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의 차이점, 홍명보 원톱 적임자인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4. 3. 7. 09: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45분을 뛰었을뿐이지만 그 파급력은 강력하다. 박주영의 45분은 그의 승부사기질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홍명보호의 원톱 자리에 조동건, 김동섭, 김신욱, 서동현등 많은 선수들이 시험대에 올랐지만 박주영의 45분만큼 임팩트를 주는 선수는 없었다. 박주영은 단 45분만에 그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골만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움직임, 연계, 결정력 등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많은 부분을 보여주었다. 지금껏 많은 공격수들이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클럽팀에서의 활약에 비해 미비했지만, 박주영은 클럽팀에서의 활약상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박주영을 왜 발탁해야 하느냐는 논쟁이 있었지만, 그 모든 논쟁들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다른 어떤 공격수들보다 위협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그만큼 그의 능력이 뛰어났다는 이야기이다. 전반 7분, 이청용의 1:1 찬스를 만들어 주는 장면, 전반 17분 강력한 왼발슛, 전반 21분 날카로웠던 쇄도 등 45분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분명한 것은 그의 기량이 그가 가장 좋았을때의 기량과는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컨디션이 좋고 나쁨을 볼 때 가장 확연히 차이나는 것이 볼트래핑인데 박주영의 볼트래핑은 과거보다 길었다. 또한 스피드도 떨어진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능적이고 본능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한 클래스였다. 순간적으로 빈틈을 찾는 능력, 그리고 그 빈틈을 날카로운 쇄도로 기회로 만드는 능력, 그리고 그 기회를 바로 골로 연결하는 모습은 그의 축구 지능과 본능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었다. 박주영은 홍명보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원톱 그 모습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주영의 활약을 통해 월드컵 주전 원톱 경쟁이 치열해졌다. 아니, 오히려 박주영이 김신욱보다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신욱은 러시아, 스위스전, 그리고 전지 훈련을 통해 홍명보호에서 많은 시간을 소화했지만 홍명보호 포메이션에서 원톱 적임자는 역시 박주영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후반전 나온 김신욱과 비교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달랐기에 제약이 따르지만 대표팀의 경기력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박주영이 더 나았다. 

박주영은 처진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이다. 2선 선수들과 연계가 좋고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다. 특히 손흥민과 좋은 조합을 보였는데, 이는 좌측에서 돌아나오는 움직임이 좋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때에 따라 스위칭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과 박주영의 연계가 좋아진다면 우리 대표팀의 공격력은 지금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갖게 된다. 어제 경기에서도 두골이 모두 좌측에서 나왔다. 좌측이 강해지면 자연스럽게 우측면에서 상대는 약점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수비가 한쪽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리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뒷공간을 파고 들고, 그 공간을 향해 이청용이 스루패스를 넣어준 뒤 골을 넣었던 기억이 있다. 현대 축구에서 상대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패턴중 하나이다. 특히 수비를 우선시 해야하는 월드컵과 같은 큰 경기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박주영이 원톱으로 나서면서 우리나라는 상대의 뒷공간을 공략할 수 있는 한 선수를 더 얻게 되었다. 2선으로 내려와서 공을 주고 받다가 한순간에 공간으로 쇄도하는 움직임은 여전히 클래스가 있었다. 거기에 결정적인 골을 넣으면서 우리나라가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큰 공헌을 했다. 

김신욱도 물론 좋은 선수지만 클럽에서의 파괴력을 국가대표팀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 있었다. K리그 클래식과 국가대표팀의 김신욱은 좀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지친 경기에서 김신욱의 머리를 향한 공이 자주 나왔다. 효율적인 공격루트가 될 수 있지만 세컨볼을 받아줄 선수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지금껏 청소년 월드컵, 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을 거치면서 단 한번도 롱패스를 주된 전술로 택한 적이 없다. 그랬기에 김신욱을 동아시아대회 이후 오래동안 뽑지 않았다. 그가 들어오면 단조로워지는 패스루트 때문이었다. 

김신욱이 피지컬이 좋은 선수긴 하지만 2선으로 내려온 뒤 상대의 뒷공간을 다시 훔치기에는 스피드에서 달리는 모습이 있었다. 그래서 김신욱을 사용할 때에는 김신욱을 공격수 그 자체로 사용하기 보다는 2선 공격수들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데 치중했다. 김신욱이 이근호와 나왔을 때 더 빛을 발했던 것도 이때문이었다. 김신욱이 수비수를 끌고 빈공간을 이근호가 파고드는 플레이가 자주 나왔다. 구자철이 홍명보 감독이 취임한 뒤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김신욱이 구자철보다는 이근호와 더 호흡이 좋았기 때문이다. 

박주영과 김신욱을 놓고 어떤 선수가 더 나은 선수인지를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스타일이 다른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어떤 환경에서는 박주영이 더 잘할수도, 어떤 환경에서는 김신욱이 더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의 상황에서는 박주영이 더 나은 선택이다. 2선과 3선라인이 확실히 정해진 홍명보호에서 한명의 원톱을 고르라 한다면 김신욱보다는 박주영이 더 적격이다.