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이 아니라면, 누굴뽑겠습니까

Posted by Soccerplus
2014. 2. 21. 09: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박주영이 대표팀에 뽑혔다. 박주영에 대한 엄청난빠-도 아니며 그의 모든 것을 비호해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박주영이 아니라면 누굴뽑겠는가라는 물음은 한번 던져보고 싶다. 박주영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축구팬들에게는 애증의 이름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의심의 여지없는 원톱이었고, 2011년에도 그랫지만 병역 문제가 걸리면서 팬들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아니, 애초부터 그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팬들도 있었다. 이는 박주영의 언론폐쇄적인 성격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홍명보는 박주영을 뽑았다. 알다시피, 박주영은 홍명보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와일드카드로 뽑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와일드 카드로 뽑았다. 한 번은 실패했지만 더 큰 대회에서 박주영은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안겨주었다. 이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박주영은 물론이고 김영권, 박종우, 기성용, 구자철, 남태희, 지동원등 대표팀의 주여 선수들이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박주영은 2012년 올림픽 조별예서는 잠잠했지만 가장 중요할 때 한 방을 터뜨려주면서 제몫을 했다. 

그리고 홍명보는 다시- 박주영을 뽑았다. 논란이 일수밖에 없다. 박주영을 선발하는데 부침이 따른다는 것은 홍명보 감독도 잘 알고 있다. 홍명보는 팀에서 활약하는 선수에 한해 뽑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박주영은 그 원칙에 위반하는 선수다. 물론 이 원칙이 지금껏 금과옥조처럼 지켜져온 것은 아니다. 작년 평가전 때 지동원과 윤석영도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장을 하지 못했지만 대표팀에 선발되었다. 다만 이 선수들의 언론지분이 박주영보다 훨씬 적기때문에 논란이 되지 않은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 박주영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주영이라는 독을 품었다는 둥, 원칙을 무너뜨리며 다른 선수들에게 좋지 못한 영향이 일거라는 등,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보다 더 심한 포털의 댓글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이다. 박주영 기사만 나오면 수많은 악플들이 달린다. 

홍명보는 박주영을 처음부터 뽑을 수 있었다. 하지만 뽑지 않았다. 그가 그야말로 기준미달의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명보는 가능한 자원들을 모두 실험했다. 이동국을 제외하고 대표팀에 들어가지 않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서동원, 김동섭, 조동건을 시험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약한 상대인 동아시아 대회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공격수들이었다. 아쉽지만 그들의 수준은 분명했다. 월드컵에 쓰기는 힘들어보였다. 

김신욱은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동아시아 대회때 차출된 이후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이름을 보이지 않았지만 스위스-러시아와의 연속 평가전에서 자신의 이름값을 했다. 누가뭐라해도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잇는 선수였다. 전술적인 활용도 역시좋았다. 이변이 없는 한 김신욱은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가 될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와 경쟁을 붙일만한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월드컵은 한명의 공격수로 해결되는 대회가 아니다. 벨기에와 러시아라는 팀은 김신욱의 신체적인 이점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수비라인을 갖추고 있는 팀이다. 또한 한 명의 공격수로 모든 경기를 소화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후반전 엇비슷한 상황에서 결정을 지어줄 조커가 필요한 상황이다. 2002년에는 황선홍과 안정환, 2006년에는 조재진과 안정환, 2010년에는 박주영과 이동국이 주전과 조커의 역할을 번갈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김신욱이라는 한 명의 공격수만이 대표팀에 존재한다. 다른 월드컵을 준비했을 때 보다 공격수자원이 열악한 상황이다. 

홍명보 감독만을 탓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준비기간이 짧았다.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휘봉을 맡겼고, 그가 월드컵을 위해 정예멤버들을 데리고 치를 수 있는 평가전은 10경기가 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주요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을 겪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제로톱을 시험하기도 했지만 이역시도 쉬운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3달이 남았다. 그리고 월드컵 직전 평가전을 제외하고 마지막 한 경기의 평가전이 남았다. 한두명의 공격수는 더 필요한 상황. 이 상황에서 누굴뽑겠는가. 이미 실패한 K리그의 공격수를 뽑아야하는가. 아니면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카드를 시험해 볼 것인가. 아니면 역대 다른 감독도 쉽사리 뽑지 않았던 유병수를 데려올 것인가. 한참 전지훈련중인 이동국을 데려올 것인가. 월드컵 경험과 해결사 능력을 갖고 있는 박주영이 가장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카드라고 생각한다. 

이는 홍명보가 아니었더라도 박주영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감독마다 성향의 차이는 있다. 최강희 감독이라면 이동국을 뽑아서 시험하겠지만, 다른 어떤 감독도 이동국이나 박주영을 두고 다른 선수를 뽑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이동국과 박주영중에 자신이 더 잘 알고 자신의 전술에 더 부합하는 박주영을 뽑은 것이다. 본인이라고 원칙을 꺠고 싶었겠는가. 원칙이고 뭐고 버려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원칙을 지키고 싶었지만 남은 경기가 단 한경기 밖에 없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를 불러들인 것이다. 

박주영이 아니고 다른 선수를 뽑는다면 누굴 데려와야 할까? 아무도 다른 대안은 갖지 않은 채, 그저 박주영에 대한 비난, 홍명보에 대한 비난만 하고 있다. 대표팀은 박주영의 팀이 아니다. 홍명보의 팀이다. 그리고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은 홍명보 감독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