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손흥민 골, 브라질 월드컵 기대된다 (그리스전)

Posted by Soccerplus
2014. 3. 6. 07:00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그리스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한국과 그리스의 월드컵 대비 평가전에서 우리나라가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월드컵 직전 소집을 제외하면 마지막 평가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브라질 월드컵을 기대케했다. 지난 전지훈련에서 맥빠진 경기력으로 원성을 샀던 홍명보호였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해외파가 총출동하면서 경기력이 180도 달라졌다. 피파랭킹 12위인 그리스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경기가 러시아와 벨기에를 상대로한 모의고사였다는 점, 그리고 그리스가 홈무패를 구가하며 최근 4연승 중이었다는 점, 우리나라가 원정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경기는 아니었지만 이 경기는 칭찬받아 마땅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큰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고, 경기 운영능력도 좋았다. 특히 전반과 후반 골장면에서 각각 원톱이었던 박주영과 김신욱의 특징을 잘 살린 골이 나오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상대는 세차례 골대를 맞추고 적어도 두골의 기회가 있었지만 한 골도 넣지 못했고, 우리나라는 골과 가까운 세차례의 기회에서 두 골을 넣었다. 이런 골결정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우리를 상대할 세 팀들이 위협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전반 1) 강력한 압박, 논란을 불식시키는 박주영의 한 방

전반 시작부터 우리나라 선수들은 강력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박주영-구자철-손흥민-이청용으로 이루어진 1,2선 공격진들이 지역적으로 상대수비를 둘러싸면서 우리나라는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17분 박주영이 골을 넣을 때까지 우리나라는 점유율의 70퍼센트 이상을 가져왔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공격력이 좋았다. 유럽파로 구성된 공격진들은 볼터치에 자신감을 보이며 상대를 밀어붙였다. 주전 수비수 두명이 부상으로 제외된 그리스는 손흥민, 이청용의 저돌적인 돌파에 당황했다. 

박주영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박주영이 가장 잘 하는 플레이로 골을 넣었다. 뒤에서부터 순간적인 공간침투로 기회를 만들었고 이를 손흥민이 놓치지 않았다. 손흥민의 로빙패스는 박주영의 발 앞에 떨어졌고 박주영은 이를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골키퍼가 손을 쓸 틈도 없었다. 볼터치도 길었고 스피드도 예전같지 않았지만 한 방을 보여주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박주영은 전반 7분 이청용의 1:1찬스를 만들어주며 찬스 메이킹 능력도 과시했다. 박주영은 브라질로 데려갈 수 밖에 없는 자원이었다. 

전반 2) 골 이후 안일한 플레이, 수비 집중력 아쉬웠다

박주영의 골을 넣은 이후 그리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한 팀이 골을 넣으면 다른 한 팀이 급격하게 페이스를 올리는 것은 현대 축구에서 흔한 양상이다. 우리나라는 이 상황에서 더욱 더 집중을 했어야 했다. 아쉬운 부분은 수비 조직력이 한번에 무너졌던 것이다. 박주영의 골이 들어간 뒤에는 전방 압박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카츄라니스에게 골과 다름없는 찬스를 허용했으며 코너킥에서도 두 차례 골대를 허용했다. 선수들이 골을 넣은 이후에 순간적으로 넋이 나간 듯 보였다. 골을 넣은 뒤 상대를 더욱 더 강력하게 압박하는 모습이 필요했다. 

후반 1) 김신욱의 투입, 손흥민 골의 디딤돌이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박주영을 빼고 김신욱을 투입했다. 박주영의 능력을 확실하게 확인을 했고, 그런 박주영을 아끼자는 차원에서의 교체였다. 김신욱이 들어갔다. 김신욱은 그리스 수비진을 상대로도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했다. 그리고 그의 존재는 손흥민의 골로 이어졌다. 후반 9분 정성룡의 롱킥이 김신욱의 머리에 닿았다. 상대가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재빠르게 미드필더를 거치지 않고 이어진 킥이었다. 김신욱은 머리로 구자철에게 떨궈주었고 구자철 앞에는 수비가 한명있었지만 그 옆에 쇄도하는 손흥민이 있었다. 구자철의 패스가 다소 긴 느낌이었지만 손흥민은 강력한 왼발로 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의 슈퍼골을 칭찬해주기 이전에 그 과정이 무척이나 좋았다. 

후반 2) 여유있는 경기 운영, 막판까지 투혼 빛났다

골을 넣은 이후 우리나라 선수들은 조금 템포를 죽이면서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했다. 상대는 다소 신경질적으로 나왔고 심판의 판정도 매우 편파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흥분하지 않았다. 막판까지 김진수와 한국영의 태클이 나오면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파이팅이 전해졌다. 골을 넣는 것만큼 경기 운영도 중요했는데 기성용을 필두로 여유있는 경기를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신욱에게 발로 전달되는 패스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전지훈련이후 계속해서 이런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분명히 고쳐져야할 점이다. 선수들의 체력과도 무관하지는 않은 부분이라 생각한다. 

보완해야할 부분 분명하다

이번 경기를 통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일단 이용과 홍정호가 맡는 수비라인의 오른쪽 부분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이용은 소속팀에서보다 대표팀에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고, 홍정호는 소속팀에서 매경기 선발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기량이 예전만 못한 느낌을 주었다. 수비시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월드컵이 3개월 남은 시점에서 수비적으로 더욱 더 완벽해져야함을 느꼈다. 그리스여서 이정도였지, 아자르나 페굴리가 우리나라의 오른쪽 라인과 만났더라면 경기 결과는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지난 2012년 올림픽에서 보여주었던 수비라인의 탄탄함을 기대한다. 

또한 김신욱이 투입되었을 때의 문제점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김신욱은 오늘 경기에서 헤딩볼을 제외하고 발로 볼을 거의 잡지 못했다. 이번 경기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매경기 이래왔다.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지는 경향을 보인다. 김신욱은 피지컬로만 승부하는 공격수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기량의 반박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김보경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소속팀에서도 기회를 잡지 못하는데, 이대로라면 앞으로 더욱 더 힘들어 질 것 같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기대된다

2:0의 승리는 짜릿했다. 무엇보다 승리가 필요했다. 전지훈련을 매우 좋지 않게 마무리하면서 홍명보호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면서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유럽파들과 국내파들의 차이가 어느정도 보였던 경기였다. 국내파가 주축이된 전지훈련과 이번 그리스전은 아예 다른 팀이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 

손흥민-구자철-이청용의 라인은 역대 월드컵을 놓고 보더라도 최고의 라인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2010년 박지성-이청용 라인도 좋았지만 그에 비할 수 있을만큼 좋은 라인이라고 생각된다. 선수들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빛을 발하고 있다. 구자철은 경기초반 폼이 떨어진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경기가 계속되면서 폼이 올라오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큰 전력이 된다. 손흥민은 오늘 경기에서도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 골을 작렬시키면서 경기 운영을 쉽게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손흥민은 1골 1어시스트로 두골에 모두 관여하는 등 이번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한국영과 김진수에게도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경기 초반 한국영은 위험한 파울을 범하면서 상대에게 세트피스찬스를 허용했지만 후반 종료 직전까지 피치를 누비며 많은 루즈볼을 따냈고, 태클로 상대를 저지했다. 주심이 그리스쪽으로 너무 기운 판정을 내렸지만 그런 주심이 아니라면 좀 더 과감한 태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전훈기간때는 불안했던 김진수 역시도 90분내내 지치지 않는 체력을 과시하며 월드컵 주전 경쟁에서 한 발 더 앞서 나갔다. 후반전까지 끊임없는 오버래핑과 수비가담으로 상대가 김진수를 피해 반대쪽 측면을 사용하는 경향도 읽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은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가 5월 최종 소집까지 각자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더 살리고 보완해야할 점은 확실히 보완을 해야한다. 러시아, 알제리 모두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를 따냈다.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물론 상대들도 우리나라의 경기를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제 100일남은 월드컵, 우리나라가 웃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