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임대 후 갱생, 우리 타랍이 달라졌어요

Posted by Soccerplus
2014. 2. 25. 09: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2012-2013 축구계에서 최악의 선수를 한 명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 타랍을 뽑을 것이다. QPR의 강등의 1등 공신은 물론이고 박지성 선수에게 직간접적으로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려고 하는 그의 개인플레이에 팀은 망가졌다. 몇 번의 번뜩이는 천재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천재성이 모든 것을 용서해줄 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박지성 선수를 보기 위해 QPR 경기를 4경기 직관했었는데 그 중 그가 선발로 나온 3경기는 QPR의 완패, 그리고 박지성 선수가 선발로 나온 1경기는 QPR의 완승이었다. 레드납과 함께 최악의 축구 인물로 뽑기에 마땅한 타랍이었다. 

이런 타랍의 행보는 국내팬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했다. 이제 한국 선수가 있는 팀에서 뛰지 않게 되면서 원망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재미의 대상으로 바뀌어 버렸다. 타랍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혹은 타랍이 어떤 방식으로 팀을 망치는지 궁금했다. 미운정이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기대가 되었다. 

그런 타랍이 풀럼에서 QPR에서와 다를바 없는 활약을 보이자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천재성은 특출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짓게 되었다. 타랍은 프리미어리그 12경기에서 단 1골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비중있는 역할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런 타랍의 겨울 이적시장 행보는 다소 놀라웠다. 그가 그동안 있던 팀들보다 훨씬 더 클래스가 있는 팀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밀란으로 임대가 된 것이다. 새롭게 부임한 세드로프 감독의 관심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QPR에서 그리고 풀럼에서도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며 팀플레이를 해쳤던 타랍이기에 그의 밀란행은 의문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타랍은 하지만 밀란으로 이적하자마자 데뷔전에서 센세이셔널한 골을 기록했다. 중앙에서부터 달려오며 원더골을 터뜨린 것. 이적후 밀란의 5경기 중 4경기에서 선발로 출장하며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삼프도리아와의 경기에서는 한 골을 넣고 하나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팀의 2골에 모두 관여했다. 팀의 중심이었던 카카나 기대를 걸고 영입한 혼다보다 훨씬 더 나아보이는 활약이었다. 셰드로프 감독이 리그 5경기에서 3승을 거두면서 팬들의 신뢰를 쌓고 있고, 그 중심에는 타랍이 있다. 



셰드로프 감독은 브라질 보타포고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밀란의 SOS에 선수 생활을 접고 감독직을 맡았다. 감독으로의 역량에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지만 예상외로 팀을 잘 이끌면서 후반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여러 영입 선수들이 있다. 에시앙이나 타랍과 같은 선수들이다. 에시앙과 타랍은 공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타랍은 단 한번도 빅클럽에서 뛰어본적이 없는 선수이고, 그 기량을 증명해내지도 못한 선수이다. 하지만 이렇게 달라졌다. 

일단 셰드로프와 궁합이 잘 맞는다. 타랍은 전형적으로 믿음을 주고 전폭적으로 지지를 해줘야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타입의 선수이다. 셰드로프는 지략가라기 보다는 선수들과 어울리며 '큰형님'의 느낌을 주는 감독이다. 헤이해져있던 선수들의 팀워크와 정신력을 다시 세워놓았다. 그리고 타랍에게 믿음을 주면서 좋은 플레이를 유도해내고 있다. 다소 경직된 EPL의 감독들보다 자유로운 성향의 셰드로프와 더 맞는 선수인지도 모른다. 

또한 밀란이라는 빅클럽이 주는 무게감이다. 타랍의 플레이를 보면 단순히 골을 넣고 공격포인트를 올리는데에 집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패스를 받을 위치로 움직여주는 플레이가 상당히 좋아졌다. 과거에는 패스고 뭐고 후방으로 쳐져 공을 받으면 공을 몰고나가는 플레이를 했지만 이제는 팀플레이와 패스를 하기 시작했다. 비어있는 공간으로 가면서 공을 자주만지고, 질좋은 패스를 넣어주기 시작했다. 축구에 대한 천재성은 원래부터 갖고 있던 선수였기에 한 번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뒤의 성장은 눈부시다. 그가 원하는 팀, 그에 잘 맞는 팀을 이제서야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 딱히 그보다 나아보이지 않는 선수들을 업신여겼지만 카카를 비롯해 발로텔리, 자파타, 멕세스, 호비뉴 등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이 즐비한 곳이다. 이런 선수들이라면 자신과 호흡을 맞출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QPR이나 풀럼에서 무엇을 해보기엔 누가 맞춰줄 선수가 없으니 혼자 다 해보려고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밀란이라는 팀에서는 팀플레이를 해보려고 노력을 하는 듯 하다. 재능이 있는 선수가 마음을 먹으니 거침이 없다. 

타랍의 갱생은 놀랍다. 이대로라면 밀란으로 완전 이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팬들에게 선수로 취급도 받기 힘들었던 선수지만, 결국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것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89년생, 아직도 젊은 나이의 성장이 가능한 선수이다. 밀란이 더 큰 클럽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타랍, 그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