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국대 복귀, 무리한 요구인 것은 알지만

Posted by Soccerplus
2014. 1. 9. 09: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다시 한 번 국가대표팀이 '박지성'이라는 이름으로 술렁이고 있다. 바로 홍명보 감독이 박지성과 담판을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박지성은 2011년 아시안컵 이후로 대표팀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지금껏 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표팀에서 박지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리고 대표팀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박지성에게 공식적인 요청을 하겠다고 홍명보 감독이 나섰다. 홍명보 감독 역시도 그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고, 간접적으로 그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찾아가 그의 국대 복귀에 대한 의사를 묻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간 박지성은 요지부동이었다. 아시안컵 이후 조광래, 최강희 감독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축구의 위기가 찾아왔다. 2010년 월드컵 직전 박지성의 산책세레모니로 일본을 완파했던 경기 이후, 일본은 우리나라를 따라잡으며 아시아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위기를 겪었다. 이란에게 마지막 경기를 패했던 것은 우리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2012년 2월 3차예선 마지막경기, 2013년 최종예선 시기에서 박지성을 불러오라는 여론이 들끓었고, 월드컵이 확정되고 홍명보 감독이 들어서면서도 그를 데려오자는 여론이 많았지만 박지성은 움직이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그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그에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중이었다. 그리고 팀이 어느정도 완성이 된 지금, 홍명보 감독은 다시 한 번 박지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에게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박지성은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홍명보 감독에게 그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사안을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홍명보는 다시 한 번 박지성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에게 복귀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에게 직접 이야기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우리는 모두 안다. 

5월 결혼식을 하게 되고, 이미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박지성이다. 이제 5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박지성에게 월드컵 출전이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그는 분명히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 한다는 이야기를 누누히 해왔다. 이미 세차례 월드컵에서 자신이 해줘야 할 몫의 120%를 다해왔다. 2002, 2006, 2010년 3개대회 연속으로 골을 넣은 선수는 아시아 축구 역사에서 박지성 밖에 없다. 현역 선수들 가운데에서는 박지성과 클로제만이 기록하고 있다. 

지금 대표팀의 짜임새가 어느정도 맞춰져 있기는 하지만, 박지성의 합류는 대표팀에게 엄청난 소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지성의 존재만으로도 대표팀은 힘이 된다. 또한 김보경, 구자철의 폼 저하로 인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박지성이 존재하게 된다면 대표팀의 스쿼드는 엄청난 무게감을 갖게 될 것이다. 좌우에 손흥민과 이청용이 자리하고 중앙에 박지성이 받쳐주는 2선 공격진은 우리나라 역대 최강의 날카로움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대표팀은 베테랑들의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청용, 기성용, 정성룡등이 두 번째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지만 세차례 월드컵에 나선 선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차두리가 대표팀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번 전지훈련에 제외되면서 그 가능성이 없어졌다. 이청용이 주장으로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여전히 캡틴의 부재가 느껴진다. 박지성의 복귀는 대표팀의 마지막 한 자리를 채워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소속팀에서의 부진과 부상으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마냥 행복하게만 보내지는 못하고 있는 박지성에게도 월드컵 출전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QPR과의 계약은 2015년 까지이고, 이번 시즌이 끝난 뒤 PSV에서 QPR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QPR으로 복귀 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 군침을 흘릴 수도 있다. 박지성은 붉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늘 빛났던 선수였다. 마지막 불씨를 대표팀에서 당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많은 시도들이 그를 대표팀으로 데려오는데 실패로 끝났지만 왠지 홍명보 감독이라면 조금 다를 수 있지 않을까. 그와 대표팀에서 같은 방을 썼던 일화는 유명하고, 2002년 월드컵 주장으로 대표팀 생활의 마지막을 누구보다 화려하게 장식한 주인공이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이 매우 간절했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1년전까지도 그를 선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지성은 그 반대의 케이스이다. 그를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대표팀이고, 그는 대표팀을 외면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그의 절실함을 피력하며 박지성을 설득한다면, 꽁꽁 언 그의 마음도 녹일 수 있지 않을까?

그가 설사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그를 원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은퇴한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박지성이 그립다. 박지성이 다시 한 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산책세레모니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두 캡틴의 만남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