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 골, 도르트문트서 치른 아찔한 신고식

Posted by Soccerplus
2014. 1. 26. 08:18 해외파 이야기/지동원

지동원의 이적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누가뭐라해도 도르트문트의 클롭 감독이다. EPL 18위 선더랜드의 후보 공격수를 관심있게 눈여겨보고, 그를 분데스리가 선두 경쟁인 팀에서 데려온 것이다. 거기에 지동원을 위한 배려가 제공되었다. 폼이 떨어진 상태에서 바로 도르트문트로 넘어와서 힘든 적응의 시간을 겪는 것보다 지동원을 간절히 원하고 또 지동원이 작년에 좋은 활약을 보였던 아우구스부르크에 이적료를 상당부분 지원해주면서 지동원의 이적을 도왔다. 지동원은 결국 아우구스부르크에서 폼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으며, 그의 첫 월드컵에도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도르트문트의 클롭 감독이 없었다면 이뤄지기 힘든 일이었다. 



운명의 장난이랄까, 지동원의 아우구스부르크 복귀전의 첫 상대는 바로 도르트문트였다. 현재는 아우구스부르크 소속인 선수이지만 클롭 감독에게는 자신의 선수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지동원이었다. 원래 도르트문트소속인 선수를 아우구스부르크에게 임대를 보낸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지동원의 이적을 성사시켰다. 지동원은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이번 경기 출장이 어렵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지동원은 원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물론 작년에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경기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 경기장이 자신의 홈구장이 될 예정이라는 생각을 갖고 다시 찾은 곳이다. 매 경기마다 노란 옷을 입은 8만 홈팬들이 찾는 지그날 이두나 파크, 지동원 미래의 홈구장이기도 하다. 지금은 원정팀의 선수로 이적을 해왔지만 곧 미래의 홈팬들이 될 수많은 팬들앞에서 지동원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동원은 분데스리가 복귀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이름을 8만명의 '미래의 홈팬'들에게 각인시켰다. 골을 넣은 상황도 드라마틱했다. 레버쿠젠과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도르트문트가 자신보다 약한 아우구스부르크를 상대로 홈경기를 했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지동원이 출장했고, 곧 도르트문트의 선수가 될 아우구스부르크 선수에게 헤딩골을 허용한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왔다. 크로스는 좋았지만 헤딩으로 골을 노리기엔 각이 너무 없었는데, 지동원은 이 공을 절묘하게 돌려놓으면서 골대의 구석으로 보냈다. 바이덴펠러 골키퍼도 손을 쓸 수 없었다. 

후반전 25분 지동원이 팀의 간판 공격수 보바디야와 교체되어 들어왔다. 그리고 정확하게 2분 뒤, 지동원은 골을 넣으면서 아우구스부르크는 물론 도르트문트를 깜짝놀라게했다. 2분만에 나온 복귀골이었다. 지동원이 골을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도르트문트는 공격수 쉬버를 교체투입했고, 아우구스부르크는 수비수 홍정호를 교체투입했다. 도르트문트가 공격일변도로 나섰다면 아아구스부르크는 수비수를 추가하며 수비적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무승부만 기록해도 본전은 따내는 아우구스부르크는 지동원의 골로 인해 소중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갈길바쁜 도르트문트는 승점 3점을 얻는데 실패하며 다시 불안불안한 3위싸움을 하게 되었다. 

이 골은 매우 의미가 있는 골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단기간만 놓고 보자면 지동원의 6개월 아우구스부르크 생활의 청신호를 켜줄 골이었다. 지동원의 지난 시즌 활약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아욱국은 리그 9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행보를 걸어왔다. 알틴톱, 베르너, 안드레 한, 보바디야등 주축 공격수의 활약이 좋았다. 폼이 떨어진 지동원에게는 바로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주전을 장담하기는 힘든 기세였다. 하지만 이 골로 인해 지동원은 '최소한' 슈퍼 서브라는 지위를 보장받게 되었다. 다음 경기부터는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도 높다. 활동량과 팀플레이가 좋기에 서브보다 주전으로 나왔을 때 더 기대를 하게 하는 선수다. 아우구스부르크는 작년 17경기에서 5골을 넣은 지동원을 기억한다. 그런 지동원이 돌아오자마자 골을 넣어주었으니 팀에는 천군만마가 들어온 셈이다. 

또한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충분한 활약을 보여준다면, 지동원은 월드컵 대표팀 합류에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우구스부르크에서는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선더랜드에서 좋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월드컵 대표팀에서 멀어져가던 지동원이었다. 손흥민-이청용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김신욱이 센터포워드로 나서게 되면서 지동원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지동원이 이렇게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준다면 홍명보 감독도 그를 중용할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공격수인 지동원이 월드컵에 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컨디션이었는데, 지동원이 꾸준하게 경기를 치룬다면 월드컵 행은 무리없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이제 6개월 뒤에나 만나게 되는 도르트문트에도 강력한 임팩트를 심어주었다. 지동원이 골을 넣자, 저 선수가 6개월 뒤에 우리 선수가 될 선수가 맞나 두눈을 뜨고 지켜보는 도르트문트 팬들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골을 터뜨리면서 미래의 홈팬들도 지동원의 이름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또한 자신의 눈을 확신하며 후보로 몰린 지동원을 데려온 클롭감독은 한편으로 흐뭇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