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른 기성용, 수비력으로 맨유 마저 넘었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1. 8. 08:52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캐피탈 원컵 4강 1차전에서 다시 한 번 이변이 발생했다. 선더랜드가 맨유를 2:1로 잡은 것이다. 선더랜드의 홈구장인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펼쳐졌던 캐피탈 원컵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지만 선수들의 끈질긴 플레이로 맨유를 맞섰던 선더랜드가 소중한 승리를 가져왔다. 2차전에서 맨유의 홈 구장인 올드트래포드에서 무승부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선더랜드는 리그컵 결승에 오르게 된다. 리그 20위의 팀에게 타이틀이라는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더랜드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기성용의 활약에 주목이 갈 수 밖에 없다. 기성용은 이번 경기에서 선발출장, 풀타임을 뛰었다. 지난 주말 칼아일과의 FA컵 경기에서 60분가량 뛰고, 이틀 쉰 뒤 다시 한 번 맨유와의 경기를 풀타임으로 출장한 것이었다. 최근 두 달간 기성용은 선더랜드의 핵심 전력으로 떠올랐으며 갈길 바쁜 선더랜드에 있어 기성용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여유란 없었다. 기성용에게 체력이 걱정되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이런 큰 경기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기성용에게 가장 많이 지적되었던 약점은 그의 수비력이었다. 스완지에서도 그의 수비력보다는 패싱력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고, 선더랜드로 임대와서도 그의 공격본능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하지만 기성용의 수비력은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에서 뛰고 있지만, 그의 아래에는 늘 수비를 전문으로 하는 미드필더가 필요했다. 국가대표팀에서 김정우, 한국영이라는 선수가 필요했고 스완지에서는 브리튼이 선더랜드에서도 캐터몰이 옆에있었다. 

기성용이 큰 덩치 때문에 보기에는 활동량도 많지 않고 뭔지 모르게 둔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기성용의 자리에서 수비력이 전혀 없다면 빅리그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과거 가투소나 에시앙처럼 엄청난 활동량과 태클로 수비력에서 빛이 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영리한 판단과 위치선정으로 공을 커버하는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물론 보완할 부분이 있지만, 그게 선수의 결정적인 약점일정도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맨유전은 기성용의 수비력도 충분히 빅리그에서 주전을 차지할 정도로 부족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기성용은 전반부터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면서 맨유의 중원과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안전한 볼소유능력은 물론이고 상대의 패스루트를 완전히 읽으며 서너차례의 인터셉트와 함께 좋은 압박능력을 선보였다. 캐터몰이 앞으로 전진할 때는 그의 뒤에서 안전하게 커버를 해주었고, 캐터몰이 뒤에서 받칠 때에는 저돌적으로 압박을 하며 상대를 위협했다. 

전반전으로 한정한다면 기성용과 캐터몰의 중원이 상대 캐릭과 클레버리의 중원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말하고 싶다. 컵대회지만 한 경기도 놓칠 수 없는 모예스는 부상에서 갓 회복된 캐릭을 선발출장 시키며 의욕을 보였지만 기성용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공격전개와 수비영역커버라는 두 개의 미션을 완벽히 수행하며 기성용은 캐릭에 밀리지 않았다. 중원이 막힌 맨유는 측면공격에 의지해야했고 결국 득점루트가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하나의 골도 세트피스에서 나온 골이었다. 

오늘 아쉬웠던 점은 그의 체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던 것이다. 기성용은 최근 2달간 팀의 에이스로 활약을 했고 그가 있고 없고가 큰 차이를 보였다. 매경기 가장 많은 패스와 가장 많은 볼터치를 기록했다. 체력적 부담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전반전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후반전에는 체력이 방전되면서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후반전 팀이 앞서 나가자 선더랜드 전원이 수비에 집중을 하기도 했다. 

당장 기성용이 맨유를 가도 주전을 충분히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맨유의 상황이 좋지 않다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기성용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경기였다. 스완지에서 그를 조기 복귀시키고 싶어하는 이유 또한 알 수 있었다. 수비력까지 증명한 기성용의 활약은 다음 여름 이적시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점점 더 완전체 중앙 미드필더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셀틱시절 지적받던 수비와 헤딩능력에서 엄청나게 발전했음을 보여줬다. 

결국 선더랜드는 기성용이 없으면 되지 않는 팀이었다. 기성용의 컨디션이 그만큼 중요했다. 체력이 다 떨어진 것이 눈에 보임에도 포옛 감독은 기성용을 뺄 수 없었다. 시즌 중반, 매주 결승전과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팀이다. 그런 팀에서 이제는 기성용의 활약은 당연한 것이고, 그걸 넘어 기성용의 체력이 걱정되기도 한다. 

그의 결승골로 첼시와 에버튼을 넘었다면 이번엔 그의 수비력으로 맨유 마저 넘었다. 선더랜드는 리그 20위로 쳐져있지만 최근 8경기에서 4승 3무 1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팀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기성용이 있다. 이번 경기에 지동원이 출장하지 않아 조금은 아쉽지만 알티도어의 어처구니없는 활약을 보아하니 지동원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