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홍명보라도 박주영을 뽑을 것 같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2. 4. 09: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넣은 박주호보다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단 4분을 뛴 박주영이 언론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박주영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상황은 단순히 박주영에 대한 관심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관심이라면 관심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박주영에 대한 국내 여론의 좋지 않은 시선들이 많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박주영을 뽑고 싶어 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바이다. 또한 박주영을 뽑았을 때의 후폭풍 역시도 엄청난 것을 알기에 홍명보 감독은 단 한번도 박주영을 대표팀에 부르지 않았다. 

2010년 대표팀의 원톱, 박지성 은퇴후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고, 2012년 런던 월드컵 동메달의 주역이었다. 대표팀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던 선수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병역 문제로 팬들의 미움을 샀다. 물론 그 전부터 그를 미워했던 팬들은 그를 미워하고도 남았었지만 이 사건이 큰 계기가 되었다. 애초에 언론에 얼굴을 잘 내비치지 않던 박주영은 더욱 더 문을 굳게 걸어잠궜다. 아스날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위건 이적은 왜 좌절되었는지 , 왓포드를 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다. 단순히 추측을 할 뿐이다. 뭘봐도 밉게 보이는 사람들은 밉게 보일 수 밖에 없다. 



홍명보가 지연이나 학연으로 선수를 선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가 잘 아는 선수를 뽑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최강희 감독이 이동국을 중용했던 것과 조광래 감독이 해외파를 중시한 것과 비슷하다. 박주영이 고대 출신이라 그를 뽑는 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연대 출신 김민우는 왜 뽑았으며, 다른 고대 출신 차두리는 왜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는가. 홍명보에게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공격수는 박주영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함께 한 공격수이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공격수를 데려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팬들은 박주영이 좋지 못한 폼이고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기 때문에 그를 뽑아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팀에서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하면서 뽑힌 선수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동원과 윤석영은 선더랜드와 QPR에서 경기출장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대표팀 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뭐라하지 않았다. 박주영과 다른 선수의 네임 밸류의 차이라기 보다는 여론이 박주영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생각한다. 

박주영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나의 입장에서 볼 때, 내가 홍명보 감독이라도 박주영을 기다릴 것 같다. 지금 대표팀의 상황이 그렇다. 다른 선수들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박주영이 어느정도 희망을 보여준다면 그를 지체없이 뽑을 것 같다. 왓포드에서 얼마나 경기를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한경기 한경기에 기대를 걸고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의 주전 원톱은 김신욱이다. 하지만 월드컵이라는 대회는 한 명의 공격수로 치를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김신욱을 제외하고 시험했던 많은 K리그 공격수들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K리그에서는 어느정도 통할지 몰라도, 세계 무대에 내놓을 클래스라고 말할 선수는 없다. 이동국 정도를 시험해 볼 수 있겠지만, 이제 월드컵 직전 평가전을 제외하면 평가전은 단 한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선수와 감독으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홍명보와 이동국이 대표팀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신욱이 원톱으로 뛰게 되었을 때 대표팀은 그의 머리로 공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소속팀에서는 김신욱의 쓰임새가 지금과 전혀 다르다라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만, 대표팀은 클럽처럼 꾸준하게 같은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홍명보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지 6개월, 12경기 밖에 경기를 하지 못했다. 그 중 김신욱이 나온 경기는 6경기이다. 6경기만에 김신욱의 모든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을 만들 수 있을까. 그 6경기동안 동료들은 계속해서 바뀌어왔다. 또한 대표팀이 만날 상대는 우리나라보다 강한 상대들이다. 강팀과의 대결에서 중원싸움을 승리한 뒤, 우리의 방식대로 이끌어나갈 확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모든 경기에서 김신욱의 머리만을 노릴 수는 없다. 아니, 대표팀의 전술을 김신욱에 맞게 최적화 시키더라도 경기가 수세에 몰렸을 때 골을 넣어줄 조커의 존재는 분명히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박주영이 제일 먼저 생각날 수 밖에 없다. 12 경기동안 김신욱 이외의 다른 공격수를 왜 키우지 못했느냐의 불만을 던질 수 있지만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K리그 선수들 가운데 월드컵 레벨에서 통할만한 센터포워드가 현재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근호는 원톱으로 놓기엔 부적합한 선수이다.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해 폼이 떨어졌고, 새로운 클럽으로 이적해 컨디션을 담금질 하고 있는 것은 지동원이나 박주영이나 대동소이하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뽑을 명분이 없지만 박주영이 왓포드에서 꾸준히 출장해 준다면 당연히 박주영을 뽑을 것이다. 나라도 박주영의 복귀를 기다릴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가장 가깝게 생각하는 공격수가 제 컨디션을 찾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수로써 월드컵에 뛰고 싶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박주영없이 대표팀을 어느정도 궤도에 올려놓았던 홍명보 감독이지만 이제는 박주영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는 타이밍이다. 한번쯤은 시험해 봐도 나쁘지 않은 카드아닌가. 

남은 시간은 5개월 5월이전 평가전은 단 한차례 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전지 훈련에서 많은 선수들을 시험하고 쓴잔을 마신 홍명보 감독이 다시 한 번 선수를 시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은 지금껏 좋은 모습을 부여준 선수들과 함께 자신이 가장 잘 알면서도 대표팀 적응을 잘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뽑을 것이다. 통상 세 명의 공격수가 23인의 엔트리에 들어오는데, 그 중 한자리 밖에 채워지지 않은 상태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 기존의 해외파들과 호흡을 길게 맞춰온 박주영을 뽑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책임은 홍명보 감독이 진다. 그리고 그를 믿고 대표팀 감독에 선임한 축협이 진다. 홍명보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다면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은 당연한 일이다. 대표팀에서 늘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던 박주영이다. 손가락질은 대회가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