했고, 잘뛰던 소속팀에서도 불화설에 휘말리며 선더랜드로 임대를 갔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캐피탈 원컵 우승과 리그에서의 활약, 또한 대표팀에서의 굳건한 주전위치를 자랑하며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지만, 시즌이 끝난 뒤에는 모든 영광을 누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기성용은 도망가듯 선더랜드로 한 시즌 임대가 되었다. 

그리고 6개월 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선더랜드 팬들은 이 선수를 어떻게 데려왔는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스완지 팬들은 그를 어이없이 보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하고 있다. 기성용은 리그 상위권인 첼시와 에버튼을 상대로 결승골을 넣었고,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전력이라는 것을 경기마다 증명해 보이고 있다. 

카디프와의 경기는 그의 전술적 입지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던 경기였다. 카디프가 선더랜드를 상대로 나왔던 전략의 핵심은 기성용이었다. 김보경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해 과거 박지성이 맡았던 수비적인 롤을 맡겼다. 기성용을 따라다니면서 그의 공격가담을 최대한 방해하는 것이었다. 기성용이 중앙선을 넘어오자마자 2~3명의 선수가 그를 겹겹이 방해하면서 선더랜드의 공격을 처음부터 막아냈다. 기성용의 전술적인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포백의 바로 위에서 플레이 했던 기성용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근접마크였다. 전반전 김보경이 카디프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도 이런 기성용을 마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성용에게 공이 잘 가지 못했고, 기성용이 공을 몰고 전방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전반의 스코어는 2:0 카디프의 전술적 승리였다. 

후반전에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카디프는 좀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해 김보경을 군나르손과 교체하고 만다. 이렇게 되자 기성용을 맨마킹하던 선수가 없어지고 기성용은 자연스럽게 전진이 가능하게 되었다. 카디프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그를 압박할 힘도 떨어졌다. 기성용 역시도 연속경기로 피로했을 것이지만 어찌되었든 승점을 내어보자는 의지가 강력하게 보였다. 

카디프는 후반 8분을 남기고 드라마같은 만회골과 동점골에 성공했다. 그리고 두 골이 모두 기성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스티븐 플레쳐의 골에 앞선 자케리니의 크로스에서도 기성용의 로빙패스가 있었고, 마지막 골도 기성용의 크로스가 발판이 되었다. 선더랜드 선수들이 막판 중요한 상황에서 기성용에게 계속해 공을 패스해주면서 의지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성용은 임대 선수임에도 팀에서 가장 중요한 전술적 위치를 얻게 되었다. 

이런 기성용을 보며 야야 투레가 생각이 났다. 팀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볼을 잡으면 언제든 전진하면서 공격본능을 보여주고 볼의 전개과정에서도 중심이 되면서 볼을 연결해 주었다. 팀이 가장 필요할 때 두번의 결승골을 넣어주면서 다른 선수들의 믿음을 얻기도 했다. 이제는 타 팀 선수들에게 중앙 미드필더 임에도 불구하고 견제 1순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기성용은 남은 시즌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받은 듯 보인다. 공격적으로 전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중앙 미드필더이다. 어제 경기에서도 날카로운 중거리슛팅을 보여주면서 슛팅감각이 점점 살아나고,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그의 남은 시즌이 너무나 기대가 된다. 선더랜드에서의 맹활약과 그 좋은 폼이 국가대표팀까지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