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V 경기 통해 본 박지성, 국가대표팀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2. 7. 09: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우리나라에서 유럽축구를 접하는 것이 과거보다 많이 쉬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접근성은 프리미어리그에 편중되어 있다. 분데스리가가 치고 올라오기는 했지만, 프리미어리그만큼 친숙한 리그는 없다. 스페인은 시간대가 영 맞지 않고, 세리에 중계를 보기는 쉽지 않다.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으로 복귀하면서 네덜란드 에레데비지가 케이블 방송을 통해 전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관심에 멀어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지성이 부상을 당하고 나니 자연스레 네덜란드는 관심에서 멀어졌다. 오랜만에 박지성의 경기를 보았다. 그리고 박지성의 경기력은 최근 국가대표팀의 답답한 경기와 오버랩되었다. 박지성이야 말로 지금의 국가대표팀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PSV의 전력이 과거의 그 전력이 아니다. 네덜란드에서 내로라하는 명문 구단임은 틀림이 없지만 젊은 선수들로 리빌딩을 하면서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 박지성의 공백기에는 팀의 순위가 8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7위 이고, 선수와는 승점 12점차이다. 이런 불안정한 전력을 갖고 있는 팀에서 박지성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박지성이 돌아오고 나서 팀의 성적이 좋아졌다. 골을 넣는 선수도, 그렇다고 어시스트를 쏟아내는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팀의 성적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캄뷔르전에서 박지성은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출장을 했다. 중앙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으로 시작을 했지만 포지션이 정해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의 플레이가 불안정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활동량이 그라운드를 모두 커버할만큼, 그래서 그의 포지션이 어디인지 가늠이 가지 않을만큼 많은 지역을 누볐다는 이야기이다. 박지성의 스피드는 과거와 같지 않지만 그만큼 경기를 읽는 눈이 좋아졌다. 공이 가는 그 곳에 박지성이 있었다. 애매한 루즈볼은 박지성의 차지였다. 

박지성은 단순히 압박과 커팅만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그가 볼을 잡을 때 마다 안정감이 느껴졌다.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박지성의 키핑력은 단연 빛났다. 매우 공을 쉽게 잡고 쉬운 패스를 하는 것 같은데 다른 선수들은 그런 쉬운 패스도 하지 못했다. 박지성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공을 잡고 많이 드리블을 하기보다는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를 했다. 동료의 움직임을 넣고 킬패스를 두차례 정도 넣어주었다. 이역시도 무척이나 당연하고 쉬운 패스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당연하고 쉬운 패스를 보낼 수 있는 선수는 경기장에 박지성뿐이었다. 

경기가 지날 수록 32세의 박지성에게 선수들의 의지하는 모습이 보였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아인트호벤에서 박지성의 경험을 따라갈 선수는 없었다. 박지성에게 많은 공이 집중이 되었다. 후반전 내내 아인트호벤은 추가골을 넣기보다는 스코어를 지키는데 신경을 썼다. 그리고 그 경기운영에서 박지성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템포를 늦추면서 패스를 돌릴 때에도, 상대의 공을 압박해 빼앗아 내는데에도 박지성은 제 몫을 다했다. 박지성은 여전히 좋은 선수였다. 

33번의 낯선 박지성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대표팀의 7번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박지성은 여전히, 여전히 국가대표팀에 필요한 존재였다.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서 그런 부분을 더욱 더 절실히 느꼈다. 경기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표팀에 박지성의 경험과 경기 운영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두골을 먹히니 급격히 무너지는 부분에서 선수들이 믿고 따를 정신적 지주의 필요성을 느꼈다. 박지성이라면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다. 

일각에서 지적된 정신력 부재에 대해서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박지성은 팀에서 가장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장 솔선수범하며 많은 활동량을 소화했다. 전설과도 같은 선수가 그렇게 열심히 뛰니 다른 어린 선수들도 열심히 뛸 수 밖에 없었다. 팀 전체의 경기력을 올려놓는 선수가 바로 박지성이었다. 그런 그가 국가대표팀에 돌아오면 어린 선수들에게 얼마나 많은 자극이 되겠는가. 대표팀의 베스트 11 가운데 월드컵을 소화해본 선수는 이청용과 기성용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로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을 사기는 힘들다. 홍명보 감독이 말한 베테랑의 조건에 딱 들어맞는 선수다. 

물론 박지성의 대표팀 가능성은 없다. 없으니 더 아쉬워서 하게 되는 소리다. 박지성이 아는 형이었다면 정말로 떼를 써서라도 복귀해달라고 조르고 싶다. 홍명보 감독과 박지성이 곧 만날 것이고, 박지성이 어떤 식으로 대표팀을 돕게 될지 알려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2010년 남아공의 베컴처럼 벤치에서라도 대표팀을 도왔으면 좋겠다. 대표팀에 박지성의 역할을 해 줄 선수가 과연 있을까? 그의 빈자리를 그대로 메꿔줄 선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의 역할을 모두가 조금씩 나눠 맡아줘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