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했던 멕시코전 완패, 보다못한 이영표의 일침

Posted by Soccerplus
2014. 1. 31.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4:0 , 스코어만 봐도 그날 경기가 어떠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한 팀이 다른 팀을 완파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스코어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멕시코의 평가전 경기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멕시코에게 4실점을 하면서 완패했다. 전반에 2골, 후반에 2골을 허용하면서 4:0으로 패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경기였다. 

개인적으로 평가전에는 비판의 잣대를 높게 들이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펼쳐질 세 경기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는게 맞다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주축이 될 유럽파 선수들이 모두 제외되었다. 거기에 수비의 중심을 맞춰주던 김영권이 소집되지 않았고 기성용이 없을 때 중원을 풀어주던 하대성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많은 선수들이 A매치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었다. 그들중엔 이번 A매치가 첫 경기인 선수들도 있었다. 김신욱, 이근호, 정성룡 등을 제외하면 대표팀에서 부름을 자주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었고 다른 선수들도 대표팀에서 자신의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겨울 휴식기간에 치루는 친선전이기에 대표팀 선수들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다. 또한 5만명 멕시코 응원단의 일방적인 응원, 풀리지 않은 여독등 주변 상황들도 대표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상대도 치차리도, 도스 산토스, 과르다도, 벨라 등 주요 선수들을 제외한 선수들이었다. 상대도 100% 완성된 팀이 아니었다. 두 팀 모두 평가전이라는 타이틀에 충실한 선발 라인업과 선수 기용을 했다. 

전반 30분까지 우리나라의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김신욱은 빛나는 활약을 했다. 김신욱은 상대 장신 수비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제공권을 보여주면서 상대를 위협했다. 세트피스에서도 그를 축으로 많은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김신욱에게만 공이 몰리면서 공격의 패턴이 매우 단조로웠다는 점이다. 수비진도 견고하게 잘 버텨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한 번의 찬스를 허용하며 골을 내줬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영웅 페랄타의 골이었다. 

여러가지 환경들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 한골은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었다. 우리가 밀리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상대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오히려 전반 30분까지 우리나라가 더 좋은 페이스를 보였다. 하지만 이 첫 골이 터진 이후의 경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졸전이었다. 두번째 골은 오프사이드가 의심되는 장면이었다. 애매한 장면이었다. 선수들은 손을 들고 플레이를 중단했지만 경기는 지속되었다. 이 장면에서 두번째 골을 허용했다. 볼 앞에서 수비하던 박종우는 손을 들며 항의를 했다. 인플레이 상황이었다. 박종우가 경기에 집중해 심판 판정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측면에서 넘어오는 볼을 충분히 커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전반 종료직전 어이없게 실점을 하면서 우리나라는 후반전 맥없는 플레이로 일관하게 된다. 

단조로운 공격이 답답했던 생각이었는지 홍명보 감독은 김신욱을 빼고 이승기를 투입하면서 활발한 2선 플레이를 꾀했다. 하지만 믿을만한 구심점을 잃어버린 대표팀의 경기력은 처참했다. 한두 번의 찬스를 만들었지만 골로 연결되기는 어려웠다. 후반전 멕시코가 템포를 늦추면서 이대로 경기를 끝내고자 하는 태도로 경기에 임했다. 대표팀은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리고 후반전 종료 10분전 2골을 허용했다. 허용하지 않았어야 하는 장면에서 골을 허용했다. 세번째 골에서는 8명의 수비가 세명의 공격수를 막아내지 못했고, 네번째 골에서는 김승규가 1:1 찬스를 두 번이나 선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비수들이 클리어하지 못했다.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완전히 풀렸다. 

이날 해설자로 데뷔 경기를 가진 이영표 해설위원은 경기 내내 선수들을 격려했다.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았고, 몸상태가 100%가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면서 선수들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세번째 골, 네번째 골을 허용하자 참다 못한 이영표 해설위원은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선수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대표라는 생각을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인 이영표 해설위원이 선수들에게 가한 따끔한 충고였다. 선수들은 국가대표 유니폼에 걸맞지 않은 경기를 했다. 경기에 져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전력차는 어떤 경기든 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로의 정신력을 실종한 완패는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2:0 경기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대로 끝나겠구나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경기를 했던 것이다. 평가전이라는 타이틀 앞에 선수들의 정신력이 해이해 졌다. 

이 날 경기로 선수들이 많은 것을 느끼기를 바란다. 어제 경기는 국가대표로는 하지 말았어야 할 경기였다. 선수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 잠시만 긴장을 놓아도 두 골, 세 골을 허용한다. 2010년 아르헨티나전의 아찔한 추억을 다시 브라질에서 재현할 필요는 없다. 비난 여론이 쏟아질 것이다. 대표팀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태극마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아야 한다. 몸 상태만 괜찮다면 당장이라도 경기에 뛰고 싶다는 이영표 해설위원의 마음을 본받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경기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월드컵이 눈앞에 있다. 태극마크의 환상에 젖을 상황이 아니다. 이영표 해설 위원의 일침을 가슴에 새기며, 전훈 마지막 경기인 미국전에서는 180도 바뀐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