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패스성공률-최다 패스, 패배에도 기성용 빛났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3. 3. 08:00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후반 10분 야야 투레의 환상적인 중거리슛이 골로 이어지기 전까지 선더랜드는 창단 첫 리그컵 우승을 꿈꿀 수 있을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야야 투레의 중거리슛이 골문을 통과하면서 상황이 순식간에 역전되어 버렸고, 결국 우승트로피는 맨시티에게 돌아갔다. 선더랜드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고, 맨시티는 간담이 서늘했던 경기였다. 많은 베팅사이트에서 맨시티의 우승을 유력하게 점쳤지만 선더랜드의 반격이 거셌다. 

전술적으로는 선더랜드가 승리했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전반전에는 선더랜드가 완벽하게 맨시티의 우위에 섰다. 선제골을 허용하고 경기에 끌려간다면 선더랜드에게 승산이 별로 없기에 수비라인을 내리고 중앙선아래로 선수들을 위치시켰다. 보리니를 원톱에 세웠고 아담 존슨까지 미드필더 아래까지 내리면서 수비에 중점을 두었다. 알티도어나 플레쳐가 아닌 보리니를 원톱으로 세웠던 이유가 상당히 궁금했지만 이 이유는 첫번째 골에서 드러났다. 



플레쳐나 알티도어라는 타겟형 스트라이커가 있지만 상대 콤파니와 데미첼리스보다 피지컬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는 힘든 선수들이다. 차라리 그럴바에는 보리니의 영리한 움직임으로 머리가 아닌 공간을 노리자는 전략이었다. 보리니는 계속해서 움직이며 공간을 파고 들었고 이는 골로 이어졌다. 볼을 빼앗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이던 보리니가 공간을 찾았고 그 공간으로 아담 존슨의 패스가 갔다. 콤파니의 실수가 이어지면서 1:1 찬스가 났고 보리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골이 터진 이후, 선더랜드는 효율적으로 수비를 하면서 맨시티의 공격을 무산시켰다. 볼을 빼앗자마자 전방의 보리니에게 연결했고 맨시티 역시도 눈엣가시 같은 보리니를 신경쓰느라 공격 일변도로 나오기 어려웠다. 

후반전이 시작하면서도 같은 양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맨시티에는 야야 투레가 있었다. 야야 투레는 후반 10분 자발레타의 패스를 받자마자 논스톱으로 중거리슛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 슛은 골대로 빨려들어갔다. 골키퍼의 키를 넘기며 골대의 구석 중 구석으로 들어가는 골이었다. 선더랜드가 못했다기 보다는 야야 투레의 개인 기량으로 만들어 낸 골이었다. 경기를 잘 치르던 선더랜드의 수비진들이 흔들렸다. 전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계획에 없었던 원더골이 터진 것이다. 그리고 이 잠시의 빈틈을 맨시티가 놓치지않았다. 2분 뒤, 바로 나스리의 원더골이 터지면서 상황을 역전시켰다. 쇄도하면서 아웃프론트로 감아찬 공은 마노네 골키퍼가 꼼짝없이 지켜봐야 했다. 

애초에 개인 기량이 뛰어난 팀이 역전을 하고 이제 수비적으로 중심을 잡고 나오니 선더랜드에서도 딱히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플레쳐와 가드너, 자케리니를 투입하면서 반전을 꾀했지만 플레쳐는 결정적 마지막 찬스를 놓쳐버렸다. 결국 맨시티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첫 리그컵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비록 패했지만, 끝까지 골을 넣으려고 최선을 다하려는 선더랜드의 투지에 박수를 보낸다. 객관적 전력으로도 이미 균형추가 기울어진 경기였지만 보리니를 비롯, 콜백, 기성용, 알론소, 아담 존슨등 많은 선수들이 120%의 활약을 했다. 골을 허용하기전까지 선더랜드가 큰일을 내겠다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예정에 없던 두 차례의 원더골이 터지면서 맨시티에게 트로피를 내주게 되었다. 

이날 경기에서 기성용은 브리드컷이 아닌 캐터몰과 호흡을 맞췄다. 브리드컷이 기성용에게 패스를 많이 하지 않고 혼자 빌드업과 모험적인 패스를 뿌려대는 바람에 기성용의 활약이 과거에 비해 미비해졌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캐터몰이 나오면서 기성용이 더 힘을 받을 수 있었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키핑능력과 발군의 조율능력을 보여주면서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선더랜드의 공격시에는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움직이면서 패스를 받아주고 다시 공격전개를 시켜주었다. 

기성용의 활약은 기록을 통해 잘 알 수 있는데 팀내 2위에 해당하는 60개의 볼터치횟수, 팀내 최다인 45개의 패스를 기록하며 엔진역할을 톡톡히 했다. 91%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는데, 세트 피스에서 기록한 세차례의 크로스를 제외하면 패스성공률은 95%를 넘는다. 상대가 가까이 압박을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그의 패스정확도는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와 경합하며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8개의 롱패스 가운데 7개의 롱패스를 성공시키며 공격의 방향 전환에도 첨병역할을 했다. 또한 기성용은 후반전 초반 30m가 넘는 거리에서 강력한 중거리슛을 시도했는데, 강하게 날아온 볼은 판틸리몬 골키퍼가 어쩔 수 없이 펀칭을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야야 투레와 시종 일관 맞부딪히면서 수비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시즌 중에는 잘 볼 수 없었던 저돌적인 모습과 공중볼 경합을 보여주면서 우승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야야 투레가 골을 넣기 전까지 무기력했던 이유에는 기성용의 효율적인 마킹이 있었다. 이후 야야 투레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하면서 매치업이 될 기회가 없었지만 기성용이 중원에서 밀리지 않는 활약을 보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기성용은 이날 경기에서 우승트로피는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분명 좋은 경기를 했다. 국내 중계가 아닌 영국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경기를 시청했는데 기성용이 팀의 핵심(essential)이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A매치 데이가 끝나고 다시 선더랜드는 잔류를 위한 전쟁에 돌입한다. 경기력이 올라오다가 최근 몇경기 주춤한 선더랜드인데 이번 패배를 통해 많은 것이 바뀌기를 바란다. 패배해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경기였다. 기성용도 선더랜드도 남은 시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