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 두번 울리는 기자들의 무개념 인터뷰

Posted by Soccerplus
2014. 2. 14. 07:00 텔레비젼 이야기/세상 이야기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박승희가 동메달을 땄다. 16년만에 단거리에서 딴 값진 수확이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심석희와 김아랑은 준준결승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금메달까지 노리던 심석희가 준준결승에서 힘도 써보지 못하고 4위로 탈락한 것은 충격이었다. 또한 남자 5000미터 계주에서도 아쉬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호석과 미국선수가 충돌하면서 넘어지고 말았다. 이 충돌과정에서 우리나라는 1위로 달리다가 선두를 내어주고 말았고, 결국 카자흐스탄과 네덜란드, 그리고 미국이 결승에 진출했다. 최소한 메달입상을 노리던 우리나라 쇼트트랙이 아쉬운 순간을 맞았다. 

내가 다 가슴이 아팠다. 특히 500미터 결승에서 영국의 앨리스가 박승희를 밀어내는 장면에서 속이 터졌다. 출발도 완벽했고 1위로 달렸던 박승희를 넘어뜨렸다. 2,3위 선수들의 자리다툼에서 박승희가 피해를 본 것이다. 준준결승, 준결승 모두 여유있게 1위로 통과를 했고, AP통신에서도 박승희를 금메달 유력 후보로 뽑을 만큼 기세가 좋았다. 하지만 유달리 좋지 않았던 빙질과 여러 불운이 겹치면서 박승희는 동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남자 쇼트트랙은 다소 아쉬웠다. 안현수와 인연이 있는 이호석이 충돌하면서 넘어졌다. 이후 벌어진 러시아의 경기에서는 안현수가 폭발적인 스피드로 팀을 결승에 올려놓으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력으로 뒤진 것이 아니라 불운이 겹치며 탈락한 것이라 결과를 받아들이기 더 힘들었다. 우리나라는 막판까지 카자흐스탄을 따라잡으려 노력했지만 잠시 사이에도 수십미터가 차이나는 쇼트 트랙에서 카자흐스탄을 따라잡기 힘들었다. 아마도 많은 국민들이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켜보던 국민들보다 더 아쉬움을 느꼈을 사람은 바로 선수 본인일 것이다. 4년에 한 번, 올림픽을 통해 그들의 결과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4년동안 이 한 대회를 바라보며 여러 대회에 나가고 피와 땀을 흘린 선수들이다. 그런 노력의 결과가 실력에 의한 승부가 아닌 불운에 의한, 다른 선수와의 충돌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받아들기 힘든 일일 것이다. 17세 심석희부터 20대 초반의 선수가 대부분인 어린 쇼트트랙 선수들에게는 더더욱 슬프고 아쉬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경기 뒤, KBS에서 선수들에게 했던 인터뷰는 이들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한 무례한 행동이었다. 93년생, 계주팀의 막내인 박세영 선수가 충돌로 탈락한 뒤 인터뷰에 응했다. 아마도 그가 원한 인터뷰는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로, 아쉬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런 선수에게 기자는 이렇게 인터뷰를 했다. 

"굉장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떤 상황이었나"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니. 경기를 보고도 이 상황을 선수로 하여금 이해시켜주길 바라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탈락을 질책하고 싶어서였을까. 기자는 마치 패잔병들을 심문하듯 어린 박세영 선수에게 매몰차게 물었다. 박세영 선수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타다가 넘어졌다라는 짧은 대답을 했다. 말투가 선수를 안정시켜주거나 위로해주고자 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이후 '미국이 추월하는 상황에서 밀린듯한 느낌이 강했는데..' 라며 제대로된 질문을 하지 않고 마이크를 넘겼다. 박세영 선수는 다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두번의 질문이 더 이어졌다. 질문이라기보다는 대답을 강요하는 말이었다. 두번의 질문모두 말끝을 흐렸다. '굉장히 아쉬운 상황이었거든요..' , '기대도 많이 했었을텐데....'까지만 말하며 다시 마이크를 박세영 선수에게 가져다 댔다. 박세영 선수는 네 많이 아쉽다는 짧은 답변만 할 뿐이었다. 

불난집에 부채질을 할 것이 아니라면 불의의 사고로 탈락한 선수를 인터뷰하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감정을 아직 추스르기도 전에 올림픽 경험도 없는 어린 선수를 데려다가 심문하듯이 마이크를 가져다 댔다. 시청자로써, 그리고 그들을 응원했던 국민으로 너무나 불쾌했다. 선수 하나하나의 노력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던 선수에 대한 질책처럼 느껴졌다. 선수들의 다큐를 만들어 그들의 훈련장면과 각오를 찍어오면 무엇하겠는가. 가장 힘든 시기에 마음도 정리되지 않을 그 시간에 무자비하게 달려가 인터뷰를 했다. 그 인터뷰도 선수의 심정은 단 하나도 고려되지 않은 것이었다. 

어제 모태범 선수가 아쉽게 입상하지 못하고 MBC와 인터뷰를 했을 때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모태범 선수는 소감을 묻는 말에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아 아쉽다라고 했다. 그러자 마자 불난집에 부채질을 하듯 '기록이 많이 저조했는데'라고 언급을 하면서 선수의 심기를 건드렸다. 기록이 많이 저조한 것을 왜 모르겠는가. 관심은 올림픽에와서나 가졌으면서 왜 그들의 노력을 언급하지는 않고 기록에만 연연하는가. 결국 모태범 선수는 '죄송하다'라는 사과를 해야했다. 그가 왜 죄송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규혁과의 인터뷰에서도 그의 평생 컴플렉스가 될 '올림픽 메달'을 굳이 언급했다. 20년동안 국가대표 생활을 하면서 유일하게 얻지 못한 올림픽 메달이라는 발언을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해야했을까. 언급을 꺼리던 이규혁 역시도 '부족한 선수로 남을 것이다'라며 자책했다. 

방송사가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길래 이렇게 성적에 관해 민감하고 왈가왈부하는지 모르겠다. 원치 않은 결과, 그것도 실수와 사고로 난 결과를 받아든 선수들을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선수들에 대한 더 많은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그들은 위로와 격려는 커녕 아쉬운 순간을 자꾸 떠올리게 했고, 이들을 더욱 더 슬프게했다. 제발 한번 더 생각하길, 한번 더 배려해주기를 바란다. 

박세영과의 인터뷰 링크 http://sports.news.naver.com/sochi2014/video/index.nhn?id=7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