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 마지막 레이스, 감동적이었던 그의 마지막 한마디

Posted by Soccerplus
2014. 2. 13. 07:00 텔레비젼 이야기/세상 이야기

스포츠 선수라면 올림픽은 누구에게나 특별할 것이다. 4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올림픽, 전세계의 모든 눈들이 집중하는 축제이자 가장 치열한 결전의 시간. 누구에게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기회이고, 누구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기회일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선수라면 꼭 한 번 뛰어보고 싶은, 그리고 시상식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 소망이 있을 것이라는 것. 한 번도 뛰어보지 못한 선수에게도 그리고 올림픽이 인생이 되어 여섯번을 뛴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다. 

94년 릴레함메르에서부터, 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2006년 토리노, 2010년 벤쿠버를 거쳐 2014년 러시아 소치까지 무려 6개 대회를 거쳤다. 이규혁은 아무것도 몰랐던 17살 청소년시절부터 37살 불혹을 앞둔 나이까지 올림픽을 함께했다. 그에게 올림픽은 그의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이규혁이라는 선수가 금메달 후보라는 것만 기억한다. 그리고 환호했던 기억이 없으니 이규혁의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커서 이규혁의 올림픽 역사를 찾아보니 참 아쉽고도 파란만장했다. 늘 세계적인 선수로 군림했지만 유달리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놈의 메달이 뭐라고 이규혁에게 단 한차례 4위만 허락을 했다. 그보다 기대를 많이 걸지 않았던 이승훈이나 모태범이 금메달을 따면서 자연스럽게 관심도 그쪽으로 향했다. 

동계 스포츠라는 것이 중계가 잘 되지 않기때문에 그리고 스포츠 뉴스를 통해서도 아주 잠시 언급이 되는 것이기에 이규혁이라는 이름을 4년동안 잊고 있었다. 소치 올림픽이 개막하고 이규혁이 기수로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멍했다. 꽤나 오래된 이름이어서, 그리고 아직도 나온다는게 신기하고 대단해서. 찾아보니 그의 나이 37세. 4년동안 이 올림픽을 위해서 다시 한번 피땀을 흘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짠했다. 그리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올림픽이라기보다는 마지막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부담이 많았다고 했지만 그 역시도 즐겁게 하려고 노력을 했다라는 인터뷰에서 그의 프로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레이스였기 때문에 힘든 것 보다는 즐거움이 많았다고 말하면서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에서는 정말로 많은 노력을 했고, 그랬기에 배어나온 웃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달을 따지 못해서 본인이 약간은 부족한 선수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부족한 약간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세계기록보유자도 이루지 못한 6회 출전이라는 기록으로 채우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아는데, 그것을 6번이나 참고 본인의 꿈에 도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규혁은 이미 충분히 훌륭한 스케이트 선수다. 

눈물을 참으며 마지막으로 그가 남겼던 말은 그야 말로 감동이었다. "가장 기쁜 건, 아직까지 제가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슬픈 건, 이제는 선수로 스케이트를 타지 못한다는 것" 이라는 말이었다. 평생을 스케이트를 탔지만, 그리고 인생의 절반이상을 국가대표 스케이트 선수로 살았지만 여전히 그가 스케이트를 갈망하고 스케이트 선수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한마디였다. 이런 마음이 없었다면 6번의 올림픽도 없었을 것이다. 

본인이 꿈꾸는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6번의 대회를 치렀다. 결과가 그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을지언정 그는 그가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기에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고, 스케이트를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눈물을 보였다. 이 웃음과 눈물은 그 어떤 말보다 진한 감동을 주었다.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에 후회하지 않는 그의 모습. 그리고 약간은 부족한 스케이터로 남겠지만 그 남은 부분은 남은 삶에서 채워나가겠다는 다짐. 대표팀 경기를 보며 그저 메달을 따지 못해 발만 동동 굴리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상화의 금메달만큼이나 이규혁의 도전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이규혁은 올림픽에 6번이나 출전했고 그때마다 최선을 다했다. 그의 마지막 레이스가 끝나고 그에게 보내는 국경이 없는 박수갈채야 말로 그가 당연히 받아마땅한 대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이규혁은 영원히 올림픽 역사에 잊혀지지 않을 인물로 남을 것이다. 너무나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