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승리에도 불구하고 기성용의 고충은 늘어만 간다 (선더랜드 스토크시티)

Posted by Soccerplus
2014. 1. 30. 08:01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선더랜드와 스토크 시티의 EPL 23라운드 경기에서 선더랜드가 스토크 시티에게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선더랜드는 승점 3점을 획득하며 시즌 시작 후 처음으로 강등권을 탈출했다. 리그 17위의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만약 다음 경기마저 승리한다면 프리미어리그 순위에서 15위 안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11위인 스완지시티가 승점 24점이고, 17위인 선더랜드가 승점 21점을 기록하고 있는 혼돈의 상황이다. 한 경기만 지더라도 곧바로 강등권으로 미끄러질 수 있다. 이 급박한 상황에서 선더랜드는 승리를 따내며 잔류 의지를 확고히 했다. 

2월에 강팀들과 경기가 몰려있는 선더랜드이기에 1월 일정에서 승점을 많이 따내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 선더랜드는 1월 리그 4경기에서 2승 1무 1패, 1월 전체 경기에서 5승 1무 2패를 기록했다. 확실한 상승세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포옛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팀의 체질이 바뀌었다. 기성용이 에이스로 급부상하면서 팀의 중심을 맞추는데 성공했고, 아담 존슨과 보리니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콜백과 캐터몰과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기성용을 축으로 한 팀플레이가 한결 좋아진 모습이었다. 


누가 뭐라해도 이 팀의 에이스는 기성용이다. 중앙 미드필더들이 각자 고군분투를 해주고 있지만, 키패스를 넣어줄 선수는 기성용이 유일하다. 볼을 소유하고 배급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그 역할이 당연하다. 다른 선수들은 빌드업 과정 자체에서 문제가 생겨버리기 때문이다. 기성용을 거쳐가는 공격과 그를 거쳐가지 않는 공격에서 차이가 난다. 기성용을 거치지 않는 공격의 대부분은 측면으로 볼을 뺀 뒤 아담 존슨이나 보리니의 드리블 돌파가 거의 유일한 실정이다. 센터포워드가 공을 잡아주고 다른 선수들이 침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알티도어나 스티븐 플레쳐가 볼을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스토크시티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데에는 성공했지만 경기력은 1월들어 최악이었다. 캐터몰이 아예 명단에서도 제외되면서 라르손, 기성용, 콜백이 미드필더를 맡았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인 캐터몰이 결장하면서 기성용에게는 수비적인 부담이 생겼다. 캐터몰 대신 출장한 라르손이 준수한 수비력을 갖고 있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잭 콜백은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빌드업이 무난한 선수가 아니다. 기성용을 거치고 가야 하는 패스 과정에서 콜백이 독단적으로 의미없는 패스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진 역시도 답이 없었다. 보리니와 아담 존슨은 끊임없이 개인 돌파를 시도했다. 보리니와 아담 존슨이 첫 골을 합작해내긴 했지만, 이후에 제대로된 공격을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애초부터 개인플레이가 몸에 베어있는 선수들이다. 팀의 승리와 함께 자신감이 차오르면서 개인플레이를 경기 내내 시도했다. 또한 센터포워드도 문제다. 기성용이 전진 패스를 넣어주면 볼을 소유하거나, 다른 측면으로 돌리거나, 그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전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백패스를 해버린다. 이렇게 되면 전진패스가 의미가 없어진다. 매우 답답한 흐름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기성용은 오늘 경기에서도 91%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라르손이 공격적으로 전진하면서 혼자 5개의 슛을 날리는 동안 기성용은 슛팅 시도자체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팀내 미드필더가운데 가장 많은 태클을 성공시키며 수비적인 부담을 져야 했다. 수비적인 부담과 공격 조율이라는 두가지 작업을 한꺼번에 하려니 기성용의 체력부담은 커져만 갔다. 후반 막판 그답지 않은 패스미스가 나온 것도 체력적인 문제에서 비롯했다. 캐터몰이 절실하게 그리운 경기였다. 

선더랜드의 순위가 올라갔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의 플레이를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강등권 추락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공격진이 답이 없는 상태에서 미드필더와 연계를 해줄 선수가 필요한데, 지금으로는 기성용 밖에 그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 강등권에 허덕이며 치열하게 순위경쟁을 할 때에는 기성용에게 필사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이었는데, 경기가 계속되고 승점을 쌓아나가면서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콜백, 존슨, 보리니, 라르손과 같은 선수들은 오늘 경기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정확하게 이틀을 쉬고 뉴캐슬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다시 한번 체력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체력이 뚝 떨어진 것이 눈에 보였다. 오늘 경기를 포함해 17일동안 5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쉬어갈만한 경기는 없다. 쉬어야 하는 기성용에게 쉴 시간은 없다. 오늘 경기에서도 풀타임 출장은 당연했다. 강등권 팀을 혼자서 살려나간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선더랜드는 캐피탈원컵 결승과 FA컵 16강에 올랐다. 체력적인 소모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신감에 차 팀플레이보다 개인 플레이가 우선인 동료들과 본인의 체력적인 문제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기성용이다. 리그 11위부터 20위까지 모두 강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승점이기에 한 경기 한경기가 중요하다. 기성용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은 없다. 기성용의 고충은 늘어만 간다. 당장 내일 모레 있을 뉴캐슬과의 경기가 걱정된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120% 보여주던 기성용이다. 위기에서 빛을 발할 그의 진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