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지동원, 강등 확률 80% 선더랜드를 구해낼까 (선더랜드 vs 풀럼)

Posted by Soccerplus
2014. 1. 11. 08:00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EPL에서 박싱데이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른 유럽리그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휴식기를 갖으며 체력을 비축하게 되지만 EPL은 오히려 이 명절을 즈음해 더 많은 경기를 치룬다. 상위권 팀들 뿐만아니라 모든 팀들에게 주전 선수들의 체력관리와 흐름을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경기들이 짧은 시간동안 몰려있기 때문에 순위가 한꺼번에 뒤바뀌기도 한다. 또한 박싱데이는 20팀이 38경기를 치루는 EPL에서 반환점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박싱데이 연전을 마친 팀들은 이제 20경기씩 치룬 상태이다. 이제 절반이 남았고, 각자 시즌 초반과는 조금은 수정된 목표로 나머지 시즌에 임할 것이다. 

박싱데이에는 몇가지 속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강등'에 관련된 속설이다. 박싱데이에 강등권에 있으면 시즌 막판에도 강등권을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속설이다. 얼핏보면 당연한 속설이기도 하다. 시즌 초반부터 못한 팀이 갑자기 시즌 후반에 다른 기세를 보여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라운드까지 끝난 지금이지만, 선더랜드는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5년간의 EPL 순위표를 살펴보니 20라운드 당시 최하위를 기록했던 5개의 팀 가운데 4팀이 실제로 강등을 당했다. 08-09 웨스트 브롬, 09-10 포츠머스, 10-11 울버햄튼, 11-12 블랙번, 12-13 QPR이 20라운드 이후 최하위였는데 이중 10-11 시즌 울버햄튼을 제외하고 모든 팀이 강등을 당했다. 최근 5시즌간의 통계를 생각해볼 때 선더랜드의 강등확률은 80%라고 말할 수 있다. 

최근 기록뿐만 아니라, 실제 보여주는 경기력도 강등권이 아닌데 운이 나빠 최하위까지 떨어졌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포옛 감독 부임 이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격진들의 부진이 너무나 안타깝다. 알티도어와 플레쳐를 선발 공격수로 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두 선수는 이번 시즌 처참한 골결정력을 보여줘 왔다. 

현재 선더랜드는 20경기동안 승점 14점을 획득했다. 최근 몇시즌간 강등권을 가까스로 벗어난 팀들의 승점은 35점 내외였다. 이를 생각해 보았을 때, 선더랜드는 남은 18경기에서 최소한 21점의 승점을 따내야 한다. 절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당 0.7점의 승점을 얻은 팀이 남은 경기에서 경기당 1.3점의 승점행진을 계속해야 하는데, 단순히 승점만 놓고 보면 지금보다 두배가까이 승점을 더 따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희망을 놓기에는 이르다. 특히 남은 1월의 일정이 정말로 중요하다. 풀럼, 사우스햄튼, 스토크시티를 만난다. 사우스햄튼은 9위, 스토크시티는 12위, 풀럼은 16위를 기록하고 있다. 2월의 일정은 너무나 빡빡하다. 뉴캐슬, 헐시티, 맨시티, 아스날과의 4연전을 치룬다. 1월에 어느정도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2월 일정에서 아예 강등을 확정지어 버릴수도 있는 일정이다. 

오늘 밤 열리는 풀럼과의 경기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2월까지 남은 7경기 중에서 가장 순위가 낮고 해볼만한 팀을 상대로 펼치는 경기이다. 주중경기에서 맨유를 상대로 2:1로 승리를 거둔 상승세까지 이어갈 수 있다. 특히 선수들의 의지가 매우 돋보인다. 작년 QPR 선수들의 의욕없는 태도와는 전혀 다른 부분이다. 선수들이 어떻게든 해보겠다라는 의지가 강하다. 최근 8경기에서 4승을 거두면서 실제로도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팀의 에이스로 거듭난 기성용의 역할이 막중하다. 맨유전에서 체력이 너무나 떨어져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팬들을 안쓰럽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휴식의 여유가 주어지기 힘든 시점이다. 기성용은 매경기 주전으로 활약을 해야 한다. 그가 없으면 팀의 패스 플레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에버튼 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승점 3점을 팀에게 안겨주었던 그 모습을 많은 경기에서 보여주기를 바란다. 본인도 본인의 바뀐 역할에 100% 적응을 하고 있고, 스완지 시절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마다 슛팅찬스가 두세차례는 나는 듯 보이는데, 팀의 공격진이 워낙 부진한 상황이기에 기성용이 직접 해결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동원은 경기마다 몇퍼센트 부족한 모습이다. 그를 비롯해 팀의 주요 선수들이 모두 부진을 겪고 있다. 오히려 이 위기가 본인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한두골만 집어넣어 준다면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다. 보리니와 아담 존슨이 맨유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탓에 선발출장은 어려워 보이지만 알티도어보다는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짧은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결과로 말해야 한다. 선더랜드가 그의 이적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주어진 환경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줘야 한다. 움직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너무 큰 긴장감속에 경기에 임하지 않길 바란다. 

풀럼과의 경기는 선더랜드의 올시즌 강등권싸움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교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경기를 이기면 몇라운드동안 지켜왔던 최하위도 탈출할 수 있다. 일단 최하위를 탈출하고 강등권순위를 벗어난다면, 아무리 80%의 팀들이 강등을 했다지만 선더랜드에게도 기사회생의 기회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