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예스 맨유의 부진, 결국은 퍼거슨 때문이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1. 10. 09: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30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맨유의 사령탑을 맡으며 팀을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만들어 놓았던 알렉스 퍼거슨이다. 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그는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맨유의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벤치에 앉아있을 때와 관중석에서 관전을 할 때의 맨유는 다른 팀과 같다. 그는 맨유의 심장같은 존재이며, 여전히 맨유의 정신을 대표하는 감독이다. 모예스가 벤치에 앉아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지만, 퍼거슨은 여전히 최고의 환대를 받고 있다. 전임-후임 감독의 온도차가 극렬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해외 축구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팬이라면 알 수 있듯, 맨유는 현재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들어 3경기를 치뤘는데, 그 3경기를 모두 패했다. 또한 지난 리그 최하위 선더랜드와의 경기에서도 졸전을 면치 못했다. 맨유는 최근 치뤄진 6경기의 홈경기 가운데 4경기를 패했다. 리그에서의 순위는 7위이며 선두와는 승점 11점차, 챔스권과는 승점 5점차로 벌어져 있다. FA컵에서는 첫 경기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올시즌 홈에서만 7패를 당했다. 경기력은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좋지 않으며, 공격, 수비, 미드필더등 모든 부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지에서는 모예스의 경질 여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모예스의 경질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현재 맨유의 상황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며, 퍼거슨 시절 숨겨두었던 고질적인 문제점이 더 크게 터진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 모든 일들이 퍼거슨의 맨유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루니와 반 페르시를 제외한 미드필더와 수비스쿼드를 생각해보면, 맨유의 스쿼드는 다른 EPL탑클럽에 비해 결코 강하지 않다. 특히 그들의 중원라인은 헐겁기 그지 없다. 지난 시즌에도 캐릭 하나로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맨유의 중원은 그들의 아킬레스건이다. 하지만, 퍼거슨은 오랜시간 윙어진을 이용해 그 약점을 대체해왔다. 중원에서 밀리는 경기를 할 것 같으면 좌우폭을 매우 넓게 벌리면서 측면에 의존했다. 긱스, 호날두, 베컴등 그의 아래서 활약했던 슈퍼스타들의 포지션이 측면에 몰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마저도 지난 시즌에는 윙어들의 부진으로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반 페르시의 골과 퍼거슨 특유의 승리 DNA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모예스는 이번 여름 선택을 했어야 했다. 퍼거슨 전술을 답습하며 측면에 집중을 해야 할 지, 혹은 모예스가 에버튼 시절 구사했던 전술인 중원에서부터 시작되는 플레이를 해야할 지에 대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퍼거슨의 대단함을 잊고 이도저도 아닌 선택을 했다. 펠라이니 한명을 영입했고, 다른 부분에서는 영입을 하지 못했다. 이부분에서는 우드워드 단장의 소극적인 부분과 모예스의 과도한 욕심이 화를 불렀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퍼거슨의 맨유는 퍼거슨이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모예스는 그런 팀을 자신의 팀으로 만드는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퍼거슨의 색을 완전히 빼버리자니 부담스럽고, 퍼거슨의 색을 이어나가자니 그 역시도 힘든 상황이었다. 결국 모예스는 안일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파브레가스나 비달등 비현실적인 선수들을 영입명단에 올린 것도 큰 잘못이지만, 퍼거슨 하에서 특화된 많은 선수들을 그대로 이어나가는 것도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냉정히 말해, 모예스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들은 맨유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모예스 본인도 자신에게 맞지 않지만 맨유의 개국공신과 같은 선수들을 외면하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나니, 발렌시아, 애쉴리 영, 카가와 신지, 클레버리, 안데르손, 치차리토, 웰백과 같은 선수들이 다른 탑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퍼거슨 아래에서는 큰 힘을 발휘했던 선수들이었다. 결국 모예스는 이들을 활용할 수 밖에 없었지만 분명히 퍼거슨과 그 쓰임에서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로테이션 체제나 선수들의 컨디션을 경기에 반영하는 능력이 대단했던 퍼거슨이기에 그 화려했던 성적이 가능했다. 

퍼거슨 시절만 생각하고 이번 여름 대대적인 투자를 하지 못했다. 퍼거슨의 능력이 이토록 대단하다는 것을 많은 팬들과 보드진은 그가 은퇴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모예스가 아닌 그 누가 맨유의 사령탑을 잡았어도 지금과 같은 어려움은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본다. 첼시엔 윌리안과 쉬얼레가 아스날에는 외질이, 맨시티에는 네그레도와 페르난지뉴가 왔다. 토트넘과 리버풀도 전영역에서 팀을 보강했지만 맨유는 그 허약한 전력에도 펠라이니밖에 데려오지 못했다. 스콜스가 은퇴하고 퍼디난드와 긱스, 에브라가 쇠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퍼거슨이 떠나자 상대 팀들도 해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퍼거슨의 OT에서의 404경기에서 34패밖에 당하지 않았다. 한시즌에 1~2경기밖에 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시즌만 벌써 7패를 당했다. 팀이 달라져도 너무나 달라졌다. 과도기를 겪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경질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력한 투자가 없지 않은 이상 퍼거슨의 빈 자리를 채울 만한 감독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예스를 자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퍼거슨이 직접 지목한 후계자라는 것이다. 그만큼 퍼거슨의 존재감은 그가 은퇴한 이후에도 여전히 강력하다. 그의 은퇴사에서 데이빗 모예스를 믿어달라는 이야기를 했고, 많은 팬들이 끝까지 기대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퍼거슨의 안목에서 비롯된 선택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모든 팬들은 이렇게 퍼거슨이 얼마나 뛰어난 감독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 일수도 있다. 27년이나 세계 최고의 감독으로 군림했던 퍼거슨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어찌 한 번에 되겠는가. 이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영입 밖에 답이 없다라는 생각이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 맨유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