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트문트 클롭 감독은 지동원의 어떤 모습을 보았을까

Posted by Soccerplus
2014. 1. 18. 08:00 해외파 이야기/지동원

유럽에서 가장 핫한 감독 중 하나인 위르겐 클롭 감독은 지난 여름 선더랜드에 5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이적료를 제시했다. 지동원이라는 선수를 데려가기 위함 이었다. 1년밖에 남지 않은 계약 기간, 누가봐도 지동원을 파는 것이 맞아 보였다. 하지만 당시 선더랜드 감독이던 디 카니오는 이 제의를 거절한다. 그리고 6개월 뒤, 지동원은 완전히 폼이 하락한 채로 프리미어리그 최하위를 전전긍긍하고 있는 선더랜드에서도 주전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 지동원을 클롭 감독은 다시 찾았다. 지동원에게 무언가 특별한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 최하위권 후보 공격수가 독일 빅클럽으로 이적

프리미어리그 18위 팀에서 주전도 차지하고 못하고 있는 선수를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팀이자 다음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참여가 유력한 독일 빅클럽이 반년동안 공을 들여 데려왔다. 리그를 바꿔서 이야기한다면, 첼시나 맨시티쯤 되는 클럽이 독일 16위팀의 후보 공격수를 영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상황을 생각해봐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그만큼 지동원의 가치를 높게 인정했다고 할 수 있다. 지동원에 대한 관심이 6개월동안 이어졌다는 이야기이다. 주전 경쟁은 매우 힘들겠지만 그래도 지동원의 앞날이 밝은 것은 이 영입이 충동적인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계획되었던 데에서 비롯한다. 과연 클롭은 지동원의 어떤 모습을 보았을까

1. 팀의 전술과 잘 맞는 선수

1) 왕성한 활동량

위르겐 클롭이 추구하는 전술과 잘 맞는 선수라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지동원의 플레이 스타일의 특징은 활동량이 많고, 많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게겐프레싱'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지동원이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수비를 압박해주고, 많은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팀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그림을 상상해본다. 충분히 가능한 그림이다. 

2) 멀티 포지션

기본적으로 3명의 2선 공격수를 두고, 한 명의 원톱스트라이커 역시도 2선 공격수들과 활발하게 연계를 이루는 스타일의 전술을 구사한다. 여차하면 4개의 공격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지동원의 영입은 도르트문트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기본적으로 팀플레이를 할 수 있고, 거기에 아우구스부르크 시절 보여준 강력한 슈팅과 결정력을 보여준다면 도르트문트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3) 짧은 2:1 패스와 오프더 볼 움직임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경기를 살펴보면 지동원이 굉장히 2:1 패스를 즐겨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독이 바짝오른 지동원이 오프더 볼 상황에서 많은 움직임을 가져다 주면서 상대 수비를 헤집고 다녔던 것을 기억한다. 이상하게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그 플레이가 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피지컬이 우선시 되는 리그였던 점이 큰 부분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분데스리가로 돌아온다면 지동원의 그때 그 모습이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2. 분데스리가 적응이 필요없는 선수

이미 지난 시즌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새로운 리그에 대한 적응을 마친 지동원이다. 지동원은 분데스리가 데뷔전부터 아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후반기 17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17경기 5골을 넣었고, 5골 모두 순도가 높은 골들이었다. 검증이 되지 않은 다른 리그 선수들을 사오는 것보다 이미 검증을 마친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위험 부담의 측면에서도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3. 22살의 어린 선수, 저렴한 이적료

클롭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골 못넣는 선수를 키우는 재미도 있겟지'라는 말을 했었다. 지동원을 겨냥한 말은 아니겠지만, 지동원이 딱 그 상황에 부합한다. 지동원은 여전히 성장이 가능한 22세의 어린 공격수이다. 거기에 계약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고, 도르트문트로는 이적료없이 보스만룰로 이적을 확정지었다. 큰 투자비용 없이 그를 데려왔다. 이적료 없이 많은 포지션이 소화가능하며 성장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데려왔다는 것은 빅클럽임에도 탁월한 선택이다.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뮌헨처럼 큰 규모의 선수단을 운영하는 팀이 아니다. 지동원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4. 클롭이 발견한 포텐셜

그저 축구를 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클롭의 눈에는 보였을 지동원의 포텐셜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재다능한 선수이지만, 성장이 더뎌지면서 그 다재다능함이 그저그럼으로 변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했던 필자였다. 물론 그저 팬의 눈과 감독의 눈은 다르다. 클롭 감독의 눈은 매번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카가와 신지는 일본에서 30만 파운드로 이적을 했었고, 리그 최고의 수비수인 수보티치와 훔멜스 역시도 400만 파운드 언저리의 가격으로 데려왔다. 레반도프스키역시도 460만 파운드라는 헐값에 데려왔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포텐셜을 잘 포착해 도르트문트에서 만개를 시켰다는 이야기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의 현재 몸값은 최소 1500만 파운드이다. 지동원의 미래가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대되는 14/15시즌 

벌써부터 지동원의 14/15 시즌이 기대된다. 유럽 최고의 서포터즈인 도르트문트의 서포터들의 맹렬한 응원을 받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아우구스부르크에서의 6개월을 잘 마무리하고, 월드컵에서 선전을 한 뒤, 도르트문트에서 지동원의 전성시대를 열어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