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투성이 전지훈련이 준 9 가지 교훈

Posted by Soccerplus
2014. 2. 3. 09: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마지막 경기마저 2:0 완패였다. 홍명보호는 2:0 의 패배를 당하면서 전지훈련의 마지막을 좋지 않게 장식했다. 3경기에서 단 한골밖에 기록을 못했을 정도로 공격력 빈곤에 시달렸고, 그에 비해 6실점을 허용하며 수비력에 허점을 보였다. 공수양면의 문제점을 모두 드러낸 경기였으며, 이번 세번의 경기를 통해 많은 보완책을 강구해야함이 분명해졌다. 전지훈련 무용론이 고개를 들 정도로 형편없는 경기력이었지만 대표팀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것으로 충분히 얻을만한 것이 많았던 훈련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의 전지 훈련을 통해 홍명보호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많은 팬들이 답답한 경기를 통해 상심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훈 이전 4번의 대표팀 경기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브라질전을 시작으로 말리, 스위스, 러시아전은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 전지훈련에서 보여준 세경기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좋았던 네 경기의 페이스와 나빴던 세경기의 비교를 통해 대표팀이 받아들여야 할 교훈을 간추려 보았다. 

1. 홍명보호의 주축은 해외파다

경기를 보았다면 누구나 생각했을 부분이다. 유럽파가 완전히 제외되고 대부분이 K리거로 구성된 대표팀의 전력은 형편없었다. 김신욱, 이근호, 김승규, 정성룡, 김진수, 이 용 등 원래 대표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제외하고 확실하게 대표팀에 전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선수가 없었다. 홍정호, 김영권이 없었던 대표팀의 중앙 수비는 뻥뚫렸고 기성용이 없는 중원도 답답했다. 이근호와 김신욱이 고군분투했지만 그를 받쳐줄 공격수 자원이 없었다. 손흥민과 이청용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다.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의 빈자리가 많이 느껴졌고 그들이 대표팀을 이끌어나갈 존재라는 것이 확실해진 전지훈련이었다.

2. 새로운 얼굴의 발견도 없었다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김태환, 염기훈, 고요한, 김민우 등은 대표팀에서 다시 보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홍명보 감독 역시도 느꼈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K리거들이 대거 발탁되긴 했지만 새로운 얼굴로 등장하기보다는 기존 핵심자원들의 경쟁력을 더욱 더 강화시켜주는 역할에 불과했다. 김기희, 김주영, 강민수등 수비 선수들이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표팀의 주전 경쟁을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시급했던 것이 공격진의 조커 발견, 그리고 기성용의 단짝 찾기였는데 이 역시 모두 실패했다고 본다. 김보경, 구자철, 지동원의 폼 회복을 기다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3. 불안했던 김진수, 믿을만한 이 용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에 전격 발탁했던 두 명의 주전 풀백들은 이번 전지 훈련에 참여하며 브라질 월드컵 엔트리 발탁 가능성을 높였다. 좌측의 김진수, 우측의 이 용 모두 이번 전지 훈련에서 검증을 받았다. 전지 훈련전까지만 하더라도 김진수의 활약이 더 좋은 것으로 느껴졌지만 이번 미국, 멕시코전에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박주호가 독일에서 펄펄날고 있는 가운데 왼쪽 풀백의 주인공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오른쪽의 이 용의 활약은 매우 좋았다. 오른쪽에서 무게를 잘 잡아주었고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합격점을 줄만한 플레이를 했다. 이변이 없는 한 그의 브라질행은 유력해보인다. 

4. 김신욱 딜레마

김신욱은 나올 때 마다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김신욱이 나왔을 때 대표팀의 플레이가 단조로워진다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김신욱은 이번 3경기에서 우리나라의 에이스로 활약을 했다. 멕시코전, 코스타리카전 그가 보여주었던 공중에서의 위압감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전에서 그의 헤딩이 빛을 발하지 못하면서 대표팀의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숏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하던 대표팀의 플레이가 너무나 단조로웠다. 중앙에서 경기를 풀어줄 플레이메이커의 부재가 절실히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김신욱을 활용할 방법을 더 현명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5. 정성룡 vs 김승규 키퍼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두 경기에서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잡아 들었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정성룡이 수문장을 맡았다. 국내 여론만을 생각해본다면 김승규가 주전 골리가 되어야 하지만 경기에서 보여준 활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김승규가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정성룡은 미국전에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가 허용한 두 골 모두 그의 실수에서 비롯되지 않았으며, 그 이외의 장면에서는 안정적으로 골대를 지켰다. 아직도 경쟁이 끝나지 않은 포지션이다. 

6. 브라질행 주인공 윤곽이 드러났다

이번 대표팀 전지훈련을 통해 브라질행 주인공이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났다고 보여진다. 확실한 것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특출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아무도 없었기에 기존에 중용받았던 선수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골키퍼의 정성룡과 김승규, 수비수 자리의 이용, 김영권, 홍정호, 김진수, 박주호 미드필더의 한국영, 기성용, 구자철, 김보경, 이청용, 손흥민 공격수로 지동원, 이근호, 김신욱 정도는 이변이 없는 이상 브라질행이 유력하다. 16명 이외의 후보로는 박종우, 황석호, 박주영, 이승기, 윤일록 정도가 떠오른다. 대표팀의 남은 자리를 가져갈 선수들은 누가될까. 

7. 홍명보의 지도력, 도마에 오르다

홍명보 감독은 어려운 시기의 대표팀을 맡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미국 전지훈련은 그의 지도력에 어느정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러가지 상황이 좋지 못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던 두 경기였다. 일각에서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비판의 여론이 거세다. 이제 월드컵까지는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늘 위기였던 대표팀이었지만 홍명보 감독이 지도력과 리더쉽을 다시 한 번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8. 시간이 없다

이제 대표팀은 3월에 그리스와 한 차례의 평가전을 치루고 월드컵 리허설을 하게 된다. 시즌이 끝난 뒤 5월 중순부터 대표팀은 모여서 평가전을 치루고 브라질로 입성할 것이다. 월드컵 리허설로 치루는 세 경기가 거의 월드컵에 갈 23인을 중심으로 꾸려지기 때문에 선수들을 평가할 기회는 한 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스전에 정예멤버를 투입시킬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기에 국내파에 대한 실험은 이제 없다. 대표팀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고 그 전력으로 몇 차례 경기를 해야 안정감이 생길텐데, 홍명보 감독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한 달 안에 정상의 전력을 보여주어야 하는 위기에 놓여있다. 

9. 주눅든 대표팀, 에이스가 필요하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펄펄날던 선수들이 미국과 멕시코전에서는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강팀을 만났을 때 해볼만 하다라는 생각보다는 움츠러드는 모습이 더 많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경험많은 에이스의 존재감이다. 안타깝게도 국내파가운데 에이스의 중책을 맡을 선수는 없어보인다. 멕시코의 마르케즈, 미국의 도노번이 보여준 존재감은 엄청났다. 손흥민, 이청용, 기성용 등 해외파가 합류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 선수들도 대표팀의 에이스라고 말하기엔 어렵지만 이제 믿을 것은 이들 뿐이다. 늘 그립지만 에이스 박지성이 유달리 그리운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